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협상, 난기류 속 내달 재협상은 계속

입력
2019.09.22 18:22
수정
2019.09.22 19:2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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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대표단, 미국 농가 방문 일정 돌연 취소 조기 귀국

트럼프, 단계적 ‘스몰딜’ 접고 ‘빅딜’로 강경 선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 연합뉴스

무역협상에 나선 중국 대표단이 미국 농장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조기 귀국했다. 양측은 19, 2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차관급 회담에 이어 내달 다시 만나기로 해 일단 협상의 동력은 살렸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단계적 합의인 ‘스몰딜’을 접고 다시 ‘빅딜’을 촉구하면서 난기류가 일고 있다.

인민일보와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 매체는 22일 “양국 대표단이 공동의 관심사인 경제 무역 문제에 대해 건설적인 토론을 했다”며 “관련 사안에 대해 계속 소통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이번 회담이 생산적이었다”며 “10월 고위급 회담에서 중국 측 대표단을 기대한다”고 짤막하게 밝혔다. 딱히 내세울 것이 없다 보니 양측 모두 미지근한 반응이다.

중국 대표단은 당초 23~25일쯤 미국의 중서부 곡창지대인 네브래스카주와 몬태나주의 농가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산 농산물 수출에 사활을 걸어 온 점에 비춰 양측의 오랜 앙금을 털어낼 상징적 행보로 기대가 컸다. 특히 중국이 지난주 미국산 대두와 돼지고기에 부과한 관세를 취소하고, 미국은 10월 1일로 예고한 추가관세를 보름 늦추는 등 양측은 분위기를 띄우는 데 안간힘을 써왔다. USTR은 협상에 맞춰 437개 품목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잠정적으로 면제하겠다고 밝히며 화해 제스처의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예상과는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중국은 우리 농산물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매우 큰 규모”라면서 “그렇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빅딜”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중국과 부분적인 합의가 아닌 완전한 합의를 원한다”면서 “(내년) 대선 이전에 합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앞서 12일 “중국과 중간 단계의 합의도 검토할 수 있다”며 스몰딜을 통해 일단 갈등을 봉합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과 상반된 태도다. 이틀간의 차관급 협상에서 미국이 원하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에 로이터통신은 “중국 대표단이 미국이 중시하는 지식재산권 보호, 강제 기술이전, 산업 보조금 등 핵심 이슈에 대해 아무런 새로운 제안을 내놓지 않았다”며 “중국은 미국이 추가 관세를 모두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전했다. 대만 왕바오도 “중국 대표단이 조기 귀국하면서 무역협상의 돌파구를 열기가 더 어려워졌다”면서 “중국 측은 일정 변경 이유를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무역협상에 대한 긍정적 목소리가 이전보다 커지고 있지만, 진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분석했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어차피 쉽지 않은 협상인 만큼 이견 해소보다는 양측이 계속 만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 대표단이 농장 방문을 취소한 건 협상이 난항을 겪어서가 아니라, 선거를 앞둔 미 국내 정치에 중국이 개입한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한 조치”라고 풀이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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