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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신문 “美, 세계제패 돌격대로 日 쓰려 日경제식민지로 南 내던져” 
아베규탄 시민행동 관계자들이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파기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촉발한 한미 사이 균열을 북한이 파고들고 나섰다. 일본의 대한(對韓) 경제 보복을 방관하던 미국이 한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이뤄지자 한국을 압박하며 일본을 편들고 있다면서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 정세론해설 ‘거역할 수 없는 민심의 반일 기운’에서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는 남조선(남한) 민심의 반영으로서 응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6년 11월에 체결된 남조선일본 군사정보보호협정은 박근혜 정권과 아베 일당의 범죄적인 공모 결탁의 산물로서 민족의 존엄과 이익을 팔아먹고 북남 사이의 불신과 대결을 부추기는 동시에 섬나라 족속들에게 군국주의 부활과 조선반도(한반도) 재침의 발판을 마련해준 전대미문의 매국 협정, 전쟁 협정”이라고 규정하면서다.

이어 신문은 “최근 아베 패당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놓고 도적이 매를 드는 격으로 놀아대며 남조선에 대해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하고 그 폭과 규모를 나날이 확대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당장 폐기할 데 대한 남조선 각계의 요구는 더욱 고조됐다”며 “과거 죄악에 대해 사죄하고 배상하기는 고사하고 파렴치하게 경제 침략의 칼까지 휘두르며 갈수록 오만무도하게 날뛰고 조선반도의 평화 흐름까지 파탄시키려고 발광하는 일본 반동들에 대한 남조선 민심의 분노는 무섭게 치솟았다”고 전했다.

표적은 일본뿐 아니었다. 신문은 “지금껏 남조선에 대한 일본의 강도적인 경제 보복 책동에 대해 강 건너 불 보듯 하던 미국은 군사정보보호협정이 파기되자 무슨 큰일이나 난 듯이 펄쩍 뛰며 ‘유감스럽다’느니, ‘실망스럽다’느니 하고 남조선 당국에 거듭 압력을 가하고 일본을 공공연히 편들고 있다”며 “일본을 세계 제패 야망 실현의 돌격대로 써먹기 위해 남조선을 일본의 경제 식민지로, 대일 종속물, 희생물로 내던지는 것도 서슴지 않으려는 미국의 기도가 바로 여기에서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 남조선 각계에서는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에 따른 미국의 내정 간섭 행위가 계속되면 거세게 일고 있는 반일 운동이 미국을 향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들이 울려 나오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남측을 선동했다. “지금 남조선 집권 세력은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로 남조선, 미국, 일본의 ‘안보 협력이 와해된 것은 아니다’, 일본이 수출 규제 조치를 철회하면 ‘다시 검토해볼 수 있다’고 하면서 상전들의 불만을 눅잦혀보려(누그러뜨리려) 하고 있다. 이것은 친일 적폐 청산 구호를 들고 반일 투쟁에 떨쳐나선 촛불 민심을 거스르는 행위”라며 “현실은 남조선 인민들이 반일 투쟁으로 이룩한 성과를 공고히 하자면 아베 패당이 강도적이며 침략적인 경제 보복 조치를 철회하고 과거 죄악에 대해 사죄하고 배상할 때까지 촛불을 더욱 높이 추켜들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한미동맹을 집중 겨냥한 건 선전 매체들이다. ‘메아리’는 이날 ‘또 다시 드러난 한미동맹의 진모습’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무대로 열강들 간의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오늘날 일본이라는 사냥개를 잘 이용하기 위해서라면 남조선쯤은 사냥개에게 던져줄 먹이로 이용해도 괜찮다는 것이 미국의 속생각일 것”이라고 했고, 같은 날 ‘우리민족끼리’는 ‘드러난 상전의 흉심’에서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고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지배와 예속을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고 했다.

지소미아는 1945년 광복 이후 한일이 처음 맺은 군사 협정이다. 미국ㆍ일본의 강력한 요청으로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11월 23일 체결됐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등과 관련한 2급 이하 군사비밀 공유를 위해 지켜야 할 보안 원칙 등을 담았다. 그러나 일본이 안보 문제를 이유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자 한국 정부가 지난달 22일, 체결된 지 2년 9개월 만에 종료를 전격 결정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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