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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가 반대하니 거꾸로 가면 된다? 
 자칭 진보의 정파적 착각에 불과해 
 여권, 당장의 타격과 장기 위험 직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의 인사청문회가 무산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무제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오대근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자유한국당과 조선일보가 반대하니 거꾸로 가면 된다고 말한다. 나도 그들에게 반대하고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한다. 그렇지만 그들이 비판하면 무조건 거꾸로 가면 된다는 생각엔 동의할 수 없다. 한국당과 조선일보가 정부를 비판하려면 저 자신부터 개혁해야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정부를 전혀 비판할 수 없는 건 아니다. 민주주의의 아이러니다. 그들이 반대할수록 무조건 밀어붙여도 된다는 생각은 정파적 착각이다. 그러면, 진보가 보수보다 나은 게 없다. 결국 보수와 진보는 서로 적대적으로 공생하는 짝이 된다.

임명 지지자들은 한국당이 반대여론을 주도한다고 과장한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임명 반대 비율은 54.3%와 55%(리얼미터), 57%(한국갤럽), 60%(중앙일보)다. 한국당 지지율이 25% 정도니 그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임명을 반대한다. 또 사법개혁 추진을 위해 무조건 조국을 지지해야 한다? 나도 개혁을 원하지만, 이미 특혜의 아이콘이라고 보수의 조롱을 받고 다수 국민에게 거부되는 사람이 개혁을 추진하긴 어렵다. 적임자라는 전제가 이미 왕창 깨져버렸다.

자칭 진보는 무조건 한국당의 반대를 반대하기만 하면 된다고 여긴다. 공지영과 이외수 등은 보수가 기득권을 더 많이 가지고 있으니 진보는 버릴 필요 없다고 말한다. 유시민은 조국이 직접 책임질 일이 ‘한 개도 없다’며, 그에 대한 비판은 모두 억측과 짐작뿐이고, 어떤 위선도 없다고 퉁 친다. 놀랄 일이다. 과거 비슷한 상황에서 조국은 정의와 진보의 이름으로 보수의 뻔뻔스러움을 신랄하게 비판했고 즉각 물러나라고 일갈했다. 그런 그가 지금은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게 위선 아닌가? 송구하지만 법무부 장관은 해야겠다는 염치없음이 개혁에 도움이 되는가? 논문 1저자와 3저자 문제를 보자. 단국대 의대 교수는 학부모들이 서로 ‘스펙 품앗이’를 했다고 인정했고, 그 교수의 ‘재량’은 연구자들의 기준으로는 이미 비리다. 그런데도 조국은 기자회견에서 “딸이 영어를 잘해서 준 거 같다”고, 또 인턴은 MB 정부가 장려했다는 말을 늘어놓았다. 인턴을 교묘하게 특혜로 연결한 일이 문제 아닌가. 과거 진보들의 자녀가 특목고에 많이 다닌다는 사실이 지적되었을 때는, 자녀들이 공부를 잘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여겼다. 그런 게 아니었다. 부패한 보수 못지않게 편법을 자행하고 공정 경쟁을 훼손한 진보들이 있다.

이제까지 자칭 진보는 계급과 불평등 문제뿐 아니라, 불공정 경쟁은 보수의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아파트 3채를, 더욱이 사학재단을 담보 삼아 대출한 돈으로 샀다면? 입으로만 불평등을 비판하면서 실제로는 부패한 보수와 닮은 특권계급을 형성한 자칭 진보들은 결국 진보라는 거대 서사를 자신들의 안에서부터 무너뜨린다. 보수에게 조롱을 받는 자칭 진보는 그들을 정당화시켜 줄 뿐이다. 그런데도 민주당과 정의당 지지자들 다수는 임명을 지지한다니, 놀랄 일이다. 한국당과 조선일보가 반대하면 어떤 일도 정당하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면, 진보의 정신승리다.

보수에 밀리면 끝? 그럴 수 있다. 그렇다고 보수의 반대로 자신을 정당화시키는 일을 반복하면 더 밀릴 것이다. 보수의 조롱을 받는 사실을 부인하는 건 개혁에 해로울 뿐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하는 겸손조차 우습게 만든다. 더욱이 상식을 가진 다수와 분노한 20대의 반대를 무시하면 정말 끝이 아닐까. 자칭 진보는 보수와의 싸움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패한 보수와 싸우며 진보가 고생할 때는 맞다. 그때 진보는 존경을 받는다. 그러나 보수와 싸운다며 특권계급이 된 진보는 웃음거리가 된다. 그리고 지금 보수와 진보의 대립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공정하게 경쟁을 했느냐, 그리고 특권계급이냐 아니냐다. 임명을 철회하면 청와대와 민주당에는 당장은 타격이겠지만, 정파적 계산으로 조국을 밀어붙이면 더 큰 위험이 덮칠 것이다.

김진석 인하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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