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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H2019090511640001300] <YONHAP PHOTO-3018> 구내식당 향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5일 오후 점심 식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구내식당으로 향하며 밖에서 대기 중인 취재진쪽을 바라보고 있다. 2019.9.5 superdoo82@yna.co.kr/2019-09-05 12:29:55/<저작권자 ⓒ 1980-2019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이른바 ‘조국대전’에 검찰이 뛰어든 건 확실히 예상 밖이었다. 공직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검찰이 후보자를 겨냥한 수사에 착수한 건 유례가 없는 일이다. 검찰에 대한 일반적 지휘통제권을 가진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향한 수사라 하극상이라는 비난을 받을 소지도 있다. 그래서 조국 후보자를 지지하건 반대하건 모두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지지자들은 내심 ‘짜고 치는 고스톱’을 기대했을 것이고 반대자들은 ‘살아있는 권력을 겨냥한 정의의 칼’이길 바랐을 것이다.

조국 후보자를 지명한 문재인 대통령이나 청와대 입장에서는 임명권자에 대한 항명으로 받아들일 법도 하다. 청문회 종료 직전 조 후보자 부인을 기소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우리 편한테 뒤통수를 맞았다’는 당혹감을 느껴야 정상이지 싶다. “마치 내란음모 수사나 조직폭력배 소탕을 보는 듯하다”(청와대 관계자) “검찰이 정치하겠다는 식으로 덤빈다“(이낙연 국무총리) “미쳐 날뛰는 늑대마냥 사람을 물어뜯겠다고 거품을 물고 있다”(청와대 선임행정관) 는 비난을 백 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흥분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하던 40여일 전 그날로 되돌아가 보자. 임명식에서 문 대통령은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검사 시절 윤 총장의 발언을 평가하며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 같은 자세를 지켜 주십사 한다”고 주문했다. 윤 총장은 그 자리에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과제로 받은 셈이다. 조 후보자 역시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살아있는 권력이고 보면, 대통령의 지시를 수행하고 있는 윤 총장을 비난하는 작금의 상황은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윤 총장의 능력과 도덕성을 민정수석으로 검증한 당사자는 조 후보자 본인이다. “윤 총장이 검찰주의자인 걸 모르고 임명했는가”라는 비아냥은 뒤로 하고라도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검찰수사를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도리어 성찰할 대목이다.

윤 총장은 여권이 비난하는 특수통이지만 철저한 원칙주의자이기도 하다. 공정한 법질서를 입에 달고 산다. “형사 법 집행에서 우선적으로 중시해야 하는 가치는 바로 공정한 경쟁질서의 확립”이라는 게 취임 일성이었다. 이런 윤 총장의 눈에 조 후보자 딸의 특혜장학금이나 입시에 사용한 ‘특혜성 스펙’, 수상하기 그지없는 가족펀드와 웅동학원이 어떻게 비쳐졌을까를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검찰수사를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그런 입장에서 윤 총장을 역지사지해 보자. 조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이 난무하는 가운데 가족펀드를 운용해온 핵심 관련자들이 해외로 출국하고, 조 후보자 부인이 압수수색 하루 전에 연구실에서 노트북도 아닌 데스크톱 컴퓨터를 들고 나간 사실이 확인되는 등 증거인멸 정황이 뚜렷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치적 중립을 지키겠다며 강제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살아 있는 권력’ 앞에 굴복했다는 비난에 직면하지 않겠는가. 조 후보자 부인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사건 또한 공소시효가 지나도록 기소하지 않는다면 그 비난은 또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이런 고민의 연장선에서 전례 없는 수사에 착수한 윤 총장의 심경을 유추해 본다면, ‘대선자금 수사 당시의 송광수 검찰총장이나 안대희 중수부장 같은 국민적 영웅이냐, 권력에 대항하다 내쳐지는 제2의 채동욱이냐, 그것이 문제로다’가 아닐까 싶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 임명식에서 “조직의 논리보다 국민의 눈높이가 가장 중요한 시대가 됐다”며 ‘반칙과 특권을 뿌리 뽑는 반부패 개혁’도 당부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조 후보자 딸의 다양한 입시 스펙에 불법이 없었다고 강변하지만 강남 기득권 계층의 대물림 특권에서 자유롭지 않다. “젊은이들은 지금 조 후보자가 공감 능력이 없다고 느끼고 있다”는 금태섭 의원의 지적이 조 후보자 문제를 보는 국민의 눈높이다. ‘이게 공정이고 정의냐’고 분노하고 좌절하는 여론에 눈을 맞춘다면 조 후보자나 여권은 도리어 자세를 낮춰야 하는 것 아닌가.

김정곤 사회부장 jk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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