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창업 정보가 바글바글… 공유주방도 빌려줍니다”

입력
2019.10.09 04:4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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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북문화재단 ‘제철과일’ 

4일 서울 정릉시장 내 청년살이발전소에서 만난 기획팀 ‘제철과일’ 이상훈(왼쪽부터), 박솔바로, 김영인씨. 음식을 키워드로 뭉친 세 사람은 지난달 청년살이발전소가 문을 열면서 정릉시장 근처로 이사해 함께 살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4일 서울 정릉시장 내 청년살이발전소에서 만난 기획팀 ‘제철과일’ 이상훈(왼쪽부터), 박솔바로, 김영인씨. 음식을 키워드로 뭉친 세 사람은 지난달 청년살이발전소가 문을 열면서 정릉시장 근처로 이사해 함께 살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월요일은 스페인 전통음식, 화요일은 학생 도시락, 수요일은 애견 간식을 만드는 식당이 있다. 지난 달 서울 성북구 정릉시장에 문을 연 청년살이발전소. 30명 남짓 앉을만한 테이블도 갖춘 이곳은 서울 성북문화재단이 청년 창업자를 위한 공유주방 용도로 만들었다. 음식 관련 커뮤니티를 만들면 식재료도 지원한다. 이곳을 운영하는 사람은 서른살 동갑내기인 박솔바로, 김영인, 이상훈씨. 재단 직원인 세 사람은 ‘제철과일’이란 기획사 이름도 지었다.

4일 청년살이발전소에서 만난 이들은 “한 명의 청년창업자를 지원하기 보다는 많은 사람에게 창업 관련 정보, 아이디어, 영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시범 운영하는 올해 말까지 무료로 4시간까지 공유주방을 빌려준다. 박씨는 “시범운영 기간에는 성북구 주민이 아니어도, 청년이 아니어도, 심지어 창업할 생각이 없어도 신청하면 선착순으로 빌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상상력을 키우는 실험실’을 모토로 민간이 운영하는 공유주방과는 차별화된 이벤트도 선보인다. 이제까지 독특한 사연의 요리사를 초대해 이야기를 듣고 음식을 나눠먹는 쿠킹쇼, 식품업계 관계자를 초대해 정보를 듣는 푸드포럼을 열었다. 9월부터 매주 월요일 저녁 선보이는 쿠킹쇼는 매번 만석(30석)을 기록할 만큼 인기다. 김영인씨는 “음식을 매개로 의미와 재미를 동시에 주는 기획을 선보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자신감은 조금 독특한 이력에서 나온다. 특성화고에서 호텔조리를 전공한 박씨는 입시를 준비해 대학에 들어갔다. 신문방송학과 일본문화를 공부하고 일본 특급호텔인 제국호텔에 대졸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외국인노동자, 대기업종사자가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두고 도쿄 최대 수산시장인 츠키지 시장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한 가이드로 일하다 재단에 입사했다. 대학에서 연극과 일본문학을 전공한 김씨는 졸업 후 캐나다에서 벤쿠버 패션위크, 부리또 식당, 영어학원 등에서 일하다가, 국문학을 전공한 이씨는 고향에서 카페를 운영하다 각각 재단에 합류했다.

청년살이발전소에서 만난 ‘제철과일’ 이상훈(왼쪽부터), 박솔바로, 김영인씨.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청년살이발전소에서 만난 ‘제철과일’ 이상훈(왼쪽부터), 박솔바로, 김영인씨.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조만간 최신의 해외 식문화를 알리는 뉴스레터 서비스 ‘클럽 콤(club comb)’을 개설할 계획도 갖고 있다. 김영인씨는 “셋 다 언어, 해외 문화에 관심이 많다”면서 “일본어,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프랑스어권의 식문화를 알릴 ‘크루(crew)’를 10명 이상 모집했고 매일 관련 정보 하나씩 소개하는 걸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seasonandwork./)를 통해 관련 소식을 연재하고 있다.

정릉 지역을 중심으로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을 모아 요리와 함께 새로운 만남을 이어가는 커뮤니티(cooking& something)도 여럿 만들었다. 이상훈씨는 “음식은 반드시 먹어야 하고, 나눠 먹는 행위로 공동체문화를 만들 수 있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이 순기능을 활용해 만든 기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와인, 반려동물 간식 만들기, 외국인친구와 세계음식문화 탐방 등을 주제로 한 커뮤니티가 활동 중이다.

박씨는 “청년들이 창업을 할 때 정보가 부족하거나 인맥이 부족하거나 상상력이 부족하다. 이런 걸 원하는 청춘들이, 이런 걸 말해줄 수 있는 어른들이 바글거리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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