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24시]일본 대입 영어민간시험 도입 앞두고 ‘공정성’ 논란

입력
2019.09.22 16:00
수정
2019.09.22 19:2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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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문부과학장관이 11일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문부과학장관이 11일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일본 문부과학성 홈페이지
일본 문부과학성 홈페이지

일본에서 대학입시제도의 변화가 수험생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2021년부터 도입되는 대학입학공통시험에 반영되는 공인된 영어 민간 시험 실시를 둘러싼 교육 현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전국고등학교교장협의회가 문부과학성에 영어 민간 시험 적용 연기와 제도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했고, 일부 교사와 고등학생들이 문부과학성 앞에서 중지나 연기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일본에선 우리나라의 수학능력시험에 해당하는 대입센터시험을 폐지하고 2021년 1월부터 대학입학공통시험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영어의 경우 수험생의 읽기ㆍ듣기ㆍ말하기ㆍ쓰기 등 4가지 능력을 종합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민간 시험을 적용키로 했다. 이 제도의 첫 대상자인 현 고등학교 2학년생들은 고3이 되는 내년 4~12월 실시되는 토플(iBT), 아이엘츠(IELTS), 케임브리지영어검정시험 등 7종류의 공인 민간 시험에 응시, 2회분의 성적을 제출해야 한다.

제도 발표 이후 제기돼 온 논란의 핵심은 ‘공정성’이다. 경제력과 지역 격차에 따라 민간 시험의 응시 기회가 공정하게 부여되지 못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민간 시험이 상대적으로 대도시에서 실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험장이 제한적인 지방 학생이 불리하다는 지적이 많다. 경제력이 있는 가정의 학생일수록 연습 삼아 여러 차례 응시할 가능성이 크다. 민간 시험 종류에 따라 회당 응시료가 5,800엔(약 6만4,000원)~2만5,000엔(약 27만5,000원)인 만큼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는 여러 차례 응시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지방 학생의 경우 시험을 치르기 위해선 인근 큰 도시로 나와서 시험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숙박비와 교통비 등 추가 비용이 들 수 있다. 공인 민간 시험들도 난이도와 평가 방법이 상이한 만큼 영어 성적이 공정하게 반영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지난달 문부과학성 조사에 따르면 민간 시험을 합격 여부 판정에 활용할지 결정하지 못한 대학이 30%에 이르는 등 대학 측 반응도 미온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험 일정이나 장소에 대한 구체적인 발표도 없이 일본영어검정협회가 내년 4~7월 실시하는 영어검정시험(S-CBT)의 예약 접수가 18일부터 시작됐다. 학생들이 원하는 시기나 장소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을지 불분명하고, 대학들도 성적을 합격 여부 결정에 활용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접수부터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신임 문부과학장관은 11일 예정대로 제도를 실시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재검토나 폐지가 오히려 더 큰 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낙도 지역 수험생에게 교통비 지원과 제도에 대한 설명회 개최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많다.

이와 관련, 아사히(朝日)신문이 6~7월 대학 761곳과 고등학교 4,686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대학 입시 담당자들의 65%, 고교 진학지도 담당자들의 89%가 민간 시험 적용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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