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 먹고, 영화 ‘강철비’ 보고”…‘범털’ 수감자의 한가위는?

입력
2019.09.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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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ㆍ최순실 3번째 옥중 추석…양승태 보석, 임종헌 남아 

 추석 당일 절편ㆍ과일 등도 제공…보라미 방송 특선 영화도 상영 

박근혜 전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
박근혜 전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

수감자들에게도 어김없이 명절은 돌아온다. 각 구치소 및 교도소에 수감된 사회 고위층, 이른바 ‘범털’들의 명단은 올해 상반기 다사다난했던 사건과 저마다의 사정들로 달라졌다. 이들은 어떤 한가위를 보내게 될까.

 ◇국정농단ㆍ사법농단 사건부터 전직 국정원장ㆍ경찰청장까지 

‘범털 집합소’라 불리는 서울구치소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3번째 옥중 추석을 맞는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지난 2017년 3월 수감된 박 전대통령은 항소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그는 지난달 29일 대법원이 이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다시 지난한 재판 과정도 거치게 됐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선 추석 연휴가 끝나기만을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연휴 직후 외부 병원 입원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앞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2차례 형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지만 법무부는 외부 병원 치료가 필요하다고 11일 결정했다. 박 전 대통령은 오는 16일 구치소를 벗어나 어깨 통증 관련 수술을 위해 외부 병원 입원 절차를 밟는다.

서울구치소에서 보석으로 풀려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서재훈 기자
서울구치소에서 보석으로 풀려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서재훈 기자

같은 성격의 사건인데도 풀려난 사람과 계속 수감돼 추석을 맞는 사람들은 심경이 남다를 법 하다. 우선 사법농단 사건 구속 1호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지난 5월 구속 기간이 연장돼 구치소에서 추석을 보내게 됐다. 그와 함께 재판에 넘겨졌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7월 보석으로 석방되면서 임 전 차장은 더욱 쓸쓸한 명절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으로 같이 기소됐던 이병기ㆍ이병호 전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6월 구속 기간 만료로 풀려난 가운데, 남재준 전 원장만 홀로 남게 됐다.

정보경찰 정치개입 의혹으로 지난 5월 구속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이곳에서 첫 명절을 맞는다. 다만 경찰의 댓글 여론조작을 지휘한 혐의로 수감됐던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지난 4월 보석으로 나오게 되면서 본의 아니게 ‘바톤 터치’한 셈이 됐다.

서울동부구치소의 범털들도 쓸쓸한 추석 연휴를 보내게 됐다. ‘비선실세’ 최순실씨는 3번째 추석을 맞는다. 박 전 대통령과 같이 지난달 말 상고심이 파기환송 되면서 서울고법에서 또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이곳에 수감돼 있다. 김 전 실장은 지난 2월 심장 통증을 호소하며 재판부에 구속 집행 정지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구치소 측에서 돌연사를 염려하며 의견서를 내기도 할 정도로 김 전 실장의 건강은 많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보석 석방돼 자택에서 명절을 보낼 예정이다. 다만 공교롭게도 이 전 대통령이 풀려난 지 2개월 만에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뉴스1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뉴스1

서울남부구치소에서 안양교도소로 이감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경우 9일 상고심에서 성폭행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형이 확정돼 기결수 신분으로 전환됐다. 서울구치소 등에 국가정보원 뇌물로 수감됐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입소했던 이우현ㆍ이완영 전 자유한국당 의원도 최근 형이 확정돼 의원 직을 상실하면서 우울한 명절을 지내게 됐다. 형이 확정된 만큼 교도소로 이감됐을 것으로 보인다.

 ◇교정시절은 추석 특식에 윷놀이도 준비 

법무부 교정본부에 따르면 서울구치소는 추석 당일 아침으로 떡국ㆍ무말랭이 무침ㆍ김자반ㆍ배추김치를 제공한다. 점심은 소고기해장국ㆍ어묵채소볶음ㆍ생양파쌈장ㆍ깍두기를, 저녁은 북어맑은국ㆍ닭조림ㆍ마늘장아찌ㆍ배추김치를 배식할 예정이다. 동부구치소 수감자들은 아침 우렁살시락국ㆍ오징어미나리초무침ㆍ배추김치, 점심 미더덕청국장찌개ㆍ오이지무침ㆍ두부김치ㆍ깍두기, 저녁 사골우거지국ㆍ오징어볶음ㆍ조미김ㆍ유제품을 먹게 된다. ‘민족 대명절’ 추석인 만큼 법무부는 종교단체 등으로부터 받은 절편과 과일 등도 연휴 중 특식으로 전 수용자들에게 나눠줄 방침이다.

이와 함께 교정시설 통합교화시스템인 ‘보라미 방송’에서는 추석 당일 국내영화 ‘강철비’를 특선영화로 상영한다. 연휴 중 외화 ‘머니몬스터’, ‘본 레거시’도 방영할 예정이다.

법무부는 추석 당일 아침 전국 교정시설에서 합동 차례를 지내고, 고령자 위로행사 및 윷놀이ㆍ제기차기 등 다양한 교화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연휴 마지막 날에는 접견 횟수와 관계없이 누구든 당일 접견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모범 수형자에 한해서는 4박 5일 귀휴 및 가족접견 등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미결수인 범털들은 독방에서 TV, 책을 보고 운동을 하거나 다음 재판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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