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크기 설정

17일 돼지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경기도 파주시의 한 양돈농장에서 방역 당국 관계자들이 역학 조사 및 살처분 준비를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17일 경기 파주시에서 국내 최초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데 이어 경기 연천군에서도 발생 확진 농가가 나왔지만 감염원인과 경로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감염원으로 북한에서 넘어온 야생 멧돼지를 의심하고 있다. 멧돼지가 15㎞ 안팎까지 헤엄쳐 이동할 수 있는 만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996년 북한 멧돼지가 헤엄쳐 넘어와 연평도에 나타난 적이 있다. 죽은 멧돼지가 물에 떠내려왔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환경부는 파주 농장의 경우 야생 멧돼지에 의한 전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18일 밝혔다. 발생 지역 특성상 야생 멧돼지가 접근하기 매우 어려운 데다 농장도 야생 멧돼지가 들어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라는 것이다.

김해송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사무관은 “해당 지역은 신도시 인근 평야지대로 신도시와 신도시 개발지역, 높이가 낮은 구릉지로 둘러싸여 있는 데다 가까운 곳에 야생 멧돼지가 서식할 만한 산악 지역도 없다”고 설명했다. 또 “2㎞가량 떨어져 있는 한강과 농장 사이에도 차량 통행량이 24시간 끊이지 않는 자유로가 있어 북한에서 헤엄쳐 온 야생 멧돼지가 고속도로를 넘어 농장까지 도달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부연했다.

해외에서도 야생멧돼지가 사육돼지에게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옮긴 사례는 러시아에서 2건 보고된 것이 전부다. 이마저도 폐쇄식 사육장이 아닌 방목 방식으로 돼지를 키우는 농가에서였다. 국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된 야생 멧돼지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해 8월 이후 경기 북부 지역에서 수집한 멧돼지 시료 76건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다.

멧돼지가 아닌 다른 야생동물이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를 옮겼을 가능성은 없을까. 해외에선 멧돼지에 붙어 있던 물렁진드기가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전파한 사례가 유일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내륙이나 야생 멧돼지에게서 물렁진드기가 발견된 적은 없어 이 역시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다른 육식 동물이 사육장 안으로 들어왔을 가능성도 낮다. 환경부에 따르면 감염된 야생 멧돼지가 없는 상태에서 육식동물에 의한 2차 감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게다가 농장 외부에 울타리가 쳐져 있는 데다 사육장도 사방이 막혀 있는 시멘트로 구조물이어서 사육 돼지에게 인간을 제외한 다른 육식동물이 접근해 바이러스를 전파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환경부는 야생 멧돼지에 의한 감염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야생 멧돼지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발생 농가 주변 20㎢ 정도를 관리지역으로 설정하고 멧돼지 폐사체 및 이상 개체 발생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해당 농가와 인접 구릉지 1㎢에 대해선 출입을 금지하도록 했다. 경기 북부와 인천의 7개 시군에 대해서도 멧돼지 총기 포획을 중지하도록 요청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web_cdn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