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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이 쏜 SLBM 추정체는… 3년 전 발사 북극성-1형보다 사거리 2~3배 향상 
[저작권 한국일보] 北 ‘북극성-3형’ SLBM 추정 미사일 발사. 그래픽=강준구 기자

2일 강원 원산시 북동쪽 해상에서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개발된 ‘북극성’ 계열일 공산이 크다는 게 군 당국의 추정이다. SLBM은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위력적인 전략 무기다. 수중을 은밀히 기동하는 잠수함에서 갑자기 날아오기 때문에 적 입장에서는 요격으로 막아낸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거리가 길어질수록 잠수함 역량의 한계가 더 많이 상쇄될 수 있는데 이번 발사를 통해 종전보다 월등히 늘어난 사거리가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의 마지막 SLBM 시험 발사는 3년 전이다. 2016년 8월 25일 북한이 동해 신포급(2,000톤급) 잠수함에서 실제 사격 때보다 수직에 가까운 각도로 탄도미사일을 쏴 올렸고 2단 분리형인 이 미사일은 약 500㎞를 날아갔다. 당시 군이 공개하지 않은 최대 비행 고도를 전문가들은 500~600㎞로 추정했고 제대로 쏠 경우 1,000㎞ 떨어진 곳까지 미사일을 보낼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북극성-1형’(KN-11)이었다.

해상에서 발사됐다는 사실과 유사한 제원 등이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을 군이 북극성 계열로 분석하는 근거다. 북극성-1형보다 짧은 약 450㎞을 비행했지만 900㎞를 상회하는 비행 고도로 미뤄 기존 SLBM보다 일단 사거리가 크게 향상된 게 틀림없다. 군이 확인한 북극성-1형의 최대 사거리는 1,300㎞ 정도다. 이날 발사된 미사일의 경우 사거리가 2~3배는 되리라는 게 군 당국과 전문가들의 추산이다.

정황상 북한은 북극성 계열 SLBM의 개량을 상당 기간 준비해온 듯하다. 2017년 8월 23일 북한 매체들이 김정은 당시 노동당 위원장의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 시찰 소식을 전하는 과정에서 벽에 붙은 북극성-3형의 구조도면이 공개된 적이 있는데 ‘수중전략탄도탄 북극성-3’이라는 이름을 근거로 개발 중인 북극성-1형의 개량형일 수 있다고 당시 전문가들은 짐작했다. 북한은 2017년 2월 12일 지상 발사형으로 개조한 북극성-2형의 시험 발사에 성공하기도 했다.

북한에게 SLBM은 미국 본토 타격 용도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대안이다. 영토가 좁은 북한 특성상 미 본토로 향하는 ICBM 대부분은 알래스카를 통과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여기에 미국이 배치해둔 지상발사요격미사일(GBI)에 노출되는 게 불가피하다. 때문에 ICBM과 다른 경로의 미 본토 타격 능력을 확보하는 게 북한에게는 지상 과제 중 하나다.

북한이 SLBM 개량과 함께 이를 탑재할 수 있는 잠수함 전력의 증강을 병행 중인 건 이런 구상 하에서다. 실제 북한은 올 7월 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로 건조된 잠수함을 시찰하는 모습을 관영 매체를 통해 공개했는데, 3,000톤급에 가까운 이 신형 잠수함에 SLBM을 쏠 수 있는 수직 발사관이 3개 설치돼 있는 것으로 당시 국방부는 분석했다. 북한의 이번 SLBM 발사가 해상 바지선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일단 크지만 신형 잠수함이 시험에 동원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선체가 커질수록 항속 거리(한 번 실은 연료로 항행 가능한 최대 거리)도 늘기 때문에 잠수함이 미 본토에 근접하는 데 유리해진다.

SLBM 탑재 잠수함은 ICBM과 더불어 미국과 맞서는 데 꼭 필요한 핵 전력이라는 게 북한의 생각이다. 황일도 국립외교원 교수는 최근 보고서에서 “잠수함과 관련해 최근 북측이 사용 중인 ‘당의 전략적 구상’이라는 표현은 수중 전력을 핵 능력과 ICBM 개발의 연장선에서 북한이 사고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상대 영토를 초토화한 뒤에도 핵 미사일이 날아올 개연성이 있다면 적이 전략 핵 사용을 쉽게 결심하기 어려워지리라는 게 북한의 계산”이라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올 7월 김정은(오른쪽 두 번째)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시찰하고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당시 홈페이지에 공개한 사진이다. 북한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계획을 밝힌 지 하루 만인 2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동해상으로 쏴 올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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