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8차 사건' 자백한 이춘재…난감한 경찰

입력
2019.10.07 12:41
수정
2019.10.07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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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일생 및 범행 일지. 송정근 기자
이춘재 일생 및 범행 일지. 송정근 기자

화성연쇄살인의 진범이라고 자백한 이춘재(56)가 모방범죄로 종결된 8차 사건까지 저질렀다고 해 경찰이 난감한 상황에 놓인 가운데 민갑룡 경찰청장이 7일 “만약 잘못했다면 회복할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민 청장은 이날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8차 사건 당시 대상자의 진술과 수사기록, 수사했던 사람들 등을 하나하나 대조해 자백의 신빙성과 무엇이 실체적 진실인지 규명해야 한다”며 “이후 진실에 따라 피해자 회복 등 관련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현 화성시 진안동)의 한 가정집에서 박모(13)양이 잠을 자다 성폭행 뒤 살해당한 사건이다. 이듬해 7월 경찰은 당시 22세였던 윤모씨를 범인으로 검거했고, 1990년 5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8차 사건은 10건으로 분류된 화성연쇄살인 중 유일하게 진범이 잡힌 사건으로 기록됐다. 윤씨는 20년간 복역을 한 뒤 가석방됐다.

경찰이 범인으로 윤씨를 지목한 결정적인 근거는 사건 현장에서 발견한 체모였다. 이때 모발 중성자 분석법이 국내 수사에서 처음 활용됐다. ‘체모에서 검출된 특정 중금속 성분이 보통 사람보다 월등히 높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 결과를 토대로 경찰은 인근 철공소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체모를 수집해 분석했다. 그 결과 용접공이었던 윤씨의 체모와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의 정보가 일치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춘재의 자백이 사실이라면 억울한 사람이 무려 20년 동안 옥살이를 한 게 된다. 윤씨는 항소심에서도 강압으로 허위자백을 했다고 항변했고, 과거 옥중 인터뷰에서도 같은 주장을 폈다.

영웅심리에 의한 허위 자백일 가능성이 있지만 경찰의 강압 수사에 못 이겨 윤씨가 자백을 했다면 파장이 불가피하다. 현재 경찰은 윤씨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는지, 당시 수사 자료가 남아있는지 등에 대해선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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