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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처분방법 결정 안 해” 日정부 입장과 배치

/그림 1일본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부지 내 처리된 오염수를 보관하고 있는 대형 저장탱크들. 후쿠시마=로이터 연합뉴스

일본의 현직 각료가 후쿠시마(福島) 제1 원자력발전소 내 오염수와 관련해 ‘해양 방류밖에 방법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개인 의견이란 전제를 달았지만, “처분 방안을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설명과 달리 일본 정부가 이미 해양 방류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라다 요시아키(原田義昭) 일본 환경장관은 10일 기자회견에서 “(환경성) 소관 밖의 문제이지만 과감하게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해 희석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정부 전체가 신중하게 논의할 것이기 때문에 단순한 의견으로 들어달라”고 덧붙였다. 그는 장관으로서 후쿠시마 원전을 시찰한 경험을 거론하고 “원자력규제위원회 위원장도 ‘안전성과 과학성으로 따져 보면 괜찮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개각을 하루 앞두고 기자들에게 취임 이후 1년간의 소회를 밝히는 자리에서 사견을 전제로 나온 언급이지만 일본 현직 각료가 ‘오염수 해양 방류는 불가피하다’고 공적인 자리에서 발언한 것은 처음이어서 주목된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하라다 장관의 발언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 시점에서 처분 방법을 결정한 게 아니라 우선 경제산업성의 소위원회에서 제대로 검토를 진행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국제사회에 대해선 이해를 얻기 위해 투명성을 갖고 정중하게 설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27일 후쿠시마 오염수 처분 계획과 관련한 한국 측의 문제 제기에 “현재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과학적 근거에 기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달 4일 일본 주재 22개국 외교관들을 외무성에 초청해 “후쿠시마 제1 원전의 오염수 처분 방법을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설명회는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 방류 가능성을 우려하는 한국을 의식해 마련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한국 정부는 오는 16일부터 열리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에 앞서 IAEA에 협조 요청 서한을 보내는 등 오염수 해양 방류를 막기 위한 국제 공론화에 나설 예정이다. 이에 일본 외무성은 “(한국의 문제 제기는) 과학적 근거에 기초하지 않아 매우 유감”이라며 강하게 항의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사고로 폐로 작업이 진행 중인 후쿠시마 제1 원전에서는 오염수가 매일 170톤씩 증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를 원전 부지 내 대형 저장탱크에 보관하고 있는데 7월 말 기준 총 115만톤에 달했다.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지난달 원전 부지 내 저장탱크가 2022년 여름이면 포화상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정부에 오염수 처분 방안 등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일본 정부는 정화시설에서 오염수를 정화했다며 ‘처리수’라고 부르지만 처리 이후에도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트라이튬)를 포함하고 있다. 때문에 후쿠시마현 인근 어민들과 한국 등 주변국들은 해양 방류를 통한 처분 방식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편 외교부는 하라다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이날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은 정해지지 않았다”라며 “우리 정부는 관련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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