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임명 ‘공정보다 검찰개혁’ 승부수… “개혁 후퇴 땐 레임덕” 위기감

입력
2019.09.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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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권력기관 개혁 공약 이행해 정국 돌파 의지

조국 의혹 관여 확인 땐 최대 정치적 위기 몰릴 수도

문재인 대통령은 끝내 ‘조국’을 버리지 않았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밀어붙일 경우 문재인 정부를 떠받치고 있는 공정ㆍ정의의 가치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탓에 고심의 시간이 길어지긴 했다. 하지만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 매진했고 성과를 보여줬다”며 법제도화로 개혁을 마무리하는 역할까지 그에게 맡겨 힘을 실어줬다. 권력기관 개혁을 앞세워 야당과 검찰ㆍ여론에 포위된 현재의 정국을 정면돌파 하겠다는 승부수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9일 청와대에서 조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대국민 연설을 통해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 매진했고 성과를 보여준 조국 장관에게 그 마무리를 맡기고자 한다”며 자신이 내린 결단의 배경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그(권력기관 개혁) 의지가 좌초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 점에서 국민들의 넓은 이해와 지지를 당부 드린다”고 호소했다.

조 장관 부인이 기소된 상황이라 문 대통령 스스로 “자칫 국민 분열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보며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언급할 정도로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장관 카드를 관찰시킨 데는 개혁 의제에서 후퇴하는 선례를 남길 경우 국정운영 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기서 물러날 경우 ‘조기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이번 임명의 한 배경으로 꼽힌다. 여권 한 관계자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서 개혁 의제가 하나 둘 사라지게 된다면 정권을 지탱할 힘을 상실할 수 있다”며 “개혁 의제로 핵심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것이 정국을 돌파할 길을 여는 유일한 해법 아니겠냐”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 등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문 대통령과 신임 장관 및 장관급 인사들이 임명장 수여식 후 간담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 등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문 대통령과 신임 장관 및 장관급 인사들이 임명장 수여식 후 간담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승부수를 던진 데는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처리에 따라 검ㆍ경수사권 조정 등 권력기관 개혁을 위한 법제도화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계산도 감안됐다. 인사청문 정국 와중에 선거제도 개혁안이 정치개혁특위를 통과해 연내 본회의 처리의 길이 열린 만큼 이와 연동해 패스트트랙에 올렸던 검찰 개혁 의제를 밀어붙여야 한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한 관계자는 “선거제도 개혁과 사법개혁이 사실상 연동돼 있었는데, 큰 걸림돌이 제거된 셈”이라며 “권력기관 개혁 입법의 세부적 내용까지 꿰고 있는 조 장관이 가세하면 개혁 작업이 속도가 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조 장관을 둘러싼 논란이 있긴 하지만, 큰 틀에서 이를 뛰어넘는 개혁 작업에 매진한다면 결국에는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게 문 대통령의 판단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저는 대선 때 권력기관 개혁을 가장 중요한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고, 국민에게 지지를 받았다”며 “적어도 대통령과 권력기관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개혁에는 많은 성과가 있었음을 인정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밝힌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선거제도 개혁과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게 된다면 여권으로서는 내년 총선의 최대 흥행카드를 쥐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왼쪽) 등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왼쪽) 등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이번 승부수로 인해 문 대통령이 지게 될 정치적 리스크가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문 대통령은 “검찰은 검찰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장관은 장관이 해야 할 일을 한다면 그 역시 권력기관의 개혁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일이 될 것”이라며 이번 조 장관 임명과 조 후보자 일가를 겨냥한 검찰 수사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검찰 수사에서 조 장관 부인의 입시 부정 의혹과 관련해 조 장관의 관여가 확인된다면, ‘페르소나’라고 불리는 최측근을 살리기 위해 여론을 외면한 채 무리하게 장관 임명까지 강행했다는 비판에 직면하며 취임 이후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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