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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 2층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성균관대 수시 지원전략 설명회에서 참석한 학부모(學父母)가 성균관대 자료를 보고 있다. 뉴시스

초등학생 때 학교에서 ‘학부형’ 모임이 있다는 안내문을 받고 아버지와 형이 학교에 와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뒷날 보니 모임 참석자들이 대부분 어머니여서 어리둥절했다. 어린 시절이었지만 어머니들을 왜 ‘학부형’으로, 그 모임을 ‘학부형회’로 부르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학부형(學父兄)’은 ‘학생의 아버지나 형’이라는 뜻인데, 학생의 보호자라는 뜻으로 확대되어 쓰인다. 같은 말로 ‘학부모(學父母)가 있다. 보도 기사에서 두 말의 쓰임을 살펴보니, 최근 1년 동안 ‘학부모’가 쓰인 기사가 53만8,799건, ‘학부형’이 쓰인 것이 2,037건으로 나타났다. ‘학부형’의 쓰임이 ‘학부모’의 0.37%로 1%에도 미치지 못한다. 1970년대만 해도 ‘학부형’이 압도적으로 많이 쓰였으나 서서히 줄어들어 ‘학부모’가 기본 표현이 된 것이다.

‘학부형회(學父兄會)’는 사전에 ‘학부모회(學父母會)’의 이전 용어로 나온다. 여성을 배제하는 남성 중심적 표현 ‘학부형회’가 쓰이지 않게 된 점을 밝혔다. 문제는 사전에서 기본 용어 ‘학부형’이 아직도 학생의 보호자를 뜻하는 말로 풀이되고, 일부 언론이 생각 없이 쓰는 점이다. ‘학부형회’의 줄임말 ‘부형회(父兄會)’도 ‘학부모회’와 같은 뜻으로만 나온다. ‘학부형’은 ‘학부모’의 이전 표현, ‘부형회’는 ‘학부모회’의 이전 표현으로 기술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어린이의 어머니나 누이들로 이루어진 모임’의 뜻인 ‘자모회(姊母會)’, ‘모자회(母姊會)’가 쓰인다. 남성이 배제된 점에서 문제가 있고, 어린 학생들의 보호자는 여성만 가능하다는 오해를 준다. 성차별을 없애는 방향에서 언어생활 및 국어사전 기술에서 고쳐야 할 점이 참으로 많다.

이정복 대구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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