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크기 설정

[조국 사태, 무엇을 남겼나] <1> 땅에 떨어진 공정ㆍ정의의 가치
“위법보다 나쁜 것이 편법… 도덕성 잣대 자신에는 면제” 분노
전문가 “청년층 요구, 우리 사회에 어떻게 구체화할지 모색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 등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조국 신임 장관이 문대통령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류효진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 인사 검증 과정에서 개인의 도덕성, 자질 시비와 연관해 정치ㆍ사회적 갈등과 논쟁이 빚어졌습니다. 더러는 누적된 사회 현안이기도 했고, 과거 보기 드문 양상이기도 했습니다. 한국일보는 조국 장관 인사검증을 통해 표출된 정치ㆍ사회 이슈를 점검하는 ‘조국사태 무엇을 남겼나’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는 공정성 문제나 진영 논리, 세대와 계층 갈등, 교육 제도, 미디어 역할 등 10가지 주제를 뽑아 현상을 짚어보고, 전문가 의견을 들어 깊이 있는 분석과 함께 대안을 모색할 것입니다.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은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터져 나온 각종 의혹에 대해 “위법성은 없다”고 항변했다. 청와대와 여권은 물론 지지자들까지 조 장관 딸의 특혜성 장학금과 입시 비리, 웅동학원, 가족펀드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 “절차적으로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거냐”고 거들었다. 하지만 2030세대는 ‘이게 공정이고 정의냐’고 되물었고 대학가에서는 촛불행진이 이어졌다. 4050 이상 기성세대는 ‘강남 기득권 계층의 대물림 특권과 강남좌파의 민낯’에 좌절하고 분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행위가 없다’면서 조 장관 임명을 강행한 이후에도 “합법의 논리 앞에서 정의와 공정의 가치가 죽었다”는 분노의 여론은 여전하다.

조 장관은 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딸이 1저자로 오른 논문이 취소된 사실에 대해 “교수의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딸이나 가족이 책임질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다. 2일 기자간담회에서는 “나는 몰랐다”는 말로 쏟아지는 의혹을 부인하며 어떤 위법도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 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딸에게 허위 표창장을 발급한 혐의로 기소된 뒤에도 정 교수는 ‘절차적으로 하자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숱한 의혹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조 장관 임명을 강행한 배경에는 ‘위법 하지 않다’는 조 장관의 항변과 청와대 검증팀의 보고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청년 세대에선 ‘이 정부가 과연 공정 사회를 지향하는지 의심스럽다’는 회의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취업준비생 정모(24)씨는 “평소 ‘기회의 평등’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던 조 장관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기에 그로 인한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씨는 “위법보다 나쁜 것이 편법이라고 생각한다”며 “누구보다 법을 잘 아는 사람만이 ‘편법’을 저지를 수 있는 게 아니냐”고도 했다. 직장인 김모(29)씨 또한 “특권을 공기처럼 호흡한 사람이 또 다른 특권 세력인 검찰에 손을 댄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조 장관 딸이나 가족이 누린 특권 때문에 일반 서민의 기회가 희생당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학생 홍모(24)씨는 “죽었다 깨어나도 나는 절대 닿을 수 없는 기회들이 그들에겐 너무도 당연했다는 사실에 새삼 울분이 터졌다”며 “청년들의 문제 제기는 ‘결과의 평등은 바라지도 않으니 기회의 평등만이라도 달라’는 절박한 요구”라고 말했다. 세 차례의 촛불집회를 주도한 도정근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청년 세대의 분노는 역량에 따라 평가 받고 정정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를 보장해 달란 뜻”이라며 “조 장관은 이미 임명됐지만, 공정 사회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계속해서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합법을 앞세워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조 장관의 전략은 ‘정치적 프레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혹만으로 사퇴하지 않는 게 이번 정부(박근혜 정부) 방침"이라고 비꼬았던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말에 빗대어 "범법자만 아니면 문제 삼지 않는 게 이번 정부의 방침(문재인 정부)이냐"는 냉소까지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역대 총리나 장관 후보자 청문회과정에서는 위법이 아님에도 도덕성이나 자질 문제로 낙마한 경우가 많다"며 "위법이 아니면 다 된다는 논리는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조 장관의 임명을 강행하면서 ‘합법’을 앞세운 문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비등하다. 조 장관 및 가족의 갖은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위법 사항이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위법이 없다는 것은 정부 여당의 희망사항일 뿐"이라며 "수사 과정에서 의혹 중 일부라도 사실로 드러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라는 정부의 핵심 메시지도 조 장관 임명 파동에서 빛이 바랬다는 지적이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조 장관을 둘러싼 청년층의 분노나 국민 여론은 우리 사회가 원하고 있는 시대적 소명을 드러낸 것"이라며 "이들의 요구를 정치적 프로파간다나 공허한 슬로건으로 흘려 듣지 말고 우리 사회에 실질적으로 어떻게 구체화할 수 있는지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web_cdn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