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넘게 가슴 쥐어짜는 흉통 땐… ‘돌연사 주범’ 급성심근경색 의심을

입력
2019.10.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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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흉통이 30분 이상 지속된다면 40~50대 돌연사의 주범인 급성심근경색일 가능성이 높다. 게티이미지뱅크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흉통이 30분 이상 지속된다면 40~50대 돌연사의 주범인 급성심근경색일 가능성이 높다. 게티이미지뱅크

기온이 떨어지면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압이 올라간다. 11~1월에는 혈압이 여름보다 수축기(최고) 7㎜Hg, 이완기(최저) 3㎜Hg 정도 올라간다. 그러면 심장박동이 빨라져 급성심근경색 같은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급성심근경색으로 인한 돌연사가 전체 돌연사의 80~90%나 된다. 급성심근경색을 ‘돌연사의 주범’으로 부르는 이유다.

급성심근경색은 심장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3개의 심장혈관(관상동맥) 가운데 1개 이상 막혀 심장 전체나 일부분에 산소와 영양 공급이 중단되면서 심장 근육 조직이나 세포가 죽는 병이다. 즉시 치료해도 사망률이 30~40%가 넘고, 증상이 심각하면 1~2시간 이내에 목숨을 잃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심근경색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최근 5년 새 30%(2014년 8만2,952명에서 2018년 11만773명) 넘게 증가했다. 지난해 환자를 보면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3배 이상 많았고(남성 8만4,127명, 여성 2만6,646명), 연령별로는 30대가 2%, 40대 11%, 50대 27%, 60대 48%, 70대 28%였다.

이관용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심근경색은 관상동맥 내부가 혈전으로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막혀 심장조직이나 근육이 손상되는 질환”이라며 “막힌 혈관 때문에 심장근육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심장조직이 괴사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심장근육세포는 한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려우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심근경색은 혈액 흐름이 완전히 차단되므로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극심한 통증은 물론 발병하면 사망률이 매우 높아 빨리 치료해야 한다. 박창범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심근경색은 40대부터 꾸준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며 “젊다고 안심하지 말고 위험인자나 잘못된 생활습관이 있다면 질병 예방을 위한 생활습관 개선과 정기검진이 필요하다”고 했다.

급성심근경색은 특별한 증상 없이 갑자기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혈관에 노폐물이 쌓여도 심하지 않으면 평소 증상을 느끼기 어렵다. 또 증상이 사람마다 달라 예측하기도 어렵다. 급성심근경색의 대표적인 증상은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다. 가슴통증은 30분 이상 지속되고 대부분 호흡곤란과 함께 나타난다. 또 가슴 한가운데나 왼쪽에서 시작된 통증이 어깨나 목, 팔로 퍼져나가며 두근거림, 식은 땀, 구역질, 어지러움, 소화불량 등도 발생한다.

가슴통증을 호소하기도 전에 갑자기 의식불명이나 심장이 마비돼 응급실에 오기도 하지만 가슴통증을 소화불량으로 여겨 치료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또 가슴통증 없이 토하거나 소화불량, 속쓰림, 명치나 턱 끝이 아프다. 이 때엔 심장검사를 받는 게 좋다.

혈관이 좁아져 가슴통증, 호흡곤란이 나타나는 것을 협심증이라 한다. 협심증이 심해지면 불안정협심증, 심근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교수는 “안정형 협심증일 때는 계단을 빨리 오르거나 심하게 움직이면 가슴통증이 나타났다가 쉬면 사라진다”며 “하지만 혈관이 더 좁아지면 움직이지 않아도 통증이 발생하고 심근경색까지 악화되면 통증이 매우 심하게 나타난다”고 했다.

극심한 가슴통증이 지속되면 최대한 빨리 관상동맥중재술을 할 수 있는 병원으로 가야 한다. 급성심근경색 발병률을 높이는 원인은 흡연,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당뇨병 등이다. 만성질환이 있으면 일반인보다 6배 정도 위험하다. 만성질환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위험은 더 높아진다. 또 가족 중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도 3~4배 증가하며 이외에 비만, 육식 위주 식습관도 심근경색위험을 높일 수 있다.

이 교수는 “자신이 위험요소가 많고 가슴통증이 있다면 선별 검사해 심근경색이 생길 위험을 예측하는 것이 좋다”며 “운동부하ㆍ관상동맥 컴퓨터단층촬영(CT)검사가 대표적”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증상이 없는 고위험환자 가운데 관상동맥CT검사로 심근경색이나 심혈관합병증 위험을 예측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심근경색을 알아내기 위해 관상동맥조영술(관상동맥에 조영제를 넣어 관상동맥이 막혀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을 시행한다. 혈관이 막혀 있다면 스텐트를 삽입해 혈관을 확장한다. 손목이나 대퇴부를 국소 마취한 뒤 이 부위 동맥에 도관 삽입관을 넣어 가늘고 긴 도관을 심장의 관상동맥 입구에 위치해 시술한다. 심장을 열고 수술하는 기존 관상동맥 우회술보다 회복 기간이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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