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속 부산울산경남, 사망 2명 등 피해 속출

입력
2019.09.22 10:24
수정
2019.09.22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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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택 붕괴로 숨지고, 강풍에 넘어지는 등 20여 명 사상

정전 발생에 해수욕장에 요트 떠밀려 오기도

공항, 항만, 국립공원 전면 통제도 잇따라

소방대원들이 붕괴한 노후 주택에 매몰된 70대에 대한 구조 작업을 진행했으나 매몰자는 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제17호 태풍 ‘타파’의 북상에 따라 태풍경보가 내려진 부산과 울산, 경남에도 사상자가 나는 등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부산과 울산에서는 사망 2명 등 10여 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21일 오후 10시 25분쯤에는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한 2층 단독주택의 기둥이 붕괴, 주택 일부가 무너졌다. 이 사고로 주택 1층에 살던 A(72)씨가 주택 잔해에 매몰돼 9시간여 만인 22일 오전 7시 45분쯤 숨진 채 발견됐다.

22일 오후 1시 15분쯤 울산시 울주군 온산항 유화부두 잔교 인근에서 선장 A(66)씨가 자신의 배가 표류 중이라는 연락을 받고 나와 선박 인양하기 위해 해경 경비함을 타고 가는 과정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졌다.

이날 오전 9시쯤에는 부산 연제구 거제동에서 오토바이 운전자 B(69)씨가 강풍에 넘어진 가로등에 부딪혀 상처를 입어 병원 치료를 받았고, 오전 9시 55분쯤에는 부산 수영구 한 아파트 자전거 보관소 지붕이 바람에 날려 지나가던 C(44)씨가 머리를 다쳤다. 오후 1시 13분쯤에는 수영구 민락동에서 길을 가던 D(81)씨가 강풍에 넘어져 경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고, 앞서 오전 10시쯤에는 사상구 괘법동의 한 공장에서 바람에 공장 문이 떨어질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이 안전 조치 중 부상을 입거나 태풍 피해 신고를 받고 출동하던 경찰관이 교통사고를 당해 다치는 등 부산과 울산에서만 2명이 사망하고, 20여 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최대순간풍속 시속 125∼160㎞(초속 35∼45m)의 강풍이 불어 각종 사고도 잇따랐다. 같은 날 오후 9시 51분쯤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한 목욕탕의 대형 유리창이 강풍에 깨져 인도로 떨어졌으나 인명이나 차량 피해는 없었다.

22일 오전 6시쯤에는 부산 남구 대연동 한 공사장에 임시로 세운 가설물이 강풍에 넘어지면서 전선을 건드려 주변 200여 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기는 등 정전 사태가 잇따랐고, 오전 7시쯤에는 사하구 감천동 한 주택에서 길이 15m 옹벽이 강풍에 넘어졌다.

22일 오전 부산 영도구 대평동 물양장에서 발생한 선박 접촉 사고. 부산해양경찰서 제공
22일 오전 부산 영도구 대평동 물양장에서 발생한 선박 접촉 사고. 부산해양경찰서 제공

오전 9시 46분 부산 영도구 대평동 물양장에 정박한 801t 러시아 원양어선이 옆에 계류된 다른 선박을 손상했고, 오전 11시 48분에는 같은 장소에서 부산 선적 248t 선박이 다른 어선들과 계속 부딪히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부산해경이 출동, 홋줄 보강 등 안전조치를 마쳤다.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30분까지 가로수가 쓰러지거나 유리창이 깨지는 등 의 수백 건의 각종 피해나 피해 우려 신고가 접수됐다. 이 중에는 강풍에 커피 자판기나 나무가 넘어지거나 간판이 떨어졌다는 신고가 많았고, 외벽이 무너졌다는 신고도 포함돼 있다.

하늘과 바다 길도 묶였다. 김해공항은 이날 국제선과 국내선 215편의 항공기가 결항했다. 부산항은 전날 오후 5시부터 선박 입항과 출항이 전면 중단됐으며 선박 수백여 척은 모두 안전한 곳으로 피항했다.

제17호 태풍 '타파'가 북상하고 있는 22일 오후 울산시 동구 일산해수욕장에 요트 등 배 2척이 강풍과 파도에 떠밀려 와 있다. 연합뉴스
제17호 태풍 '타파'가 북상하고 있는 22일 오후 울산시 동구 일산해수욕장에 요트 등 배 2척이 강풍과 파도에 떠밀려 와 있다. 연합뉴스

울산공항도 북상 중인 태풍 영향으로 22일 하루 뜨고 내리는 항공기가 모두 결항했다. 울산에 이날 오전 8시를 기해 태풍경보가 발효된 가운데 오전 8시 30분쯤 중구 우정동 한 건물의 외벽이 떨어져 차량 4대가 파손됐다. 오전 9시 50분쯤에는 북구 명촌동의 한 업체 건물 담벼락 5m 가량이 무너지고, 10시 55분쯤에는 북구 신현동 무룡터널 진입로에 토사가 유출되기도 했다.

22일 낮 12시 10분쯤에는 울산시 동구 일산동 일산해수욕장에서 강풍에 밀려온 것으로 보이는 요트 2척이 백사장에 좌초된 것을 시민들이 발견해 신고했다. 길이 10∼15m 크기의 요트들은 인근 일산항에 정박 중이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요트 안에는 사람이 없어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해경을 파악했다.

경남에는 이날 도내 18개 시ㆍ군에 태풍경보가 발효됐다. 이에 앞서 전날 오후 2시부터 경남의 지리산과 가야산 국립공원의 탐방로 전 구간이 탐방객 안전사고 우려 때문에 전면 통제되고 있다. 경남 곳곳에서도 가로수가 도로나 주택가로 넘어지거나 공장 자재, 간판이 강풍에 날린다는 신고가 소방당국에 잇따라 접수됐다. 이날 오후 1시 52분쯤 폭우로 남강이 불어나면서 진주시 내동면 한 암자에 고립된 시민 6명을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이 보트를 띄워 구조했다. 경남에서는 오후 6시쯤 김해시 한 호텔 인근 담장이 강풍에 무너져 행인 2명이 다치고, 사천시 동금동 한국전력 건물 인근에서 지붕 패널이 밑으로 떨어지면서 지나던 1명에게 상처를 입는 등 3명이 부상을 당했다.

부산=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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