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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들은 고사리손으로 아빠의 허리를 토닥토닥 두들기더니, 안되겠다 싶었는지 “아빠, 내가 발 마사지 해 줄게요.”라며 아빠의 허리를 발로 꾹꾹 밟기 시작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지난주는 추석 명절이었다. 명절이라고 평소 안 하던 음식 준비를 한 아빠가 지쳐보였는지 어린 아들은 고사리손으로 아빠의 허리를 토닥토닥 두들기더니, 안되겠다 싶었는지 “아빠, 내가 발 마사지 해 줄게요.”라며 아빠의 허리를 발로 꾹꾹 밟기 시작했다. 어린 아이가 발로 허리를 직접 밟는 건 어디서 본 걸까? 아빠가 이내 “○○아, 발 마사지면 아빠 발을 주물러줘야지.”라고 했더니, “아냐, 내가 발로 하니까 이것도 발 마사지지!”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가 흔히 쓰는 ‘발 마사지’라는 말은 대부분 ‘발을 주무르는 일’, 다시 말해 마사지의 대상이 ‘발’인 것을 뜻한다. 그런데 간혹 손이 아닌 발로 등이나 허리 등을 지압하는 경우도 본다. 아마 어릴 적 엄마 허리를 발로 밟아드린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마사지를 이야기할 때 보통 ‘얼굴 마사지’, ‘두피 마사지’ 등과 같이 마사지 받는 대상과 결합하여 ‘○○ 마사지’라는 표현을 많이 쓰기 때문에 ‘발 마사지’라 하면 당연히 ‘발을 대상으로 하는 마사지’를 떠올리지만, 단어의 일반적인 결합 관계를 생각해보면 ‘발로 하는 마사지’를 ‘발 마사지’라 칭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린 아이는 이러한 언어적 직관을 통해 발로 밟는 마사지를 ‘발 마사지’라고 한 것이다.

기존의 두 단어가 합쳐져 새로운 말을 만들어 낼 때, 표면적으로는 ‘A+B’의 구조이지만 의미상으로는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호두과자’는 ‘호두가 들어간 과자’이기도 하고, ‘호두 모양의 과자’이기도 하다. 물론 ‘호두가 들어간 호두 모양의 과자’이기도 하다. 어떻게 해석될지는 실제 단어의 쓰임과 가장 관련이 깊지만, 언어적 관점으로만 보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이 참 재미있다.

이유원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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