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축제날 홍콩은 피로 얼룩져… “18세 남학생 실탄 맞아 위독”

입력
2019.10.01 17:36
수정
2019.10.02 10:0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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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건국 70주년 열병식이 열린 1일 홍콩에서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홍콩 췬완 지역에서 헬멧과 방독면을 착용한 홍콩 경찰이 오른손에 든 권총(붉은 원)으로 앞에 있던 시위 참가자를 향해 실탄을 발사, 총구에서 불꽃이 튀고 있다. CNN캡처
중국 건국 70주년 열병식이 열린 1일 홍콩에서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홍콩 췬완 지역에서 헬멧과 방독면을 착용한 홍콩 경찰이 오른손에 든 권총(붉은 원)으로 앞에 있던 시위 참가자를 향해 실탄을 발사, 총구에서 불꽃이 튀고 있다. CNN캡처

중국이 1일 건국 70주년을 맞아 베이징(北京)에서 사상 최대 열병식을 진행하는 등 축제 분위기로 들썩이던 시간, 홍콩은 또다시 피로 얼룩졌다. 6월 홍콩에서 중국 정부의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에 반발해 시위가 시작된 후 시위대가 처음으로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크게 다쳤다. 총기 유혈진압은 홍콩 시민들의 반중 정서를 더욱 자극할 것으로 보여 시위 역시 당분간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홍콩 명보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이날 췬완 타이호로드에서 한 남성이 경찰 총격으로 가슴에 부상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시위 도중 남성이 쇠막대기를 휘두르자 경찰관이 권총으로 실탄을 발사한 뒤 그대로 쓰러졌다. 시위자는 즉각 병원 이송 후 총알 제거 수술을 받았다. 명보는 “총알이 18세 소년 왼쪽 가슴에 명중했고 위독한 상태”라고 전했다. 부상자 이름은 청즈젠(曾志健)이며 고교생으로 알려졌다. 홍콩 경찰은 일단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중국 국경절을 ‘애도의 날’로 규정한 홍콩 시민 수만명은 검은색 옷을 입고 거리로 쏟아져 나와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했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시위 사망자 등 신중국 탄생 이후 민주주의를 외치다 수많은 시민들이 희생된 만큼 건국절은 축하가 아닌 애도 자리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

충돌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홍콩 당국은 이날 송환법 반대 시위를 주도해 온 민간인권전선이 신청한 도심 집회 및 행진을 전부 불허했다. 경찰은 기념식이 열린 완차이 컨벤션센터 등 홍콩 전역에 병력 6,000명을 투입해 결전에 대비했다. 건국절 기념식 참석차 중국으로 향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대신해 연설에 나선 매튜 청 정무부총리는 “급진 시위자들의 폭력이 법질서를 파괴했다”고 비난했다. 양측의 물리적 충돌을 우려, 최고급 쇼핑몰 IFC는 아예 문을 닫았고 91개 지하철역 중 25개가 폐쇄됐다. 매년 국경절에 빅토리아항에서 열리던 불꽃놀이 역시 취소됐다.

상황은 오후가 되면서 급변했다. 코즈웨이베이 빅토리아공원에 모여 든 홍콩 시민들은 ‘시민에게 권력을’ 등의 구호를 외치며 금융 단지인 센트럴까지 행진을 강행했다. 시위 분위기도 한층 험악해져 조던 지역에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람 행정장관의 초상화가 불탔고, 건국절 기념 깃발 등도 찢겨진 채 거리에 나뒹굴었다. 도심 역사들은 시위대 공격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웡타이신, 사틴, 췬완 등 주요 도심에서도 게릴라 시위가 밤 늦게까지 이어졌다. 경찰과 시위대가 각각 최루탄ㆍ물대포, 화염병ㆍ벽돌을 주고 받으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고 외신은 전했다. AFP통신은 “다친 사람이 최소 15명”이라고 말했다.

1일 홍콩에서 반중국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실탄에 맞은 것으로 알려진 남성이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1일 홍콩에서 반중국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실탄에 맞은 것으로 알려진 남성이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급기야 지난달 25일 시위 때 처음 등장한 총기 진압이 재연됐다. 카오룽, 췬완, 야우마테이 지역에서는 경찰이 시위대에 포위되자 실탄 경고사격으로 맞섰다. 이 과정에서 남성 시위자가 실탄에 맞아 쓰러졌다는 소식이 알려졌고, 부상자 사진 및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졌다.

이날 시위가 최악의 충돌을 빚으면서 대규모 체포가 예상된다. 지난달 29일 시위 당시 하루 기준으로 최대인 146명 체포 기록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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