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대계 컨트롤타워 없어… 문재인 정부 주요 교육공약 줄줄이 표류

입력
2019.09.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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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교육수석비서관 없애고 국가교육위원회는 설립 불투명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사태’ 대안으로 대입 제도 재검토를 지시했지만 교육계에는 수박 겉핥기에 그칠 가능성이 많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부 출범 초기에도 주요 교육공약이 줄줄이 연기되거나 무산됐는데 임기 절반이 지나는 상황에서 추진할 동력이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진보 진영에는 애초 문재인 정부가 교육개혁에 별다른 의지가 없었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교육 분야가 다른 분야에 비해 유독 낮은 평가를 받아온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현재 청와대에는 교육 분야 수석비서관이 없다. 정부 출범과 함께 이전의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을 없애고 대신 사회수석 산하 교육비서관만 뒀다. 당정청 간에 교육 현안을 논의하고 조율하는 기능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출범 당시 내세운 교육 분야 국정과제들이 표류한 근본적인 배경이다. 당초 10년 단위의 국가교육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설치한다고 했던 국가교육위원회는 국회에서 관련법이 표류하면서 설립 여부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위원회 출범에 앞서 대통령 자문기구로 만든 국가교육회의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유일하게 한 일이라고는 지난해 정시를 30%로 확대한 대입 개편안 공론화를 담당한 것뿐이다.

더 큰 문제는 주요 교육 현안을 일제히 미뤄놨다는 데 있다. 당초 2022년 전면 도입하겠다던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와 고교학점제는 시기를 2025년으로 미뤘다. 해결할 의지도 없고, 역량도 안 되니 아예 다음 정권으로 넘겨버린 것이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국정과제도 사실상 손을 놓아버린 상태다. 올해 지정 취소된 자사고들이 낸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여 당분간 지위를 유지하게 되면서 제동이 걸렸다. 자사고와 특목고 등 고교 서열화 문제를 해결할 고교체제 개편도 논의의 운은 띄웠지만 사실상 기약이 없다.

교육 전문가들은 위원회 출범을 기다릴 게 아니라 국가교육회의를 통해서라도 미래 국가교육을 설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과거 정부의 교육개혁위원회와 교육혁신위원회처럼 우리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과 담론을 만들어 다음 정부에 넘겨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본의 경우 국가교육개혁심의위원회에 교육뿐 아니라 산업, 고용, 복지, 노동 등 관련 부처가 모여 미래 사회에 필요한 교육의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들의 모토는 ‘살아가는 힘을 키우는 교육’이다. 말로만 4차 산업혁명을 외칠 게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국가교육회의가 교육의 큰 그림을 그리도록 지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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