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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니 인플루언서 나타샤 리즈키씨 
 한국 오가며 SNS 통해 홍보 앞장 
나타샤 리즈키씨가 남산에서 본 풍경으로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히잡을 7일 보여주고 있다.

나타샤 리즈키(25)씨는 인도네시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히잡 쓴 연예인’이라 불린다. 무슬림이 인구의 87%인 나라에서 여성으로서 당연한 옷차림일 법한데, 네티즌들은 그를 높이 평가한다. 그는 히잡을 고수하다 2009년 시작한 모델 일을 몇 년 만에 사실상 그만둬야 했다. “히잡을 쓴 모델은 일자리가 적어서”라고 했다. “그런 이유로 인도네시아 연예계엔 히잡을 쓰지 않는 무슬림 여성이 다수”라고 덧붙였다.

대신 그는 2012년부터 인스타그램(@natasharizkynew)에 몰두했다. 일상을 소개하면서 평소 좋아하던 한국 드라마와 음식을 알렸다. 그 사이 그는 결혼을 하고 세 아이의 엄마가 됐다. 히잡을 쓴 연예인이 솔직하게 풀어내는 한국 얘기에 300만 구독자가 호응했다. 그 덕에 인도네시아 유일의 할랄(율법이 허용한) 화장품업체 광고모델로 뽑혔고, 한국을 오가며 웹드라마와 뮤직비디오 등을 찍는 기회도 얻었다.

나타샤 리즈키씨가 인스타그램 스타답게 7일 인터뷰에 앞서 다양한 포즈를 선보였다.

최근엔 무슬림 친화적인 한국을 홍보하는 중책을 맡았다. 6~8일 수도 자카르타 한 쇼핑몰에서 한국관광공사 등이 진행한 ‘2019 무슬림 프렌들리 코리아 페스티벌’에 토크쇼 연사로 나선 것이다. 그를 눈여겨보고 교류했던 관광공사가 적임자로 그를 낙점했다. 7일 토크쇼를 앞두고 나타샤씨를 만났다. 대뜸 “아저씨”라고 인사를 건네기에 “아줌마”라고 응수했다.

그는 한국을 거침없이 사랑한다.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키운 배우의 꿈을 이뤘고, 교리를 따르느라 접어야 했던 일도 따지고 보면 한국이 되살려 줬다. 제주를 아직 가 보진 못했지만 한국에 여섯 번이나 다녀왔다고 자랑했다. 한국에서 본 풍경과 한글로 히잡을 직접 디자인해 만든다고 했다. “5월 웹드라마를 한국에서 찍으니까 꼭 한국 배우가 된 것 같았다”며 웃었다. “서울의 카페는 예술”이라고 치켜세웠다. “무슬림 친화적인 할랄 관광도 차츰 자리잡고 있다”고 평했다. 뭐에 홀린 듯 대한민국 찬가가 이어졌다.

'2019 무슬림 프렌들리 코리아 페스티벌'이 열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한 쇼핑몰에서 7일 현지 시민들이 한국 관광 정보를 얻고 있다.

나타샤씨가 한국을 배경으로 찍은 웹드라마와 뮤직비디오, TV 광고는 곧 공개된다. 그의 SNS와 입담에 더해 한국 관광 홍보 효과를 추가로 노릴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한국 여행 적금 상품 출시 △국내 250개 할랄 음식점 소개 △한국 관광지들을 그려 넣은 컵 수익금 일부 기부 등 인도네시아 무슬림 관광객을 친근하게 우리나라로 유치하려는 노력들이 이번 행사에 가득 담겨있었다. 다양한 시도가 어우러지면서 행사는 풍성했고, 지난해보다 여행상품 판매고 등 성과도 조금 늘었다.

'2019 무슬림 프렌들리 코리아 페스티벌'이 열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한 쇼핑몰에 마련된 한국 드라마 홍보관(위)과 한국 관광 명소를 새긴 컵. 컵 수익금 일부는 현지 지역 사회에 기부할 예정이다.

김만진(53) 한국관광공사 국제관광실장은 “중국 일본 대만에 이어 네 번째로 우리나라 연 관광객 100만 돌파가 올해 확실한 시장은 세계 인구의 23%를 차지하는 무슬림이고, 앞으로 더 신경을 써야 할 시장은 동남아시아”라며 “인도네시아는 두 조건에 모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2019 무슬림 프렌들리 코리아 페스티벌'이 열린 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한 쇼핑몰에서 닭갈비를 먹으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오른쪽 아래는 한국의 이슬람 사원 서울중앙성원을 본떠 만든 쉼터.

나타샤씨는 한국에서의 나쁜 기억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웃음이 많은 반면, 서울 사람들은 얼굴이 굳어 있고 억양 때문인지 말할 때 무섭다” “작년 입국 심사를 받는데 출입국 직원이 ‘왜 또 왔냐’고 불친절하게 소리질렀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인 일부가 무슬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 “내가 먼저 친절하게 최선의 행동을 하려고 해요. 무슬림을 잘 모르는 분들이라면 더욱 친절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한국을 찾는 인도네시아인이 10만이든, 11만이든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숫자는 숫자에 머물 뿐이다. 무슬림 친화적인 관광의 진면목이 어떠해야 하는지 한국을 사랑하는 나타샤씨의 말에 답이 있다.

자카르타=글·사진 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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