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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이 결정된 9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대검찰청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윤 총장은 이날 간부들과 식사를 하며 ‘정치적 중립’과 ‘법과 원칙에 따른 공정한 수사’를 강조했다고 한다. 과연 윤 총장이 얘기하는 ‘공정’ ‘정치적 중립’이 현실 수사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걸까. 이한호 기자

국회의원, 도지사 등 선출직 고위공직자의 비위 수사는 아무리 고소ㆍ고발이 난무해도 선거 이후에 이뤄진다. 정치적 중립을 의심받을 수 있어서다. 윤석열 검찰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특수부 검사들을 총동원해 수십 곳을 압수수색했다. 후보자 부인을 조사도 없이 기소했다. 사상 초유의 일이다. 국회 검증을 무력화한 ‘정치 개입’이라는 의심을 살 만하다. 임은정 부장검사는 “어떤 사건은 1년3개월이 넘도록 뭉개면서 어떤 고발장에 대해선 특수부 화력을 집중해 파헤치는 모습은 역시 검찰공화국이다 싶다”고 비판했다.

□ ‘검찰의 특별수사 축소’는 문재인 정부 검찰 개혁안의 주요 내용이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 특별수사 기능이 오히려 비대해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폐지된 대검 중수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특수통인 윤석열 검사장이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대한민국 검찰은 특수부 세상이 됐다. 서울중앙지검 지휘부와 특수부가 ‘윤석열 키즈(kids)’로 채워졌고, 법무부 검찰국장 등 인사ㆍ기획부서 요직까지 특수통이 장악했다. 현 정부가 국정농단을 비롯한 적폐청산 수사를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의존한 결과다.

□ 검찰의 권한은 막강하다. 의혹만으로 수사에 착수할 권리, 죄가 있어도 깔아뭉개고 기소하지 않을 권리, 피의사실을 마구 흘려 개망신을 줄 권리…. 기소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무차별 압수수색과 줄소환, 저인망식 별건 수사를 동원한다. 김학의 사건처럼 제 식구 비리에는 눈 감고 무고한 죄인이 나와도 책임지지 않는다. 자체 감찰 외에 견제와 균형은 작동하지 않는다. 검찰 비리를 수사하는 공수처 설치, 주요 사건 기소 여부를 국민이 판단하는 기소대배심제, ‘수사청’과 ‘기소청’으로 검찰 조직 분리 등 검찰 개혁이 절실하다.

□ 윤석열 총장이 조국 장관 임명 이후 대검 간부들에게 ‘정치적 중립’을 강조했다고 한다. 검찰이 정권 눈치 보지 않고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건 중요하다. 정권도 검찰을 충견으로 쓰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그렇다고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멋대로 행사하는 게 ‘정치적 중립’은 아니다. 검찰이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 드는 ‘법과 원칙’은 검찰 조직이나 특정 정치세력이 아닌, 국민을 위해 행사돼야 한다. 검찰 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 장치를 만드는 게 시급한 이유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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