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익성’ 상장 가능성 없는데도… 코링크, 무리하게 우회상장 시도

입력
2019.09.24 04:40
수정
2019.09.24 07:0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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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범동, 2015년 익성 기술에 눈독… 대외적으로 상장 가능성 부풀려 

 추진 어렵자 웰스씨앤티와 합병 후 ‘WFM 통해 우회상장’ 시나리오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의 사모펀드 투자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자동차 부품업체 익성을 압수수색했다. 20일 오후 충북 음성군 삼성면 익성 본사 모습.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의 사모펀드 투자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자동차 부품업체 익성을 압수수색했다. 20일 오후 충북 음성군 삼성면 익성 본사 모습. 연합뉴스

조국(54) 법무부 장관 일가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가 능력도 없는 투자기업 익성의 우회상장을 밀어붙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육성사업인 2차 전지를 테마로 한 주가조작에 익성을 앞세웠다가 상장이 어려워지자 또다른 투자기업 웰스씨앤티와 합병한 후 더블유에프엠(WFM)을 통해 우회상장하는 복잡한 시나리오를 짠 정황도 드러났다.

법조계와 금융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조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36ㆍ구속)씨가 코링크PE를 통해 2차전지 음극제 원천 기술을 보유한 익성에 눈독을 들인 건 2015년 경. 익성 관계자들은 검찰 조사에서 “조씨가 2015년쯤부터 익성의 2차전지 원천기술을 이용한 사업계획을 타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2016년 2월 코링크PE를 설립한 뒤로 익성의 상장을 본격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익성이 음극제 원천 기술 만으로는 상장할 공산이 적었다는 것. 현대차에 납품하는 자동차 부품업체가 2차전지 원천기술을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는 상장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게 당시 시장의 평가였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익성은 2015년부터 올해 1월까지 하나금융투자와 IPO 주관계약을 유지해왔지만 상장을 위해 진행된 건 없다”며 “상장을 밀어붙일 만한 기업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익성은 올해 1월 미래에셋대우와 기업공개(IPO) 주관계약을 신규로 체결하기까지 주관계약을 앞세워 상장 가능성을 부풀렸다. 익성 이모 회장은 2017년 말 2차전지 음극재 소재 관련 인터뷰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내년(2018년) 코스닥시장 입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코링크PE 내부 사정을 아는 관계자는 “익성이 직상장은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끊임없이 상장 분위기를 풍기고 다닌 건 다른 경로로 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코링크PE를 실질적으로 운영해 온 조씨도 이런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는 게 검찰이나 시장의 판단이다. 조씨는 상장이 어려워지자 2017년 중순 이후부터 익성을 조 장관 일가의 ‘블루펀드’ 투자기업 웰스씨앤티와 합병한 뒤 코스닥 상장 기업 WFM을 통해 우회상장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WFM 최모 대표도 최근 “익성을 웰스씨앤티와 합병해 상장하려 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가 익성의 상장을 추진하다 사정이 어려워지자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을 추진하는 등 무리수를 둔 배경으로 검찰은 ‘정부 육성사업인 2차전지 테마주를 이용한 주가조작’을 지목하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조씨나 코링크PE가 WFM의 허위공시를 통한 주가조작을 시도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링크PE의 실소유주는 정경심 교수”라는 조씨의 말을 들었다는 증언까지 나와 검찰의 펀드 수사가 조 장관 일가를 정면으로 겨냥할지 주목된다.

한편, 이날 WFM은 횡령ㆍ배임 혐의로 수사받고 있음을 공시했고,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WFM의 주권매매거래를 정지시켰다. 거래소는 15영업일 이내에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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