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추석] 차례상에 트러플? 유럽 스타일로 단아하게 차려볼까?

입력
2019.09.1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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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추석 차례상(왼쪽)과 유럽 음식에서 영감을 얻어 노해동 헤드셰프가 차린 ‘유러피언 차례상’(오른쪽). 배우한 기자
전통적인 추석 차례상(왼쪽)과 유럽 음식에서 영감을 얻어 노해동 헤드셰프가 차린 ‘유러피언 차례상’(오른쪽). 배우한 기자

 추석이다. 가득 차려진 차례상을 떠올릴 때다. 누군가는 조상을 향한 마음으로 생각하고, 누군가는 허리통증을 유발하는 명절 노동을 연상할 듯하다. 일가친지가 모여 모두가 한바탕 웃어보자는 명절인데, 누구는 얼굴 구기고, 누구는 그런 모습에 안절부절하고 또 누구는 울화통 터지는 일을 반복해야 만 할까. 언젠가부터 자리잡은 명절증후군. 돌아가신 집안 어른들을 기리며 맛난 음식도 나눠먹고, 과도한 일은 강요하지 않는 명절을 꾸며보자. 환경오염이 심각한 시대, 음식쓰레기도 줄일 수 있는 나름의 비책을 제안한다. 

각종 전과 적, 3색 나물, 탕과 국, 한과와 송편, 포와 과일 등 익히 알려진 추석 전통 차례상은 실은 역사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서정택 성균관 제례위원장은 “근대 문물을 받아들였던 갑오개혁(1894년) 이후 우리의 제례문화가 많이 바뀌었다”며 “기존에는 부모 제사만 지내왔지만 갑오개혁 이후부터 사대부처럼 부모로부터 고조부까지 4대에 이르는 조상들의 제사를 지내는 사대봉사를 하는 서민들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지역 특산물에 맞춰 간소하게 차리던 차례상도 덩달아 푸짐하고, 거해졌다. 서 위원장은 “어느 예서에서도 차례상 차리는 법이 구체적으로 나와있지 않다”며 “반드시 무엇을 차려야 하기보다 한 가지를 올리더라도 형편에 맞게 정성으로 올리면 된다”고 말했다. 윤숙자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소장도 “명절에 ‘차(茶)를 올리는 예(禮’)’라고 하여 차례”라며 “차례상은 조상께 감사하다는 마음을 올린다는 의미여서 간소화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간소하게 하려 해도 전통 차례상은 준비부터 간단치가 않다. 올해 6~7인 가족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은 전통시장을 이용하면 평균 19만3,938원, 대형마트는 평균 23만6,565원(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추정치)이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요리 과정도 지난하다. 전 부치기를 시작으로 나물 무치기, 국 끓이기, 송편 빚기, 생선 찌기 등 온갖 조리방법이 동원되는데다 불평등한 가사노동 분담까지 더해 차례상은 극한 노동의 결과물로 정의된다. 이용재 음식평론가는 “명절음식은 조리법도 번거롭고 노동력도 많이 들어 비효율적”이라며 “게다가 대량으로 음식을 만들어 보관도 까다로워지고, 오래 두면 맛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조상을 위한 상차림이지만 음식을 나눠 먹는 후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과 비용을 들여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도 서구화한 입맛에 건강식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들은 손을 내젓기 일쑤다. 한국환경공단 자료에 따르면 매년 추석 연휴 이후 배출되는 음식물쓰레기 양은 연간 최고치다. 지난해 추석 연휴(9월22~26일) 5일간 전국적으로 배출된 음식물쓰레기 양은 1만3,050톤에 이른다.

노해동 엘본더테이블 헤드셰프가 간단하면서도 정성을 가득 담아 차린 ‘유러피언 차례상’을 설명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노해동 엘본더테이블 헤드셰프가 간단하면서도 정성을 가득 담아 차린 ‘유러피언 차례상’을 설명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연휴에 해외여행을 가거나, 혼자 보내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명절음식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이용재 평론가는 “가족들이 모여서 뭐든 먹어야 한다면 노동의 부담이 적고, 입맛에 맞게 원하는 것을 먹는 게 좋다”라고 말했다. 서정택 제례위원장은 “농경사회에 대가족이 모여 살았던 시대에서 산업화 시대로 바뀌었으니 시대에 맞게 전통을 따르면 된다”며 “차례상을 차리는 게 조상을 섬기기보다 효를 이어가고, 가족의 정을 나누는 것이 전통이지, 꼭 전을 부치는 게 전통은 아니다”고 했다.

전통에서 살짝 벗어나면 명절음식은 한층 새로워질 수 있다. 노해동(35) 엘본더테이블 헤드셰프와 함께 정성껏 간소하지만 형태와 맛은 살린 ‘유러피언 차례상’을 차려봤다. 유러피언 차례상 비용(4인기준)은 15만원, 소요 시간은 최대 3시간이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잣과 사과, 배 등 전통 차례상에서도 사용되는 재료를 활용해 만든 ‘꽃상추 샐러드’. 배우한 기자
잣과 사과, 배 등 전통 차례상에서도 사용되는 재료를 활용해 만든 ‘꽃상추 샐러드’. 배우한 기자

 ◇3색 나물 대신 꽃상추 샐러드 

재료: 엔다이브(꽃상추)2개, 사과1개, 배1개, 래디시 50g, 잣 100g, 플레인 요거트 200g, 꿀 30g, 레몬식초 25g, 소금 5g, 크레송(서양냉이) 20g, 현미 누룽지 10g.

만드는 법:

1.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지 않고 약 불에서 잣을 4,5분간 노릇하게 볶은 뒤 식힌다.

2. 블렌더에 식은 잣과 꿀, 레몬식초, 요거트, 소금을 넣고 갈아준다.

3. 꽃상추는 깨끗이 씻어 밑동을 제거하고 잎을 하나씩 분리한다.

4. 사과와 배는 껍질을 벗기고, 래디시는 껍질을 벗기지 않고 2㎝길이로 얇게 채 썬다.

5. 채 썬 사과와 배, 래디시를 요거트 드레싱으로 무친다.

6. 꽃상추 위에 드레싱에 버무린 과일믹스를 올려주고, 현미 누룽지, 블루베리, 크레송으로 장식한다.

밀가루, 계란, 빵가루 등 각종 옷을 입힌 전 대신 감자를 채 썰어 굽고, 사워크림과 트러플을 올려 풍미를 더한 ‘트러플 감자전’. 배우한 기자
밀가루, 계란, 빵가루 등 각종 옷을 입힌 전 대신 감자를 채 썰어 굽고, 사워크림과 트러플을 올려 풍미를 더한 ‘트러플 감자전’. 배우한 기자

 ◇호박전 대신 트러플 감자전 

재료: 감자 1㎏, 버터 100g, 사워크림(발효크림) 200g, 트러플(트러플 오일이나 칩으로 대체 가능), 소금

만드는 법:

1. 물1.5ℓ에 소금 두 스푼(30㎖)을 넣고 10~15분간 삶는다(감자가 완전히 익지 않도록 한다).

2. 감자를 꺼내 실온에서 20~30분 식힌 뒤 얇게 채 썬다.

3. 채 썬 감자를 지름 4,5㎝, 두께 2㎝의 원형으로 만든다(모양을 잡을 때 전분, 밀가루를 살짝 뿌려주면 모양이 잘 잡힌다).

4. 프라이팬에 버터를 두르고 중간불에서 앞, 뒷면을 골고루 구운 뒤 소금간을 한다.

5. 감자를 한 김 식힌 후 사워크림과 트러플을 중간에 올려 마무리한다.

 

파프리카를 고명처럼 올려 맛과 색을 살린 ‘게살전’. 배우한 기자
파프리카를 고명처럼 올려 맛과 색을 살린 ‘게살전’. 배우한 기자

 ◇동그랑땡 대신 게살전 

재료: 홍게살 300g, 계란 4개, 마요네즈 50g, 머스터드 15g, 빵가루 100g, 다진마늘 20g, 다진쪽파 50g, 다진양파 50g, 파프리카(색깔별로 있으면 좋다)

만드는 법:

1. 물기를 뺀 홍게살을 계란, 마요네즈, 머스터드, 빵가루, 다진마늘, 다진쪽파, 다진양파 등을 넣고 반죽한다(홍게살이 부스러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2. 반죽을 한 입 크기의 동그랑땡 모양으로 만든다.

3. 파프리카는 가늘게 채 썬다.

4. 냄비에 식초 100g, 설탕 70g, 물 100g, 소금 약간을 넣고 설탕이 녹을 정도만 끓인 뒤 채 썰어둔 파프리카에 부어 30분~1시간 실온에서 식힌다.

5.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반죽을 중불에서 3,4분간 굽는다.

6. 게살전 위에 3색 파프리카 피클로 장식한다. 타르타르 소스를 곁들이면 좋다.

구운 광어 위에 버터 옷을 입혀 풍미를 살리고, 아삭한 무나물을 곁들이는 광어구이. 배우한 기자
구운 광어 위에 버터 옷을 입혀 풍미를 살리고, 아삭한 무나물을 곁들이는 광어구이. 배우한 기자

 ◇찐 조기 대신 무 나물 올린 광어구이 

재료: 광어 1마리, 버터 100g, 레몬 제스트 1개 분량, 다진마늘 1g, 다진 케이퍼 10g, 다진 차이브 10g, 다진 파슬리 5g, 빵가루 20g, 무 150g, 소금, 올리브오일, 후추

만드는 법:

1. 버터를 실온에 30분~1시간 정도 꺼내둔 뒤, 레몬제스트, 마늘, 차이브, 파슬리, 케이퍼, 빵가루, 소금을 넣고 잘 섞어준다.

2. 종이 호일 2장을 꺼내 한 장 위에 버터믹스를 올리고 그 위에 다른 한 장을 올린 뒤 밀대를 이용해 얇게 펴준 뒤 냉동실에 20~30분간 넣어 굳힌다.

3. 버터믹스가 굳는 동안 무 껍질을 까 3X8㎝ 사이즈의 직사각형 편으로 무를 최대한 얇게 썰어 준비한다.

4. 끓는 물에 무를 30초 데치고 건져서 올리브오일, 소금, 후추로 간한다.

5. 광어에 소금 후추 간을 하고 프라이팬이나 오븐에서 노릇하게 굽는다.

6. 광어를 구운 직후 버터믹스를 생선 크기에 맞게 잘라 올린다.

7. 접시 위에 광어를 올리고 광어 옆에 준비해둔 무나물을 올린다.

손질이 오래 걸리는 전통적인 갈비찜 대신 단맛이 나는 포르투갈 와인인 포트와인을 사용해 간단하게 완성한 ‘포트와인 갈비찜’. 배우한 기자
손질이 오래 걸리는 전통적인 갈비찜 대신 단맛이 나는 포르투갈 와인인 포트와인을 사용해 간단하게 완성한 ‘포트와인 갈비찜’. 배우한 기자

 ◇산적 대신 포트와인 갈비찜 

재료: 소갈비 2㎏, 소고기 육수 1.8ℓ, 간장 150g, 설탕 30g, 후추, 당근 반 개, 샐러리 1개, 양파 반 개, 마늘 5개, 월계수잎 1장, 통후추 10개, 레드 와인식초 100㎖, 포트와인 1병(750㎖)

만드는 법:

1. 포트와인을 넓은 프라이팬이나 냄비에 1/3정도의 양이 될 때까지 졸인다.

2. 소갈비 표면에 식용유를 바른 뒤 소금과 후추로 간 한다.

3. 뜨겁게 달군 냄비나 깊이 있는 프라이팬에 소갈비의 표면이 갈색이 날 때까지 골고루 굽는다.

4. 소갈비에 색깔이 잘 나면 팬에서 꺼내고, 그 냄비에 분량의 당근, 샐러리, 양파, 마늘을 넣고 노릇하게 볶아준다.

5. 야채가 색이 골고루 나면 레드와인 식초 또는 물 100㎖를 넣고 바닥에 눌은 것을 잘 긁어낸다.

6. 소갈비를 다시 냄비에 넣고 육수와 양념장을 넣고 센 불에 올려 끓어 오르면 중불로 낮추고 1시간~1시간 반 정도 익힌다.

7. 갈비가 부드러워지면 뚜껑을 열고 졸여 두었던 포트와인을 넣고 센 불에서 졸여준다.

8. 육수의 양이 1/3정도 되면 갈비를 건져내고 조리수와 야채를 분리한다.

9. 야채는 버리고 소스는 새로운 냄비에 옮겨 소스의 농도가 될 때까지 졸인다.

10. 소스가 완성되면 접시에 갈비를 담고 뿌려주거나 갈비와 함께 버무려 접시에 담는다.

조리 난이도가 다소 높지만, 허브를 이용해 맛과 모양을 동시에 잡은 ‘라비올리 들어간 소꼬리 콘소메’. 시판 만두와 육수를 활용하면 좀더 간편하게 만들 수 있다. 배우한 기자
조리 난이도가 다소 높지만, 허브를 이용해 맛과 모양을 동시에 잡은 ‘라비올리 들어간 소꼬리 콘소메’. 시판 만두와 육수를 활용하면 좀더 간편하게 만들 수 있다. 배우한 기자

 ◇소고기 뭇국 대신 라비올리 들어간 소꼬리 콘소메 

재료: 만두피 1팩, 파슬리 10g, 딜 5g, 식용꽃 1팩, 새우 150g, 계란 반 개, 크림치즈 100g, 다진 차이브 10g, 소금, 당근 50g, 양파 100g, 샐러리 30g, 마늘 1개, 소꼬리 2㎏, 닭 육수 3ℓ

만드는 법:

1. 소꼬리 2㎏을 오븐에 갈색이 날 때까지 굽는다.

2. 냄비에 야채를 넣고 굽고, 쉐리와인 100㎖를 넣고 구운 소꼬리도 함께 넣어 익혀준 뒤 닭 육수를 넣고 1, 2시간 정도 약불에서 끓인 뒤 소꼬리와 야채를 건져내고 면보에 한번 거른다.

3. 만두피를 밀대로 밀어 가능한 동일한 사이즈가 되도록 만든다.

4. 만두피를 바닥에 한 장씩 깔고 준비해둔 파슬리, 딜, 식용꽃을 자연스럽게 올린다.

5. 그 위에 가장자리에 물을 뿌린 만두피를 한 장 더 올린 뒤 밀대로 밀어 잘 붙여준다.

6. 새우는 다져서 계란과 크림치즈, 차이브를 넣고 걸쭉한 반죽으로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 차갑게 만든다.

7. 만들어 둔 만두피와 새우 반죽을 이용해 만두를 만든다.

8. 만두를 물에 데치거나 찜통에 찐다.

9. 뜨겁게 데운 소꼬리 콘소메를 만두 위에 부어주고, 소량의 올리브오일을 뿌려 마무리한다.

도움말=노해동 엘본더테이블 헤드셰프, 식기=광주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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