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ㆍ화재ㆍ누출사고… 언제나 불안한 ‘국내 최대 화약고’ 울산

입력
2019.10.01 14:05
수정
2019.10.01 16:31
구독

국가 산단 가운데 사고ㆍ사상자 ‘최고’

전국 액체화물 30% 이상 처리 ‘화약고’

‘신종유해물질’ 늘지만 대기기준도 없어

지난 28일 오전 울산 동구 염포부두에 정박한 선박에서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 불길이 치솟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지난 28일 오전 울산 동구 염포부두에 정박한 선박에서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 불길이 치솟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국내 최대 화학산업단지인 울산이 각종 화학물질 오염 및 화재 사고에 노출돼 있으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시민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1일 무소속 강길부 국회의원(울산 울주)이 한국산업단지공단으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국가산단 안전사고와 인명피해 자료에 따르면 그 동안 총 134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울산공단이 가장 많은 29건을 차지했으며, 여수 19건, 구미 14건, 남동 14건 순으로 나타났다. 인명피해 역시 전체 138명 가운데 울산이 39명으로 가장 많았고, 구미 18명, 남동 15명, 여수 13명 순이었으며 주로 석유화학단지 밀집지에서 사상자가 많았다.

안전사고는 2015년 40건 이후 2016년 31건, 2017년 19건으로 줄어들다 2018년 27건, 2019년 상반기 17건 등으로 증가세로 돌아섰고, 인명피해도 2017년 17명(사망 10명), 2018년 26명(사망 16명), 2019년 상반기 51명(사망 17명)으로 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달 28일 울산 염포부두에서 발생한 화학선 폭발ㆍ화재 사고는 전국에서 액체화물 물동량이 가장 많은 울산항이 떠안고 있는 위험이 현실화한 것이다. 울산소방본부 조사결과 이 사고는 환적차 정박 중이던 2만5,881톤급 화학선에 실려 있는 위험물질인 ‘스틸렌 모노어(SM)’가 자체 화학반응을 일으켜 폭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SM은 흡입 시 중독위험이 강해 자칫 선원과 구조인력은 물론 인근 주민들까지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뻔했다. 이에 따라 소방당국과 경찰은 사고 당시 한 때 인근 500m에 걸쳐 주민들을 소개시킬 태세를 갖추기도 했다.

석유화학단지와 인접한 울산항은 전국 액체화물 물동량의 30% 이상을 처리하는 전국 1위 액체화물 중심 항만이어서 사고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올해 1∼7월 울산항 전체 물동량(1억1,744만톤)의 81%를 원유, 화학공업생산품, 석유정제품 등 액체화물이 차지했으며, 환적화물의 80%(140만톤)가 액체화물이었다.

하지만 위험물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국제해사기구(IMO) 등의 엄격한 안전기준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울산소방당국은 이번 사고의 경우 위험물인 SM에 폭발ㆍ화재를 막을 중화제 투입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화학물질 취급이 많은 울산에 신종유해물질이 지속 생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방제행정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

UNIST(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부 최성득 교수팀이 울산지역 ‘대기 중 신종유해물질 분포’를 조사해 오염지도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최근 신종유해물질인 ‘할로겐화 다환방향족탄화수소’가 국내 최초로 측정됐다.

이 물질은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에 염소(Cl)나 브롬(Br) 등이 결합해 독성이 증가한 물질로, 연료 사용이나 산업활동 중 생성된다고 알려지며 발암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아직 국내에서는 이 물질에 관한 대기기준 조차 없는 실정이다.

조사결과 이 물질은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배출돼 산단지역의 대기위해성은 기존 알려진 유해물질만 측정했을 때보다 26%나 증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성득 교수는 “울산에서 측정된 신종유해물질 농도는 인접 부산은 물론 도쿄, 베이징 등 동북아 주요 도시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면밀한 추적 연구를 통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울산지역 20개 지점에서 수동대기채취기로 시료를 채취해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표적 대기오염물질로 관리되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13종과 신종유해물질인 할로겐화 다환방향족탄화수소(Halo-PAHs) 35종의 현황을 파악한 것이다.

최 교수는 “환경부가 특정대기유해물질 35종을 지정ㆍ관리하고 있지만, 최근 등장한 신종유해물질에 관해서는 실태조사조차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현행 대기환경기준을 만족하더라도 신종유해물질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강길부 의원은 “대규모 석유화학단지가 있는 울산의 경우 작은 사고도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산업안전을 담보할 대책 마련과 지속적인 개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밝혔다. 김창배 기자 kimcb@hankookilbo.com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