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크기 설정

윤태호 '미생'. 다음웹툰 제공

20일 방영을 앞둔 tvN의 새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 마트’는 누적 조회수 11억건을 기록한 동명의 인기 네이버 웹툰을 밑그림 삼았다. 대기업에서 좌천당한 전무 출신 사장과, 간신히 취업에 성공한 점장이 대기업의 횡령 창구나 다름없는 을씨년스러운 마트를 되살린다는 내용이다. 전직 깡패, 가수 지망생, 명예퇴직 당한 은행원, 외국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주된 소재지만, 기본 얼개는 대기업과 작은 마트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일종의 ‘직장생활’이다.

직장인의 애환과 현대인의 삶을 바둑에 비유했던 웹툰 ‘미생’(작가 윤태호)은 연재(2012~2013) 당시 네티즌 평점 9.8을 기록하고 단행본은 200만부가 팔렸을 정도로 전 세대에서 폭넓은 인기를 누렸다. 2014년 동명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신드롬을 이어갔다. 직장만화의 전범이라 할 수 있는 ‘미생’이 첫선을 보인 지 7년. 직장을 배경으로 한 ‘오피스 웹툰’이 시장을 휩쓸고 있다.

가우스 전자. 네이버웹툰 제공

곽백수 작가의 ‘가우스 전자’는 가상의 전자제품 회사인 가우스 전자에서 벌어지는 ‘웃픈’ 직장인 이야기를 다룬 직장만화의 또 다른 대표 주자다. 2011년 연재를 시작해 8년째인 현재까지도 연재 중인 장수 웹툰이다. 마케팅3팀을 중심으로 직장생활에서 벌어질 수 있는 수많은 상황을 옴니버스 형식의 구성을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그려 내 직장인들의 무한 공감을 불러일으켜 왔다.

김민혁 작가의 ‘후덜덜덜 남극전자’와 솔뱅이 작가의 ‘열정호구’는 회사에 갓 입사한 사회 초년생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후덜덜덜 남극전자’는 주인공이 남극의 동물들이 근무하고 있는 회사 남극전자에 입사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다. 네이버 웹툰의 응모제도인 ‘도전만화’에서 시작됐다. 청년실업자 47만명 시대에 취업준비 3년 만에 입사에 성공한 28세 주인공의 고군분투 직장 적응기가 인기를 끌면서 정식 연재됐다. 2016년부터 연재 중인 ‘열정호구’는 인터넷신문에 계약직 인턴 작가로 입사한 주인공에게 생기는 ‘호구’스러운 일상을 그린다. 한때 사회문제로 떠올랐던 ‘열정페이’ 문제를 코믹하면서도 비판적으로 녹여 냈다는 평을 들었다.

후덜덜덜 남극전자. 네이버웹툰 제공

앞선 만화들이 본격적인 입사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다면, 김판교 작가의 ‘취준생물’은 채용연계형 인턴으로 일하는 주인공의 취업 도전기를 다룬다. 김 작가는 “연재처가 없는 작가 역시 일종의 취준생이고, 주변 친구들 모두 취준생인 상황에서 자연스레 취업난을 소재로 만화를 그려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됐다”고 만화를 그리게 된 계기를 밝히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직장생활을 다룬 오피스 웹툰이 아니라 할지라도, 만화의 배경으로 회사가 등장하는 웹툰도 늘었다. 네온비 작가의 ‘지옥사원’은 인간계의 음식 맛에 빠진 악마가 인간의 몸에 빙의한 뒤 인간사회의 집약체라 할 수 있는 대기업에 입사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지난해 동명의 KBS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골드키위새 작가의 ‘죽어도 좋아’는 회사를 배경으로 시간이 뒤로 가는 타임루프를 통해 악덕 상사를 갱생시킨다는 내용이다.

김판교 작가의 '취준생물'. 다음웹툰 제공

만화 장르 역사에서 직장 소재는 낯설지 않다. 미국에는 1989년부터 연재되기 시작한 스콧 애덤스의 샐러리맨 만화 ‘딜버트’가 직장인 만화의 원조격으로 꼽힌다. 일본에는 ‘시마’ 시리즈, 한국에는 허영만 화백의 ‘미스터Q’ 등이 있다. 1999년부터 스포츠서울에 연재됐던 강주배 화백의 ‘무대리’도 있다.

웹툰 시장에서 오피스 소재의 강세는 독자층의 확대와 연결돼 있다. 만화평론가인 박석환 한국영상대학 교수는 “웹툰이라는 미디어가 등장한 지 15년을 넘어가면서 출범 초기 주요 독자층이었던 청소년과 20대가 나이가 들었고 자연스레 독자층의 세대 확장이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웹툰 초기 독자층의 소속과 관심사가 학교에서 직장으로 바뀌면서 자연스레 직장을 배경으로 한 오피스 웹툰이 늘어나게 됐다”는 설명이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web_cdn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