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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의 아구라 힐스 동물보호ㆍ관리센터의 자원봉사자들이 보호 중인 개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곳에선 총 150명의 지역 주민이 자유롭게 보호소를 출입하면서 자원봉사자로 활약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州)는 미국에서 가장 강한 동물보호 규정을 갖고 있는 주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규정이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 8월 16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의 아구라 힐스 동물보호ㆍ관리센터(Agoura Hills Animal Care and Control)를 방문했다. 이 곳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가 7개 도시에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 동물보호·관리부서(Animal Department of Animal Care and Control) 중 한 곳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지방자치단체의 동물보호업무 부서와 유기동물보호소를 합친 기능을 하는 곳이라고 볼 수 있다. 개물림, 소음 등 동물 관련 민원 처리와 유실·유기동물을 구조해 가족에게 반환하고, 가족을 찾을 수 없는 동물은 보호해 다른 가정에 입양 보내는 기능을 하는 것은 우리나라와 같다. 그러나 그 외에도 부상당한 동물은 긴급 구조하고 동물학대, 방치 사육, 투견 등 불법 행위를 단속하는 등 우리나라 지자체보다 적극적인 동물보호 업무를 수행한다. 우리나라와 달리 사법권을 갖고 있어 정부기관의 다른 부서와 경찰, 지역 보안관과 협조해 주 법과 카운티의 동물보호조례를 집행하는 역할을 한다.

미국에서는 1800년대부터 유기동물을 관리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1863년 로스앤젤레스시에 최초로 공공 동물관리소가 설치되었는데, 지금처럼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이라기보다는 사람의 안전과 질병 관리를 목적으로 떠돌이 개를 포획해 수용하는 수용시설에 가까웠다. 1872년에는 시 보안관이 동물 등록 단속을 하도록 규정하는 시 조례가 처음으로 만들어졌고 1937년에는 광견병 관리를 주 목적으로 동물관리 부서를 설치했다. 당시 미국에서는 주정부나 시에서 위탁받은 민간 시설인 ‘휴메인 소사이어티’에서 동물을 보호하고 입양 보내는 일을 담당했는데, 반려동물 사육가구가 증가하면서 유기동물 수도 급증해 몇몇 민간단체에서 다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결국 1946년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동남쪽에 위치한 다우니(Downey)시에 미국 최초의 정부 직영 동물보호소가 설립되었고, 1978년 정부는 동물 ‘관리’에서 ‘보호’로 업무를 확장한다는 의미로 ‘동물 보호·관리(Animal Care and Control)’로 부서의 명칭을 변경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의 아구라 힐스 동물보호ㆍ관리센터에는 수의사와 동물관리관을 포함해 총 18명의 인원이 근무하는데, 이 중 동물관리관은 현장에서 적극적인 동물보호 업무를 수행한다.
 ◇강력하고 상세한 동물보호 규정, 위반자 처벌보다 사전 예방이 중요 

7개 보호소 중 가장 규모가 작은 아구라 힐스 보호소에는 현장에서 동물보호 업무를 수행하는 6명의 동물관리관(Animal Control Officer)과 수의사, 수의 테크니션을 포함해 18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 곳에서 만난 드니즈 로젠 소장은 1992년 동물관리관으로 근무를 시작해 27년째 보호소에 근무하고 있었다. 동물관리관은 24시간 교대로 대기 근무하며 현장에서 유기동물 구조, 동물등록 단속, 동물학대 예방 등의 업무를 처리한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의 동물보호조례는 총 69장에 달하는데, 동물 소유자가 동물에게 제공해야 할 보호·관리 의무만 해도 25개의 세부 조항이 있다. 동물의 건강과 복지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관리를 의무화하고 동물을 묶어 놓는 행위와 12시간 이상 보호자의 관찰 없이 방치하는 것도 금지되어 있다. 신체적 불편뿐 아니라 괴롭히거나 약 올리는 등 정신적 고통을 야기하는 행위도 금지하고 있다. 위반 행위는 대부분 시민들의 민원을 통해 발견되는데, 가벼운 위반 사항은 일차적으로 법 위반 사항을 경고하고, 시정되지 않는 경우 행정처분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로젠 소장은 시민들이 법을 인식하지 못해 위반하는 경우가 많다며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 사전에 법을 어기지 않도록 교육을 통해 인식을 개선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소유자가 책임감 있게 동물을 관리하는 것은 동물 복지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안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여전히 많은 동물이 보호소에 들어온다. 2018년 7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일 년 동안 로스엔젤레스 카운티 보호소 7개소에는 6만 마리, 아구라 힐스 보호소에는 2,000마리의 동물이 입소했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에서는 동물의 상태나 포기 이유를 불문하고 소유자가 요청하는 모든 동물을 수용하는 ‘오픈 어드미션(Open Admission)‘ 원칙을 갖고 있다. 아구라힐스 보호소의 경우 입소 동물의 22%가 주인이 소유를 포기한 동물이었다. 입소된 동물의 45퍼센트는 주인에게 반환되었고 37%는 새 가정을 찾았다. 안락사율은 13퍼센트로, 카운티 내의 다른 보호소보다는 안락사 비율이 낮은 편이다. 모든 사육포기 동물을 인수하다 보니 건강 문제나 행동 문제를 갖고 있는 동물도 상당수 들어오는데,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는 안락사는 수의학적ㆍ행동학적 검사를 실시해 조절되지 않는 고통을 겪고 있거나 심각한 질병을 앓는 동물은 인도적인 안락사를 시킨다는 규정을 갖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의 아구라 힐스 동물보호ㆍ관리센터의 수술실. 캘리포니아 주는 4개월 이상 개, 고양이의 중성화 수술을 의무화하고 지방자치단체마다 저비용 중성화수술 클리닉을 운영한다.
 ◇유기동물 감소시키려면 법·교육·중성화의 ‘LES’ 원칙이 필수적 

보호소에서 근무하는 엠마누엘 벨로 수의사는 미국에서 1990년대보다 유기동물 숫자가 감소한 이유가 지난 30여 년 동안 미국 전역에서 정부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법ㆍ교육ㆍ중성화의 LES(LegislationㆍEducationㆍSterilization) 운동이 활성화되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동물복지 법률을 강화하고, 반려동물 소유자 책임의식을 확산시키고, 원치 않는 동물들이 태어나는 것은 중성화 수술로 방지하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주는 4개월 이상 개, 고양이 중성화 수술을 법으로 의무화한 주 중 하나다. 그러나 각 시는 카운티의 동물보호조례 전체를 수용할 것인지 예외 조항을 둘 것인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고 있어 일부 시에서는 중성화하지 않은 동물에게 매년 내는 동물 등록비를 더 많이 부과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로젠 소장은 LES 원칙과 함께 내장형 칩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구조된 동물 중 내장형 칩이 있는 경우 가족에게 반환되는 확률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한편 캘리포니아주는 펫숍에서 상업적 목적으로 번식된 동물 판매를 금지하는 AB 485 법안이 통과되어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법 시행 이후 변화가 있는지 묻자 로젠 소장은 ‘가까운 쇼핑몰 내 운영되는 펫숍 때문에 매일 들어오던 민원이 없어진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며 웃었다. 그러나 아직 인터넷 판매 등 동물 거래가 완전히 금지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펫숍 판매 금지가 유기동물 감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보아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법만 강화한다고 해서 모든 동물이 완벽하게 보호받는 것도 아니며 제대로 법이 시행되려면 그만큼 행정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해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동물보호ㆍ관리부서의 예산은 5,420만 달러, 원화로 651억원을 조금 넘는다. 부서에서 관할하는 지역 인구가 300만명임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우리나라도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 동물보호ㆍ복지를 전담하는 동물복지정책과를 신설하고 동물복지 5개년 계획 수립을 착수하는 등 변화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며, 특히 자치구에는 동물보호 전담인력이 평균 채 1명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유기동물과 동물학대 사건을 줄이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의 개선, 정책을 실현할 인력과 예산, 시민인식 개선의 삼박자가 동시에 맞아야 한다.

글ㆍ사진=이형주 어웨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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