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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 김신욱과 손흥민이 9일 오후(현지시간)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 코페다그 경기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아시가바트=뉴스1

‘고공 폭격기’ 김신욱(31ㆍ상하이 선화)이 마침내 파울루 벤투(50) 감독 체제 대표팀에서 처음 그라운드를 밟았다. 경기 종료 10여분 전 투입돼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탈(脫)아시아’급 체격과 높이로 상대 수비진을 완전히 압도하는 활약을 펼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신욱은 11일(한국시간)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의 코페트다그 스타디움에서 끝난 투르크메니스탄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1차전에서 후반 37분 황의조(27ㆍ보르도)를 대신해 투입되며 ‘벤투호 데뷔전’을 치렀다. 한국은 전반 13분 나상호(23ㆍFC도쿄), 후반 37분 정우영(30ㆍ알사드)의 연속 골로 2-0 승리를 거두고 승점 3점을 쌓았는데, 꽉 막힌 듯했던 후반 공격은 김신욱이 투입되면서 활로를 찾기 시작했다.

그간 빌드업을 기초로 하는 벤투 감독의 전술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명단에서 계속 제외됐던 김신욱은 중국 무대 진출 이후 물오른 득점력을 증명하며 벤투호에 승선했다. 지난달 9일 중국 프로축구 슈퍼리그 상하이 선화로 이적한 그는 정규리그 6경기와 FA컵 1경기 총 7경기에서 8골 4도움을 기록하는 등 벤투 감독이 ‘안 뽑기 어려울 정도의’ 맹활약을 펼쳤다.

김신욱은 강력한 밀집수비 전략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2위 투르크메니스탄을 흔들 비장의 카드로 여겨졌지만, 벤투 감독이 이날 먼저 선택한 원톱 공격수는 황의조였다. 그러나 황의조는 이날 전후반 내내 상대 수비에 꽁꽁 묶이며 고전했다. 벤투 감독은 결국 1-0으로 앞서던 후반 37분 김신욱 카드를 꺼내 들었고, 효과를 봤다. 5일 조지아와의 평가전에도 나서지 못했던 김신욱은 이날 교체 투입된 뒤 그간의 벤치 설움을 떨치려는 듯 상대 수비진을 휘저었다. 특히 후반 종료 직전 두 차례 헤딩 경합은 그가 벤투 감독으로부터 왜 선택받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헤딩을 위해 골문 쪽으로 뛰어든 김신욱은 공중에서 공을 잡아낸 상대 골키퍼까지 골문으로 밀어 넣는 괴력을 보이기도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투지는 물론 위치선정, 헤딩 경합 능력을 보여주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높이를 의식한 상대 수비진이 김신욱에게 달려들자 다른 선수들 앞에 공간이 생기는 모습도 보였다. 새로운 전술 핵심카드로서의 가능성을 보인 셈이다.

경기 후 김신욱은 “골을 못 넣어 개인적으로는 아쉽지만, 힘든 원정에서 이긴 게 중요하다”면서 “이번 소집 내내 감독님으로부터 많은 배려를 받았다. 경기를 뛰든 뛰지 않든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또 “경기장 안이든 밖이든 대표팀이 승리하는 데 좋은 역할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첫 승을 기록한 태극전사들은 일단 소속팀으로 돌아간다. 벤투 감독은 다음 달 10일 스리랑카와 홈경기, 15일 북한과 평양 원정경기를 앞두고 새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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