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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 2003년, 생방송으로 전국에 중계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거친 한 마디. 1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두고두고 회자되는 장면이다. 젊은 검사들과 만나 ‘계급장’을 떼고 허물없이 검찰 개혁 방안을 토론해보겠다고 만든 자리였지만, 갈등의 골만 깊게 패인 채 끝이 났다. “취임 전에 지청장에게 청탁 전화를 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등 잔뜩 날이 서 공세를 펴는 검사들의 벽은 그만큼 높았다.

막 취임한 조국 법무부 장관이 검찰 개혁과 관련한 일선 검사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검찰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검사와 직원들의 의견을 직접 듣겠다는 취지인데, ‘2003 어게인‘이라고 할 법하다.

조 장관이 이달 중 추진하겠다고 밝힌 ‘검사와의 대화’는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상명하복식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 평검사와 직원들의 목소리를 먼저 듣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조 장관은 앞서 지난 14일 상사의 폭언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홍영 검사의 묘소를 찾아 “검사 교육과 승진 문제를 살펴보고 특히 다수 평검사의 목소리를 듣고 교육과 승진 과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과연 조 장관의 뜻대로 젊은 검사들은 조 장관 검찰개혁 행보에 우군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노 전 대통령의 쓰라린 경험을 다시 되풀이하게 될까. 검찰 수사의 칼끝이 부인 정경심씨를 넘어 조 장관을 향해 오고 있는 상황에서 여건은 당시보다 더 나쁠 수 있다는 얘기들도 나온다.

[저작권 한국일보]

김용식PD yskit@hankookilbo.com

강희경기자 kstar@hankookilbo.com

노희진 인턴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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