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당직ㆍ개각 단행…측근ㆍ강경 우파 중용

입력
2019.09.11 13:36
수정
2019.09.1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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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갈등 심화 우려 ‘포스트 아베’ 고이즈미 신지로 깜짝 발탁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비아리츠=AP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비아리츠=AP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1일 개각과 주요 당직 개편을 단행했다. 측근들을 요직에 기용해 개헌 등 주요 과제의 안정적인 추진을 위한 친정체제 강화가 특징이다. 새롭게 발탁된 각료 중에는 강경 우파가 적지 않아 악화일로인 한일갈등이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

각료 19명 중 아소 다로(麻生太郞) 재무장관 겸 부총리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만 유임됐고 17명이 교체됐다. 두 사람은 2012년 12월 아베 총리의 2차 집권 이후 7년째 중용되고 있다. 기존 각료 중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전 경제재생장관이 외무장관으로, 고노 다로(河野太郞) 전 외무장관이 방위장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에 첫 입각한 각료는 13명으로, 70여명에 이르는 당내 ‘입각 대기조’(참의원 3선ㆍ중의원 5선 이상 중진)의 불만 해소와 파벌 안배를 염두에 둔 것이다. 이 가운데 만 38세의 ‘포스트 아베’ 후보로 대중적 인기가 높은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환경장관의 발탁이 눈에 띈다. 아베 총리가 개각에서 강조한 ‘안정과 도전’ 중 ‘도전’을 상징하는 인물로 등용했다. 고이즈미 장관은 전후 각료 가운데 오부치 유코(小淵優子ㆍ입각 시 만 34세), 노다 세이코(野田聖子ㆍ만 37세) 전 장관에 이어 세 번째로 젊은 장관이 됐다. 남성 장관 중에는 전후 최연소다.

주요 포스트에는 측근들을 중용해 ‘안정적인 정권기반 유지’를 꾀했다.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전 세대형 사회보장’ 추진을 위해 측근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자민당 총무회장을 후생노동장관으로,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관방부(副)장관을 경제재생장관으로 기용했다.

측근 중에는 강경 우익 성향 인사들도 적지 않다. 최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장관은 2012년 12월 아베 2차 집권 이후 당 총재 특별보좌관으로서 교과서에 위안부 문제와 난징(南京) 대학살 등의 기술방식을 문제 삼는 등 우경화에 앞장섰다. 문부과학성이 독도 영유권과 일본군 위안부, 강제징용에 대한 기술 등 교과서 검정의 소관 부처라는 점에서 향후 교과서를 둘러싼 한일갈등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 그는 최근 대(對)한국 수출 규제 강화에 대해서도 “군사전용이 가능한 물품이 북한으로 흘러갈 우려가 있다”며 근거 없이 북한 관련설을 제기한 바 있다.

재등용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무장관은 2014~2017년 총무장관으로 재직 시 현직 각료로서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한 극우 인사다. 식민지 지배와 침략 전쟁을 사과한 무라야마(村山) 담화에 대해 “침략이란 표현이 들어간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인구 증가 대책 관련 특임 장관인 일억총활약 담당 장관과 영토 담당 장관을 함께 맡게 된 에토 세이이치(衛藤晟一)는 지난달 “과거 일본에선 한국을 매춘관광으로 찾았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도마에 올랐다.

측근은 아니지만 스가와라 잇슈(菅原一秀) 경제산업장관도 논란의 대상이다. 2016년 한 주간지에 애인과 하와이 여행을 간 사실이 보도됐는데, 당시 27세의 애인에게 “여자는 25세 이하가 좋다. 25세 이상은 여자가 아니다”는 폭언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위안부의 강제연행을 인정한 고노(河野) 담화 수정을 요구했고, 헤이트 스피치 규제 법안에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번 개각에선 지난해 당 총재 선거의 경쟁상대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이 이끄는 파벌 인사들은 배제됐다. 또 여성 각료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무장관과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출신의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올림픽장관 2명에 불과했다.

당 4역에는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이 유임됐다.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올림픽장관이 총무회장,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당 헌법개정추진본부장은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새로 임명됐다. 아베 총리의 당 총재 4 연임론(총리 임기 연장)을 거론해 온 니카이 간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만약 아베 총리가 그런 결심을 하면 국민의 뜻을 따르는 형태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시다 정조회장도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개헌과 관련해 “당의 일원으로서 분위기를 만들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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