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이번에 평범한 국민의 상실감 절감” 교육 개혁 드라이브

입력
2019.09.10 04:4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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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국민 담화서 “고교 서열화ㆍ대입 불공정 개선” 특목고 등 대거 폐지 가능성 

시민들이 9일 서울역에서 문재인 대통령 대국민 담화 방송을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연합뉴스
시민들이 9일 서울역에서 문재인 대통령 대국민 담화 방송을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대국민 담화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의 딸 입시 문제로 불거진 ‘공정성’ 논란을 의식한 듯 교육 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이날 언급한 ‘고교 서열화 개선’ ‘대입제도 개편’이 핵심 개혁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1일 대통령의 “대입 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 발언 직후부터 대책을 논의 중인 교육부도 더 강도 높은 개혁 정책을 내놓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내년에 재지정 심사 대상인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특목고들이 무더기 탈락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며 3분의 1 정도를 교육 제도의 공정성과 관련한 메시지에 할애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과정을 통해 공평과 공정의 가치에 대한 국민의 요구와 평범한 국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상실감을 다시 한번 절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국민의 좌절시키는 기득권과 불합리의 원천이 되는 제도까지 개혁해 나가겠다”며 “고교 서열화와 대학입시의 공정성 등 기회의 공정성을 해치는 제도부터 다시 한번 살피고, 특히 교육 분야의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조 신임 장관의 딸 입시 문제가 조 장관 임명 반대 여론의 핵심이었던 만큼, 교육 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를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거듭 교육 분야 개혁을 강조하면서 주무부처인 교육부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교육부는 1일 문 대통령이 동남아 순방에 나서면서 대입제도 전반에 대한 개편을 지시한 다음날부터 담당 실ㆍ국장을 소집해 대입제도 개편 방안을 논의 중이다. 교육계에선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금수저 항목’으로 불리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의 수상경력, 자율동아리, 자기소개서 3개 항목을 폐지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조 장관의 딸처럼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격차가 날 수 있는 항목이기 때문이다.

‘깜깜이 전형’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대학 차원에서 점수 공개, 이의 제기 절차 마련과 같은 변화가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학종은 학생이 왜 떨어졌는지, 왜 붙었는지 이유를 알 수 없어 결과에 대한 승복이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다만 현재 고1이 치르는 2022학년도 대입제도가 수시(70%) 정시(30%)로 확정된 지 1년여 밖에 지나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수시 정시 비율에는 손을 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지난 4일 “정시와 수시 비율을 조정하는 것으로 불평등과 특권의 시스템을 바꿀 수는 없다”고 비율 조정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자사고ㆍ특목고 폐지 등 일반고를 중심으로 한 고교체제 개선에도 동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 딸이 고교 시절 대학 연구소에서 인턴을 하고 논문의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리는데 기여한 장영표 단국대 교수가 같은 한영외고 유학반 학생의 아버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회의 접근성 측면에서 보더라도 특목고 학생이 훨씬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 대통령이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언급한 ‘기회의 공정성’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이에 따라 그간 ‘고교 서열화’의 주범으로 지목 받아 온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대거 일반고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내년엔 전국적으로 자사고 12곳, 외고 30곳, 국제고 6곳, 총 48곳의 학교에 대한 재지정 평가가 예정돼 있다. 교육당국은 올해 재지정 평가를 통해 총 10곳의 자사고를 지정취소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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