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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특수교육 대상 비율은 통계 착시
기초학력 미달은 조기 집중 지원 중요
예산ᆞ인력 늘려 전문적 접근 강화해야
또 하나 유의할 것은 미국이나 핀란드 모두 학생들이 실패하기를 기다렸다가 뒤늦게야 돕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조기에 도움을 주기 시작하는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모 교육청이 주관한 기초학력 내실화 관련 세미나에 참가했다가 기존 정책들이 효과를 내기 어려웠던 이유와 관련 집단들이 기존 정책에 반대한 이유를 새롭게 깨달았다. 김중훈 한국과학창의재단 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초학력 미달 문제의 핵심은 특수교육 현실에 닿아 있다. 2015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특수교육 대상자는 전체 학생의 1.3%다. 반면 미국은 7%, 캐나다는 10.8%, 덴마크는 13%, 그리고 우리가 자주 예로 드는 핀란드는 17.1%다. OECD 평균은 약 6%정도다.

우리나라의 특수교육 대상 비율이 현저히 낮은 이유는 우리 학생들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대상 학생들이 여러 이유로 인해 특수교육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 특수교육 대상자의 60% 정도가 학습장애나 의사소통장애다. 이에 비춰볼 때 우리가 기초학력 미달 학생으로 분류했던 학생 중의 상당수가 이른 시기부터 특별지원을 지속적으로 받아야 하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일 것임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학습장애 중에서 난독증과 같은 읽기장애는 초등학교 3학년 이전부터 전문적 지도를 하면 학습을 따라갈 수준으로 크게 개선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초등학교 저학년 단계에서 미리 파악해 기초적인 도움을 주기 시작한다. 그 과정 중에 수집한 근거를 기반으로 필요한 집중 지도를 실시하고, 학습 발달 정도를 점검해 단계적으로 특별지도가 필요한 학습장애아를 선별하고 있다.

핀란드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교실에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대상으로 교사가 주당 한 시간 정도 비공식 지도를 하면서 부모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이것이 충분하지 않으면 담임교사가 전문성을 가진 특수교사에게 의뢰하고, 추가 개별 지도로도 충분하지 않으면 보다 강화된 특별지원을 실시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담임교사만이 아니라 교장(감), 심리학자, 보건교사, 특수교사, 학교복지사, 학생상담교사 등으로 구성된 학생복지팀이 주도해 진행한다.

우리가 배울 점은 핀란드와 미국 모두 일반 교사만이 아니라 이들을 지원할 특별지원 교사, 읽기전문 교사를 별도로 두고 있다는 점이다.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 학생들을 일반 교사나 비정규ᆞ비전문 보조강사에게 맡기는 우리의 방식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또 하나 유의할 것은 미국이나 핀란드 모두 학생들이 실패하기를 기다렸다가 뒤늦게야 돕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조기에 도움을 주기 시작하는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진단하고 도움을 주기 시작하겠다는 서울시교육청의 시도는 더 이른 시기로 옮겨져야 한다. 대안은 영유아발달검사와 연계해 초등학교 입학 초기에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아동발달검사를 시행하는 것이다. 이 검사는 담임, 특수교사, 소아정신과 의사, 심리전문가, 언어발달 전문가 등이 함께 해야 한다.

나아가 단계적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 부모와 학생의 거부감을 줄이고 협조와 이해를 높일 필요가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부모에게 자녀가 특수교육 대상자임을 받아들이라고 하면 이는 말기 암 진단을 받은 것과 유사한 충격으로 다가온다고 한다. 부모가 거부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에서도 단계적 지원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특수교육 지원이 필요함이 밝혀졌음에도 부모가 거부하는 경우에는 일종의 아동 방치 및 학대로 간주해 국가가 개입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단계적ㆍ전문적 접근을 하면 조기 진단이 낙인 효과를 가져온다며 반대하는 교직단체도 충분히 공감하게 될 것이다.

유아는 크게 줄어들지만 유아 지원 예산은 크게 늘고 있다. 이처럼 제대로 된 기초학력 대책을 수립ㆍ집행하려면 학생이 줄더라도 예산과 정규 인력은 늘어야 한다. 이럴 때 학교와 교사도 기초학력 미달 학생 지도에 적극 나설 수 있을 것이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ㆍ대한교육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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