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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0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국일보 주최 ‘경제주권을 말한다’ 토론회. 1부 ‘산업주권’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지난달 울림이 큰 전문가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일보가 마련한 ‘경제주권을 말한다’ 토론회였다. 이 토론회 사회를 맡으면서 새삼 우리 경제의 과제를 깨닫게 됐다. 한국 경제가 위기라고 하지만, 기업은 늘 위기에 놓여 있기 마련이다. 언제 위기가 아닌 적이 있는가. 크고 작을 뿐이다. 그런 위기에 대응하는 것은 ‘사람’이다. 위기를 위협으로 여기고 회피하면 관리자에 불과하고, 변화의 기회로 보면 기업가다.

한국 경제는 기업가들의 혁신으로 위기 때마다 활로를 찾았다. 지난 60년간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혁신의 계기로 삼았다. 1990년대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는 건설산업의 혁신 기회가 됐고, 이를 계기로 건설산업 글로벌화가 시작되었다. 쌍용건설은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호텔을 건립하고 싱가포르에서 9년 연속 건설대상을 수상하였다. 삼성건설은 아랍에미리트 부르즈 칼리파 빌딩 완공 등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게 되었다.

1997년 IMF위기는 대기업 혁신의 기회가 되었다. 당시 기업 구조조정으로 한보를 시작으로 30대 재벌 중 진로 해태 기아 뉴코아 등 17개가 해체되었지만, 아날로그 기술을 디지털 기술로 혁신하면서 삼성전자는 소니를 추월해 반도체 세계 1등이 됐다. 현대자동차는 세계 최고의 품질혁신의 기회로 삼았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중견기업들에 큰 위기가 되었지만 주성엔지니어링 고영테크놀러지 아모레퍼시픽 셀트리온 등과 같이 신시장과 신기술로 무장한 기업들이 글로벌시장에 우뚝 서는 기회가 되었다.

2019년 한국 경제가 위기라는 말이 또 나온다. 만약 그렇다면 그 위기는 중소기업 혁신의 기회가 돼야 한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중소기업 경쟁력 문제가 이슈화되었지만 낙담하기보다 경제주권 독립과 중소기업 기술을 혁신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기회로 만들어가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은 조립생산의 단순 파트너에서 아이디어 창출의 원천으로 변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과 혁신 방식을 기존의 경쟁기업과 경쟁하는 방식이 아닌 4차 산업혁명에서 기술혁신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 이미 우리보다 100년 앞서 축적을 시작한 일본의 카이젠형 장인기술과 직접 경쟁해서는 승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의 강점인 ‘스마트 아이디어’와 ‘스마트 공장’에 의한 미래기술로 승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통적인 기업의 생산요소를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노동ㆍ자본ㆍ토지 운용방법으로 바꾸어야 한다. 우선 중소기업의 노동 개념을 바꿔야 한다. 종업원을 힘에 의한 하드파워의 노동자가 아닌 아이디어와 창의성 중심의 소프트파워 사람으로 대우해야 한다. 미국의 성장하는 기업들은 젊은이로부터 힘의 노동이 아닌 그들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후하게 평가해 주고 있다. 시애틀에 본사를 둔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은 지난 여름 방학에도 아이디어 있는 대학생들을 인턴으로 구하기 위해 미 전역 대학을 찾아 다녔다.

둘째, 자본의 개념을 바꿔야 한다. 기계ㆍ설비ㆍ원료를 구입하는 실물로서의 자본을 넘어 미래의 기회에 투자하는 모험적 자본(벤처캐피털)으로 변신해야 한다. 셋째, 토지의 개념을 바꿔야 한다. 물리적 토지가 아닌 가상공간을 활용하는 토지의 시대가 오고 있다. 부동산으로서의 토지에만 투자하던 시대에서 온라인과 클라우드에 투자하고 활용하는 시대를 열어 가야 한다.

2019년 한국 경제를 다시 일으킬 힘은 ‘기업가 정신’이다. 대일 경제전쟁에서 ‘토종 풀뿌리’ 기업을 이끌고 기술 자립을 주도할 주인공은 그들이다. 탐욕적 자본가와는 차별되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혁신 영혼을 가진 이들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양극화, 진영논리, 고정관념에 빠진 한국의 출구도 창조적 파괴와 혁신을 중시하는 기업가 정신의 고양에서 찾을 수 있다. 경제를 뛰어넘어 사회 전반을 뜯어고치는 동력으로 기업가정신을 시민운동으로 추진할 때이다.

김기찬(가톨릭대 교수ㆍ전 세계중소기업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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