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수술 후 생기는 림프부종, 정맥 문합술로 치료 가능”

입력
2019.09.17 05: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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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제 이대목동병원 성형외과 교수 인터뷰

우경제 이대목동병원 교수는 ‘유방암 수술 후에 적지 않게 림프부종이라는 수술 후유증에 시달리는데 ‘림프관 정맥 문합술’을 시행하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이대목동병원 제공
우경제 이대목동병원 교수는 ‘유방암 수술 후에 적지 않게 림프부종이라는 수술 후유증에 시달리는데 ‘림프관 정맥 문합술’을 시행하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이대목동병원 제공

우리나라 여성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인 유방암은 5년 생존율이 90% 이상이다. 문제는 유방암 수술 후 15~20% 정도는 후유증인 림프부종으로 시달린다. 부인과 종양 수술 후에도 생길 수 있다. 암은 완치돼도 수술 후 생긴 팔·다리 림프부종으로 평생 고생해야 한다.

암 수술 시 암세포를 완전히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게 림프절을 함께 잘라내야 하기에 림프계 손상으로 림프액이 흐르지 못하고 고여서 림프부종이 생긴다. 림프부종은 가려움, 움직임 축소 등 신체 불편뿐만 아니라 우울감, 자신감 저하, 대인기피증 등 정신 문제도 일으킬 수 있다.

림프부종은 재활치료나 보조용품을 이용한 보조적 방법으로 부종을 완화하는 것이 목표이지만 최근 근본 치료가 가능해졌다. 이대목동병원 림프부종센터가 2018년 6월 도입해 시행 중인 ‘림프관 정맥 문합술’이 바로 그것이다.

림프부종 수술을 전담하고 있는 우경제 이대목동병원 성형외과 교수를 만났다. 우 교수는 “림프관 정맥 문합술은 림프절 절제로 림프액이 빠져나가는 길이 막혀 있는 상태에서 정맥을 통해 빠져나가는 길을 만들어 줌으로써 림프관 기능을 회복해 주는 수술로 전 세계적으로 점점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고 했다.

-림프부종을 설명하자면.

“림프부종은 림프액의 이동 능력과 여과 능력이 줄고 신체 보상장치로도 림프순환이 되지 않아 팔이나 다리 등에 생기는 부종을 말한다. 근육과 피부 사이의 진피층에서 나타나며 단백질이 많은 림프액이 신체의 어느 부위에도 비정상적으로 축적돼 생긴다. 발생 원인은 상당히 다양한데 암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감염에 인한 림프계 손상 등으로 생길 수 있고, 선천적으로 유전자 형성 과정에서 손상돼 발생할 수도 있다.

림프부종은 암 종양처럼 진행성 질병이어서 병기(病期)를 나눈다. 병기를 나누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국제림프학회(ISL)의 0~3기로 나누는 방법이 가장 많이 쓰인다. 0기는 림프 순환에 장애가 있지만 실제로 붓지는 않은 초기 단계, 1기는 부었지만 압박 치료로 호전된 단계, 2기는 섬유화가 진행돼 딱딱해지면서 압박치료로도 호전이 없는 단계, 3기는 피부를 포함한 전체 조직이 딱딱해진 단계를 말한다.”

-림프부종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유방암 수술을 받은 환자 누구에게나 미세한 림프부종이 잠시 나타날 수 있다. 환자의15~20% 정도는 생활하기 불편하거나 미용적으로 보기 좋지 않은 림프부종이 생긴다. 손이 붓고, 뻐근하거나 누르는 듯한 느낌이 들거나, 터질듯한 팽만감을 느끼거나, 팔이 두꺼워지거나, 팔의 감각이 제대로 느끼지 않는 등의 이상 증상이 생긴다.

이를 예방하려면 부종이 생기면 누워 있을 때에는 팔을 심장보다 높게 들고 무거운 물건이나 핸드백을 들지 말고 되도록 가방을 메지 말아야 한다. 또한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하며, 상처가 생기면 즉시 치료를 받는다.

정원이나 주방에서 일을 할 때는 반드시 장갑을 끼는 것이 좋다. 부종과 피부 색깔, 온도 등을 매일 확인해야 한다. 균형 잡힌 저염식과 섬유질이 많은 음식으로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발진이나 수포, 열감이 생기면 주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주사를 맞거나 혈압 측정은 건강한 팔로 하고 꽉 죄는 옷이나 시계, 반지 등을 착용하지 말고 과격한 운동도 삼가야 한다. 외출할 때는 다치거나 벌레에 물릴 수 있으므로 긴 소매 옷을 입는다.”

-림프부종은 수술로 고칠 수 있나.

“림프관 기능이 남아 있다면 ‘림프관 정맥 문합술’을 시행할 수 있다. 이 수술은 림프절을 절제함으로써 림프가 빠질 수 있는 길이 막혀 있다면 림프관과 정맥을 연결해 정맥을 통해 림프액이 순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수술 전에 림프관 카메라를 통해 림프관 위치를 확인하고 그 위치의 피부를 2~3㎝ 정도 절개한 뒤 피부 바로 아래에 있는 림프관을 찾아 현미경을 보면서 피부와 정맥에 연결한다. 보통 3곳 이상을 진행하는데 보통 4시간 정도 걸린다. 수술 후 통증이 거의 없고 회복이 빠르기에 2~3일 정도만 입원하면 된다. 수술 후 2주간은 무리한 활동만 피하면 일상생활은 가능하다. 입원과 수술 비용은 건강보험이 적용되기에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림프부종은 진행성이고 만성적 질환이므로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수록 치료 효과가 높아 부종이 생겼을 때 즉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아직 이런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아 많은 환자가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안타깝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우경제 이대목동병원 성형외과 교수. 이대목동병원 제공
우경제 이대목동병원 성형외과 교수. 이대목동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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