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볼가스 레이싱 김재현 “그럼에도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입력
2019.09.22 09:32
볼가스 레이싱의 김재현이 우승 코 앞에서 좌절을 맛보았다.
볼가스 레이싱의 김재현이 우승 코 앞에서 좌절을 맛보았다.

지난 9월 1일, 강원도 인제스피디움에서 ‘강원 국제 모터 페스타’와 함께 펼쳐진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6라운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흐름으로 흘러갔다.

싱글 시터이자 소규모 팀인 볼가스 레이싱의 김재현은 연습, 예선 그리고 결승 초반까지 압도적인 수준의 퍼포먼스를 과시하며 관람객들의 기대감을 끌어 올렸다. 하지만 경기 중반, 김재현은 레이스카 문제로 서킷 위에 멈춰 섰고 그대로 경기를 포기해야 했다.

시간이 조금 흐른 후, 볼가스 레이싱의 김재현과 지난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Q 지난 6 라운드에 대한 소감이 궁금하다.

김재현(이하 김): 당연히 아쉬울 수 밖에 없고, 또 어이 없을 수 밖에 없는 결과였다.

하지만 지나간 건 지나간 것이고, 아직 세 경기가 남았기 때문에 팀원들 모두 상심을 뒤로 하기로 했다. 경기가 끝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팀원 모두가 앞으로의 세 경기에 집중하고자 한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더라도 경기가 끝나 버린 그 순간은 정말 너무나 아쉬웠고, 팀원들도 어이가 없는 걸 떠나 눈물이 날 만큼 아쉽고 쓰라린 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Q 스타트 상황에서 2위로 뒤쳐졌는데 그 상황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김: ASA 6000 클래스의 결승 스타트 상황에 대해 여러 이야기 있겠지만 다른 걸 떠나 스타트 상황에서 아트라스BX 모터스포츠 조항우 감독께 선두를 뺏긴 건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는 물론 팀원들 모두가 당황하거나 그러지도 않았다.

특히 선두를 바로 되찾아야 한다는 그런 다급함 보다는 우리 쪽의 페이스가 더욱 좋았기에 무리해서 추월을 하기 보다는 조항우 감독을 페이스 메이커로 활용하고, 그 뒤를 쫓기로 했다.

실제 연습 주행은 물론이고 예선 주행 및 웜업 주행 등을 통해 다른 선수들보다 확실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판단을 했고, 경기 초반에 선두를 내주더라도 차량 문제만 없다면 충분히 추월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Q 조항우 감독을 추월하는 상황을 설명한다면?

김: 추월 이후 조항우 감독의 뒤를 쫓다가 어느 순간 주행 페이스가 저하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팀에서도 이를 인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후방의 야나기다 마사타카 선수가 추격해오는 것 또한 확인했다.

실제 조항우 감독과 야나기다 마사타카 선수 등과 간격이 줄어 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팀이나 개인적으로 ‘압박’을 심하게 느끼진 않았다. 조항우 감독의 블로킹이 상당히 정교하고, 단단한 편이었지만 충분히 추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야나기다 마사타카 선수와의 간격이 줄어들며 '추월을 해야하는 상황'이 됐고, 주행 페이스를 높이며 조항우 감독의 빈틈을 노렸다. 이 떄 조항우 감독의 경륜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레코드라인과 블록 라인을 정말 절묘하게 '걸쳐 달리는' 드라이빙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조항우 감독의 주행을 보고 있으니 1-2번 코너 외에는 추월 포인트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이에 1번 코너에서 과감한 진입, 그리고 2번 코너에서 ‘관성’으로 코너 밖으로 밀리는 상황을 틈타 안쪽을 파고드는 ‘승부’를 걸었다. 아슬아슬했지만 추월에 성공하며 선두를 되찾을 수 있었다.

Q 선두를 되찾은 후 갑자기 레이스카가 멈춰섰다.

김: 선두를 되찾은 후에 다른 차량들과의 기록을 확인했는데, 충분히 빠른 상황이었기 때문에 페이스를 높여 주행을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 이에 따라 경기 후반을 위해 타이어를 아끼기로 했다. 실제 팀에서도 무전을 통해 '연석 사용'을 최소로 줄이라는 지시가 다만 그렇게 선두를 유지하던 중에 문제가 발생했다.

참고로 방송에서 캐스터 및 해설위원 분들이 이야기했던 차량의 컨디션 문제는 전혀 아니다. 수온, 유온은 물론이고 엔진의 기본적인 하드웨어 등도 모두 정상적인 상태였다. 그냥 말 그대로 차량이 형광등이 꺼지는 것처럼 모든 기능이 오프(off)가 된 것이다.

현재까지 도출된 결론은 배선 및 ECU 등과 같은 전기적인 부분으로 파악됐다. 주행 중 원인 불명으로 메인 ECU가 다운되어 버려 마치 EMP의 영향을 받은 전자기기처럼 모든 기능이나 작동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현재는 다음 경기를 위해 모든 준비 및 정비가 끝난 상태다.

Q 점점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싱글 시터 팀의 어려움이 크게 느껴지는가?

김: 느껴지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예선이나 결승 등의 기록을 보면 서킷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전체적인 셋업이 완성되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데이터 확보의 어려움이 있고, 또 레이스카 자체가 적은 싱글시터에 작은 팀이지만 드라이빙 및 테크닉에 대한 이득희 코치와 섀시 및 타이어를 담당하는 키노시타 미츠히로 엔지니어의 존재, 그리고 팀원들의 모든 노력이 어느새 이렇게 완성도 높은 성과를 이뤄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이러한 팀워크 및 기량, 셋업은 단순히 최근에 완성도가 높아졌다기 보다는 시즌 초반부터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수준’이었다고 생각하고, 그 만큼 팀 내에서 겨울 동안 많은 준비를 한 결실을 얻은 것이라 생각한다.

Q 남은 경기 시즌 챔피언 향방에 김재현 선수가 키맨으로 뽑히고 있다.

김: 누군가는 시즌 챔피언을 결정하는 '캐스팅 보트'가 되었다고 하는데. 아직 우리 팀과 내 자신은 '챔피언'을 목표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경기의 리타이어로 인해 '난이도'가 높아졌을 뿐, 여전히 챔피언의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가오는 경기에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남은 두 경기를 준비하는 것을 내부 전략과 목표로 삼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캐스팅보트라기 보다는 '또 한 명의 경쟁자'로 평가 받고 싶다.

Q 끝으로 다음 경기는 개인 성적이 좋았던 KIC 상설 코스에서 펼쳐진다.

김: 맞다. KIC 상설 코스는 모터스포츠 데뷔 이후 꾸준히 좋은 성적과 좋은 결과가 이어졌던 곳이다. 스톡카 데뷔 이전에는 'KIC 상설에서 펼쳐지는 경기는 우승한다.' 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라 단언할 수 있는 장소다.

하지만 여기는 국내 최고의 클래스인 ASA 6000 클래스다. 게다가 각 팀의 전력이나 타이어의 차이 등 다양한 변수가 있기 때문에 쉽게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모두가 같은 조건이고, 모두가 우승을 노리고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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