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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2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제10차 경기종합지수 개편결과와 '제11순환기 경기정점을 2017년 9월로 잠정 설정'한 것 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20일 국가통계위원회를 열어 우리 경제가 2017년 9월 정점을 찍은 후 하락하고 있다고 공식 판단했다. 하강 국면은 현재까지 24개월째 이어지고 있는데, 향후 6개월간도 하강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어서 외환위기 전후였던 1996년 29개월간 이어졌던 최장 하강 기록을 다시 작성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6월 정점 판단을 유보해 논란이 일었으나 이날 위원들의 만장일치로 경기 정점을 공표했다.

경기 정점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 정점이 공교롭게도 현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법인세ㆍ소득세 최고 세율 인상, 주 52시간 시행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던 시기이기 때문이다. 하강기에는 감세 등 경제 주체의 부담을 줄여줘야 하는데 정부의 오판으로 정반대 정책을 펼쳐 경기 하강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일부 제기됐다. 하지만 하강기일수록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정책이 꼭 필요하다는 학계의 주장도 만만찮아 일률적인 판단은 성급하다.

이런 책임 공방보다 더 시급한 것은 장기화하는 경기 침체 흐름을 뒤바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경기 순환주기를 보면 현재 주기는 2013년 3월을 저점으로 시작됐는데 이후 확실한 상승기 없이 정점과 저점 사이의 진폭이 매우 작았다. 이는 우리 경제의 활력이 눈에 띄게 약화했음을 의미한다. 전 세계가 장기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활로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날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은 우리 경제에 대해 6개월째 ‘부진하다’는 판단을 이어가며 최장 기록을 세웠다. OECD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1%로 낮추는 등 안팎의 전망이 모두 부정적이다. 특히 내년 세계 경제는 올해보다 더 나쁠 것이란 전망이 늘어나고 있다.

부분적인 통계 수치 개선을 근거로 “우리 경제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만 주장하기에는 상황이 심각하다. 경기 부진의 돌파구를 열 수 있는 부양책을 마련해 국민의 불안한 심정부터 다독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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