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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기념촬영을 위해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결국 조국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다. 실망이다. 다수 국민이 그의 임명에 반대한 것은 그와 그의 가족을 둘러싸고 납득하기 어려운 예외들이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조 장관의 딸은 엄청난 행운아다. 사립대 교수와 연락해서 병리학 전문가들 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국립대 교수와 연락해 인턴이 되고 해외학술대회에 동행했다. 국책 과학기술연구소에서 인턴을 하고 증명서까지 받았다. 엄마가 일하는 대학교에서 일하고 돈을 받았으며 봉사활동을 잘했다고 그 대학 총장 직인이 들어간 표창장도 받았다. 그런데 정작 그 대학 측은 표창장 발급을 부인한다. 서울대에서 1년 동안 단 한 과목만 들었는데 신청도 안 한 장학금에 생활비까지 받았다. 부산대에서는 낙제를 했는데도 3년 연속 장학금을 받았다.

대단한 예외가 조 장관 딸 주변에 계속되는데 조 장관은 모두 딸이 혼자 이룬 업적이고, 부모의 도움도, 불법도 없었다 한다.

조 장관이 가입한 사모펀드도 수상하다. 우선 고위 공직자 중 사모펀드 가입자는 그가 유일하다.

사모펀드란, 재력 있는 투자자가 고소득을 노리고 실적이 확인된 펀드매니저에게 돈을 맡기는 것이다. 사모펀드 실제 운용자 말을 들어보니 투자자들은 10억원을 맡겨도 운용자 이력은 물론 운용실적을 꼼꼼히 챙겨 가며 사전 검증한다고 한다. 조 장관은 5촌 조카 말만 듣고 수십억원을 약정했다는데, 알고 보니 그 사모펀드 가입자들은 모두 일가 친척들이다. 조 장관은 자신의 사모펀드 투자 내용을 모른다고 하는데, 우연찮게 그의 부인은 그 펀드가 투자한 회사에서 자문료를 받았다고 한다. 이 역시 불법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조국 일가와는 무관할까?

조 장관의 ‘불공정해 보이나 합법’식 항변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김대중 정부 때 병역 비리가 터졌다. 당시 일부 고위 장성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자 국방부는 인사 부서에 전화를 건 것은 해당 장성이 아니라 그의 보좌관이었으며 보좌관은 해당 장성이 아닌 그 부인의 뜻을 전달했을 뿐이라고 변명했다. 이명박 정권 때 외교부 장관 딸 채용 비리 의혹이 있었다. 당시 행안부는 감사를 통해 장관 딸에게 예외적 특혜가 주어진 사실을 밝혀 냈으나 결국 불법은 없었다고 했다.

3년 전 이화여대생들이 정유라의 특혜에 분노하여 떨쳐 일어난 것은 처음부터 불법성이 확인되어서가 아니다. 불공정해 보이는 결과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고, 불법성은 나중에 확인되었다.

우리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나섰던 것도 단지 ‘합법성’만을 바라서는 아니었을 것이다. ‘합법’을 넘어 공정과 정의의 실현을 간절히 원했기 때문 아닐까. 필자 역시 촛불 민심이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리고 새 지도자를 뽑을 때 문재인 후보와 그 팀에 기대를 걸었다. 공정과 정의를 향한 그들의 열정을 믿었기 때문이다.

이제 장관 부인이 기소되고, 장관이 투자한 펀드 관계자들도 구속 위기에 놓였는데 조 장관이 장관 노릇 제대로 할지 의문이다. 근대 민주국가에서 주변인 사법처리가 이 정도인데도 장관 임명 강행 사례를 본 적이 없다.

정말 걱정되는 것은 나라 자체에 대한 국민적 신뢰 추락이다. 과거 병역 비리, 장관 딸 채용 비리에 ‘합법’을 내세우던 육사ᆞ고시 출신 엘리트들은 미안해하는 기색이라도 보였다. 그런데 지금 정부 여당은 정파 논리에 빠져 옛날보다 더 노골적으로 ‘합법’이라는 구 세력들의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며 촛불 민심으로 확인된, 공정과 정의에 대한 국민적 여망을 외면하고 있다.

개혁을 위해 조 장관을 기용한다지만 대통령이 국민의 대표가 아니라 특정 정파의 수장 역할에 기운다면 개혁을 위한 국민적 추진력이 형성될지 의문이다. 문재인 정권 임기는 아직 많이 남았다. 할 일이 많은데 벌써 개혁의 동력이 꺼져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ㆍ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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