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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욱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1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별 어려움 없이 취임한 신임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앞에 놓인 임무는 막중하다.

첫째, 국회에 계류된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도록 해야 한다. 개정안은 일부 담합에 대한 전속고발권 폐지 등 논란도 많지만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불공정거래 금지를 청구할 수 있는 사인의 금지청구권 제도 도입,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의 명문화, 정보교환에 의한 담합 규제 등 피해자 구제수단의 다양화, 피 조사기업의 방어권 강화, 새로운 담합 유형의 규율 등 시급하고 중요한 개정 사항들이 잘 망라돼 있다. 따라서 신임 공정위원장은 여야 의원들을 적극 설득해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둘째,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보다 경쟁적이 되도록 구조적 개선 노력을 해야 한다. 김상조 전 위원장은 상생 또는 ‘갑을 문제 해소’를 위해 하도급ㆍ가맹 등 분야의 제도 개선 및 위반행위 시정, 재벌기업의 일감몰아주기 조사ㆍ시정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나름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들은 병의 근본 원인은 놓아둔 채 증상만 치료한 것과 같다. 갑을 관계 같은 행태가 나올 수밖에 없는 근본 원인인 독과점적 시장구조에 대한 개선 노력이 상대적으로 미흡했다고 여겨지는 이유다. 시장구조가 보다 경쟁적이 되어서 더 많은 거래처가 생기게 된다면 유통업자나 납품업자의 협상력도 강화되고 ‘갑’의 불공정행위도 줄어들게 될 것이므로 ‘갑을 문제’에 대한 근원적 대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독과점적 시장구조가 형성될 우려가 있는 기업결합에 대한 심사 강화, 독과점적 시장구조가 장기화된 시장의 진입장벽 해소 등 구조개선 방안 마련, 각종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행태적 시정 조치 시 그 원인이 되는 시장구조의 분석 및 개선방안 마련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시장구조 개선방안은 마련하기 힘들고 그 시행에는 관계부처 동의가 필요하므로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KDI 등 연구기관과 협력하고 공정거래조정원의 연구역량을 활용하여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주재의 규제개혁회의에 개선방안 상정, 공청회를 통한 여론 조성, 공정거래법에 규정된 관계부처에 대한 시장구조 개선방안 의견 제시 권한의 적극 활용 등 꾸준하고 중장기적인 노력이 중요하다.

셋째, 기업의 활력 제고와 기업 부담의 완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경제는 지금 저성장의 고착화, 기업투자 및 수출의 부진,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등 외우내환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업무는 기업 부담을 가능하면 줄여 주고 시장 활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기업에 대한 공정위 조사를 가능한 한 최소화하고, 과징금 등 시정 조치 부과에 있어 기업 부담을 합리적 방향으로 조정하며, 조사 중인 사건을 조속히 마무리하여 법 위반 여부에 대한 불확정 상태를 가급적 빨리 해소시켜 주는 것이 필요하다. 당초 기업 부담 완화 등을 위해 도입된 동의심결제도가 과도한 기금적립 의무화, 해당 기업 ‘봐주기’ 비난 우려 등의 이유로 잘 이용되지 않고 있는데, 기업결합 사건이나 불공정거래 사건 등에서 동의심결제도를 활용하여 기업 부담을 덜어 주고 법적 불확정 상태를 조속히 해소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법 위반 사건의 심결 과정에서 기업의 효율성 추구 동기를 충분히 고려하고 경제분석을 강화하는 것도 기업 부담을 완화하고 독립규제위원회로서의 공정위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조성욱 위원장은 경제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학자이므로 시장과 기업에 대한 이해가 높다고 보여진다. 조 위원장이 시장과 기업에 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당면 과제를 잘 선정하고 마무리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병배 공정거래실천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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