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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일본 효고현 고베시 노에비어 스타디움 인근에 마련된 고베 구단 매정에서 고베 명물인 고베 와규가 판매되고 있다. 고베=김형준 기자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서는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축구장에서 그 많은 팬들이 최소 한 끼, 많으면 두 끼를 먹고 즐겨요. 왜 한국은 그게 안 될까요?”

지난 4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독일 분데스리가 구단 초청 행사에서 축구팬들을 만난 한국 축구 레전드 차범근(66) 전 감독은 국내 프로축구 K리그 경기장에서 ‘먹는 재미’가 부족한 데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2004년부터 약 7년간 K리그 수원삼성 감독을 맡았던 그가 K리그 식음료 판매 여건의 한계를 모르고 던진 얘긴 아니다. 그는 “(독일이)축구를 잘하기 때문만은 아닌, 문화적 요인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했다. K리그 팬들이 경기 전후로 지금보다 오래 경기장에 머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축구장을 중심으로 또 하나의 식음 문화가 발전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을 포함한 해외 프로축구단들은 경기장 안팎의 식음료 판매에 상당한 공을 쏟고 있다. 물론 해외리그의 경우 대체로 구단이 식음료 판매권을 가지고 있어 수익창출과 직결된다는 점이 K리그와 다르긴 하지만, 우리 구단들도 프로스포츠의 중요한 문화로서 경기장 내 F&B의 활성화를 고민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관중들에게 ‘먹는 재미’는 경기장 방문의 만족도를 높이고, 새로운 팬을 끌어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에 마련된 골 라인 바. 토트넘 홈페이지

실제 지난 4월 6만2,000여석 규모의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 시대를 연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은 새 구장 안에 60여가지의 먹고 마실 수 있는 공간을 갖췄다. 경기장 북쪽과 남쪽의 골 라인만큼 길게 만든 ‘골 라인 바(goal line bar)’가 대표적이다. 양조장까지 갖춰 다양한 맥주를 즐길 수 있고, 영국 대표 음식인 피쉬앤칩스를 포함해 동ㆍ서양 음식을 고루 즐길 수 있다. 크리스탈 팰리스 홈 구장인 영국 런던 셸허스트파크 내 식음매장에선 이 경기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맥주 ‘팰리스 에일’과 함께 각종 와인을 구비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만 해도 축구장 안팎에서 구단들만의 대표 먹거리들이 판매된다. ‘고베 비프(고베규)’로 유명한 일본 효고현의 고베시를 연고로하는 비셀 고베의 경기장에선 실제 지역 명물인 고베규가 판매돼 일본인 관중은 물론 외국인 관중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다. 구단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도 고베규와 함께 간판스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35ㆍ스페인)가 론칭한 와인을 판매하며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크리스탈 팰리스 홈 구장인 영국 런던 셸허스트파크 내 식음매장에서 '팰리스 에일'이 판매되고 있다. 런던=김형준 기자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의 홈 구장 씨티필드에 뉴욕의 상징적인 햄버거인 ‘쉐이크 쉑(shake shack)’ 매장을 들여 홈 팬과 원정 팬의 입맛을 모두 사로잡는 것처럼 지역 대표 먹거리를 경기장에 들여놓는 전략은 K리그에서도 충분히 시도 가능한 일이다. 팬들이 본보 인터뷰를 통해 원하는 메뉴로 직접 꼽은 포항 스틸야드의 ‘물회’,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의 ‘닭갈비 도시락’, 부산 구덕운동장 ‘씨앗호떡’ 출시가 현실이 된다면, 축구장엔 또 하나의 콘텐츠가 생기는 셈이다. 국내 프로스포츠에서도 본보기 사례가 있다. 수원 kt위즈파크엔 지역 맛집 ‘보영만두’가 입점해 있고, 천안현대캐피탈 배구단은 천안명물 호두과자를 배구공 모양으로 만들어 팔기도 했다. 당장 구단 수익으로 직결되진 않더라도,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겐 만족도 높은 먹거리 콘텐츠로 평가 받는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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