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겪은 예술가… 베토벤을 연주할 땐 사투 벌여야”

입력
2019.10.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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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안드라스 쉬프 내한 

안드라스 쉬프와 오케스트라 카펠라 안드레아 바르카 단원들의 모습. 마스트미디어 제공 ⓒ프리스카 케터러
안드라스 쉬프와 오케스트라 카펠라 안드레아 바르카 단원들의 모습. 마스트미디어 제공 ⓒ프리스카 케터러

세계 음악계는 내년 베토벤(1770~1827) 탄생 250주년 맞이에 여념이 없다. 장르를 막론하고 베토벤의 음악 세계와 그가 남긴 역사적 작품을 되새기고 탐구하려는 시도들이 올 가을부터 본격화하고 있다.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66)도 이 같은 행보에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유려한 베토벤 해석 능력과 베토벤을 향한 애정을 인정 받아 2006년 독일 본의 베토벤하우스로부터 명예회원 자격을 얻었다. 쉬프는 10월 중국 베이징, 11월 한국 등 아시아를 시작으로 ‘베토벤 전곡 프로젝트’를 들고 세계 곳곳을 찾는다. 자신이 창립한 오케스트라 카펠라 안드레아 바르카와 함께다.

최근 이메일 인터뷰로 만난 쉬프는 이번 베토벤 투어에 대해 “독주자이자 지휘자로 무대에 오르는데 이는 나에게 엄청난 자유를 주는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한다”고 털어놨다. 1953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피아노에 입문한 뒤 60년 넘게 건반을 두드리고 있는 그인데도 베토벤을 만나는 일은 여전히 가슴 벅차고 엄중하다.

11월 내한 공연에선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5번을 연주한다. 베토벤 생애 초기에서 중기에 작곡된 곡들이다. “베토벤의 인생은 예술가로서, 인간으로서 한 인물이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보여주죠. 질병을 비롯한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도요. 그래서인지 그의 음악은 굉장히 실존적이에요.” 쉬프는 베토벤의 작품을 “여러 절망을 겪은 예술가에게서 나온 곡이지만 최후의 메시지는 항상 낙관적이며 긍정적”이라고 표현했다.

안드라스 쉬프의 지휘 장면. 마스트미디어 제공 ⓒ프리스카 케터러
안드라스 쉬프의 지휘 장면. 마스트미디어 제공 ⓒ프리스카 케터러

쉬프는 아주 어릴 때부터 베토벤을 연주하진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베토벤을 마주할 때마다 항상 새로운 감정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는 “피아노 소나타 28번, 19번처럼 자연스럽게 익혀지는 곡 외에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의 곡을 다뤄보진 않았다”며 “열정소나타를 포함한 그의 작품 다수는 치열한 사투를 벌이며 연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베토벤의 곡을 연주할 때마다 매번 다른 느낌이 든다”고도 했다.

카펠라 안드레아 바르카는 쉬프에겐 가족 같은 오케스트라다. 1999년 쉬프가 세계적 수준의 독주자, 실내악 연주자를 모아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연주한 것을 계기로 20년 간 호흡을 맞추고 있다. 카펠라 안드레아 바르카가 한국 무대에 오르는 것은 처음이다. 쉬프는 “좋은 음악가가 되는 것만으론 충분하지 않다는 공감대 속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서로를 사랑하고 함께하는 것을 즐겨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단원들은 나이가 많고 원숙하지만 마음만은 젊고 풋풋하다”고 덧붙였다.

바흐, 슈만, 슈베르트 등 레퍼토리에 한계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 쉬프는 90장이 넘는 디스코그래피를 보유하고 있다. 변치 않은 실력을 유지하는 비결은 뭘까. 그는 “타고난 재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지휘를 시작하며 피아노 연주에 대한 시야가 더 트인 것처럼, 끊임없이 도전하고 집중하며 스스로를 단련하고 있지요. 위대한 인물이 되는 데 재능이 필요하단 건 부정할 수 없지만, 노력이 없다면 성공에 다다를 수 없어요.” 쉬프의 공연은 11월12일 서울 예술의전당, 13일 아트센터인천에서 열린다.

안드라스 쉬프의 연주 모습. 마스트미디어 제공 ⓒ유타카 스즈키
안드라스 쉬프의 연주 모습. 마스트미디어 제공 ⓒ유타카 스즈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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