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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차량이 몰리는 도로에서는 가다서기를 반복하다 정체가 풀리면 속도를 높이면서 서로 ‘추월 경쟁’을 벌인다. ©게티이미지뱅크

추석과 설 연휴에는 많은 차량이 몰려 가다서기를 반복하다 정체가 풀리면 속도를 높이면서 서로 앞서가기 경쟁을 하기 십상이다. 곧 ‘추월 경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추월’은 ‘뒤에서 따라잡아서 앞의 사람이나 사물보다 앞서 나아감’의 뜻이다. 운전과 관련해 자주 쓰이지만 운동 경기에서도 ‘팀 추월’과 같이 쓰인다.

편도 4차선 고속도로의 경우 1차로 추월 차로, 2차로 승용차, 3차로 승합차, 4차로는 화물차가 통행하도록 지정하고 있다. 이런 내용을 도로 바닥에 크게 써서 운전자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해 두었다. 그런데 최근 고속도로를 이용하면서 눈에 띄는 것이 아직 일부지만 ‘추월차로’로 되어 있던 것을 ‘앞지르기’로 바꾼 점이다.

‘추월’은 ‘쫓다’의 ‘추(追)’와 ‘넘다’의 ‘월(越)’로 이루어진 한자어다. 한자 쓰기를 하지 않는 시대에는 이해가 쉽지 않고, 한글로 적으면 ‘추월(秋月)’과 헷갈릴 수도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앞지르기’로 순화하여 사전에 밝혀 두었으나 순화어보다는 ‘추월’이 많이 쓰인다. ‘추월금지’, ‘추월차로’는 보여도 ‘앞지르기금지’, ‘앞지르기차로’는 찾기 어려웠다. 기존 한자어보다 순화어가 길이가 배나 길어서 간결함이 생명인 도로 표지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추월차로’를 ‘앞지르기’로 바꾼 것은 앞으로의 국어 순화와 관련하여 눈여겨볼 점이다. 뜻 그대로 ‘앞지르기차로’라고 바꾸었다면 길어서 불편하겠지만 ‘차로’를 과감히 생략함으로써 의미를 쉽게 전달하면서도 인식에서 불리함이 없다. 오히려 ‘승용차 차로’라고 하지 않고 ‘승용차’로만 적은 것과 균형이 맞다. 고속도로 안내 표시의 작은 변화 덕분에 순화어 ‘앞지르기’의 정착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복 대구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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