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12세 아이 체포에 분노… 노란 깃발의 中인민군과 대치도

입력
2019.10.07 18:22
수정
2019.10.08 00:3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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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급법’ 이후 시위 연일 격화 

 마스크 착용 혐의로 2명 첫 기소 

중국 인민해방군 병사가 6일 홍콩에서 '복면금지법' 시행에 반발해 시위를 벌이는 시민들을 향해 노란색 경고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인민해방군 병사가 6일 홍콩에서 '복면금지법' 시행에 반발해 시위를 벌이는 시민들을 향해 노란색 경고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홍콩 정부가 사실상 계엄령으로 통하는 ‘긴급법’을 발동한 직후 홍콩 시위가 연일 격화되고 있다. 경찰의 강경 진압에 시위대도 과격 행동으로 반격에 나서는 일이 잦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6일 홍콩 주둔 중국 인민해방군이 주둔지에서 노란색 경고 깃발을 들고 시위대와 대치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날 열린 긴급법 반대 시위에서 경찰은 최소 13명을 복면금지법 위반으로 체포했다. 특히 12세 아이(중학교 1학년생)가 보호자 없이 체포되고, 여성 시위자가 경찰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사진과 동영상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유포되면서 시위자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흥분한 시위대는 중국은행, 중국건설은행 등 홍콩 시내 중국계 은행과 친중국 상점들을 골라 유리창을 부수고 불을 지르는 파괴 행위를 벌였다. 이날까지 시위대에 의해 파손된 현금입출금기(ATM)는 전체 3,300여개 가운데 1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면금지법 시행 사흘째인 7일에는 18세 대학생과 38세 여성이 이 법에 따른 첫 번째 기소를 당하기도 했다.

아울러 시위대와 홍콩 주둔 중국 인민해방군이 처음으로 대치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6일 오후 7시쯤 수백 명의 시위대가 카우룽퉁(九龍塘) 지역에 위치한 중국군 홍콩 주둔 병영 근처까지 접근, 레이저와 강한 불빛을 비추며 도발하자 병사들이 건물 옥상으로 나와 노란 깃발을 들었다. 깃발에는 중국어 번체자와 영어로 ‘당신은 법을 어기고 있으며 기소될 수 있다’는 경고문이 적혀 있었다. 중국군은 이후 광둥어로 “이후 발생하는 결과는 모두 자기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고 육성으로 재차 경고를 보냈고, 일부 병사는 카메라로 시위 현장을 촬영했다.

그간 시위 양상이 격화될 때마다 입법회(우리의 국회) 건물이나 중국 관련 관공서에 경고와 위험을 상징하는 노란 깃발이 걸린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중국군 주둔지에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건 처음이다. 중국 본토 출신 은행원이 시위대에 얻어 맞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중국군을 투입해 시위를 진압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는 상황이라 더욱 의미심장하다. 홍콩 주둔 중국군은 당초 3,000~5,000명 규모였지만 시위가 본격화된 6월 이후 두 배가 넘는 1만~1만2,000명으로 늘어난 상태다.

홍콩=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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