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크기 설정

신용현 낭만목수학교 교장이 여자목수반을 설명하고 있다. 정식 인가받은 학교가 아니라서 교육부에 ‘낭만목수학원’으로 등록했지만 ‘학교’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해 ‘낭만목수학교’로 다시 사업자 등록을 했다.

“거기는 왜…?”

경의중앙선 금촌역에서 택시를 타자 기사가 대뜸 묻는다. 공장만 들어선 시골구석에 무슨 볼 일이 있어 일요일 새벽부터 가느냐는 표정에 ‘목공 기술 가르쳐주는 학교가 있다’고 하자 “처음 듣는 소리”라며 친절하게 공장 안까지 들어가 차를 세운다. “아 정말 있네요!” 장정 대여섯 명이 집 모형을 짓고 부수고, 목재 자르는 장면을 보고 나서야 택시기사가 차를 돌린다. 경기 파주시 조리읍에 자리한 ‘낭만목수학교’다. 재작년 안동에서 처음 문을 연 학교는 지난해 파주로 자리를 옮겼고 지난 달 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전국 최초 여자목수팀’ 창단을 위해 여자목수반을 만든 것. 신용현(43) 낭만목수학교 교장은 “목수는 성별, 나이를 막론하고 매력적인 직업이지만 아직 국내 여성들에게 목수는 ‘불모지’인 분야”라면서 “편견을 바꾸고 불모지를 개척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현장 나가보면 클라이언트와 상담을 많이 해야 하는데 여성이 많아요. 보통 집안 인테리어 할 때 남편보다 아내나 딸 취향을 고려하니까. 남자 목수, 남자 팀장, 남자 업체대표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이죠. ‘상담’. 이때 여자 목수, 여자 팀장, 여자 업체대표가 상담하면 시너지효과가 어마어마하거든요. 돈 쓰는 주체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데 여성들 마음을 잘 아는 건 같은 여성일 거란 생각이에요.”

힘쓰는 일인데 남자가 더 적합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여자가 못 드는 공구는 남자도 못 든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기계가 얼마나 좋아졌는데요. 그리고 일은 요령이거든요. 여자가 목수일 한다는 생각을 애초에 안 하기 때문에 생긴 편견이에요. 공구 찬 여성이 작업하는 거, 얼마나 멋있는데요. 예쁜 게 아니라 멋있어요.”

신용현 낭만목수학교 교장의 수업은 현장실습 100%로 이뤄진다.

낭만목수학교는 주중반, 주말반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주중반은 월~금요일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한두 달간 집중 교육을, 주말반은 토,일요일 같은 시간대에 몇 달에 걸쳐 교육을 받는다. 2년간 70여명의 학생이 학교를 거쳤는데 그중 98%가 남성이었단다.

“예전부터 그런(여자가 목수를 해야 한다) 생각은 늘 갖고 있었는데 신청자가 적었어요. 올해까지 여성은 세 분이 등록했는데 끝까지 과정을 밟고 있는 분은 현재 한 분입니다. 학생들끼리 (성이 홍씨라) ‘홍목수’라고 부르는데 올 3월에 등록하셨어요. 너무 잘 하는 거예요. 그 분 보고 본격적으로 여자목수 키워봐야겠다고 반을 만든 거죠.”

묵묵히 집을 짓던 ‘홍목수’ 홍수남씨가 거든다. 서울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하는 홍씨는 주말에만 파주를 찾지만 벌써 두 번째 실습용 집을 짓고 있다. 홍씨는 “파주에 산 집을 직접 인테리어 하고 싶어 내장목수(집안 인테리어) 과정을 신청했다. 처음에는 내 손으로 집 고치고 싶은 마음 정도였는데, 기술 배울수록 목수가 매력 있는 직업이더라”면서 “지하철 탈 때마다 목수일 잘 할 것 같은 여성이 있나 눈 여겨 보게 된다. 중학생인 딸에게도 권하고 싶은 직업”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지은 집 앞에서 함박 웃음을 짓는 홍수남씨.

공구 사용법, 석고보드 자르는 법부터 가벽 세워 집짓고 가구 만들고 내부 인테리어 하는 방법까지 가르친다. “100% 현장실습”에 일대일 지도가 원칙이다. 이 때문에 사실, 여자목수반이라고 해서 교육과정이 일반 주중, 주말반과 다를 건 없다.

그럼에도 왜 여자목수반을 따로 꾸렸느냐는 질문에 신 교장이 교육 과정 후 ‘빅 피처’를 꺼낸다. 기술을 익혀도 ‘진짜 현장’에 가봐야 기량이 늘기 때문에 신 교장은 일감을 받고, 견적을 내고, 팀을 꾸려 현장을 감독하는 ‘업자’로 성장할 때까지 멘토링을 한다. 본인이 꾸린 인테리어 회사 등을 통해 일감이 들어오면 가르친 제자를 추천하고 현장 업무 때 요령을 가르치기도 한다. 현재 학교 2개 동 중에서 하나를 ‘졸업생 창업팀’을 지원하는데 쓰고 있는데, 이 창업팀에 여자목수팀을 신설하겠다는 설명이다. “아직 한국에 그런 팀이 없잖아요. 가시적인 효과가 크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남자 목수 못지않게 여자 목수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web_cdn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