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우려ㆍ기대 동시에 받는 암호화폐…국내 시장은 ‘긴 침체기’

입력
2019.09.09 16:59

“조심스러운 입장 이해 가지만, 합리적 규제와 산업육성 측면에서의 접근 필요”

암호화폐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코리아
암호화폐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코리아

페이스북이 발행 예정인 암호화폐 리브라(Libra)는 새로운 미래를 개척할 수 있을까.

지난달 16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열린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ㆍ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의 리브라 관련 청문회는 여러모로 화제였다. 미국 의회가 이례적으로 청문회를 개최한 것은 페이스북의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고려할 때 리브라 발행이 기존 금융산업과 화폐경제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리브라는 페이스북이 1년여간 준비해 온 암호화폐다. 전 세계 어디서나 송금 및 결제용으로 사용 가능하다. 가격 변동성이 있는 비트코인과 달리 가격이 고정된 ‘스테이블 코인’이다. 달러, 유로, 엔 등 기존 화폐 또는 실물자산과 연동시켜 가격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페이스북 리브라 프로젝트를 이끄는 데이비드 마커스는 청문회장에서 리브라는 효율적이고 안전한 송금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용자의 프라이버시 보호 문제, 범죄 악용 가능성 등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마커스는 잇따른 우려에 “블록체인 기술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며, 미국이 개발과 규제를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고 있는 암호화폐. 세계 각국은 암호화폐에 대해 어떤 정책을 추진 중일까.

국가 별 다양한 암호화폐 정책

미국은 블록체인 서비스 활용을 위한 제도 개선, 공공서비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는 등 블록체인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증가하는 추세다. 리브라 이슈로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측면도 있다. 각 주별로 정책과 규제 정도가 다른데 버몬트, 애리조나, 네바다 주는 블록체인 기반 전자문서의 법적 효력을 인정하고 재무부 등에서 기술 도입을 위한 개념검증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암호화폐의 과세 기준 수립 작업에 착수하는 등 자산가치로서의 암호화폐를 인정하려는 분위기다.

영국은 블록체인 기술의 효용성 평가 및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규제를 개선하고 실제 적용 가능한 수준으로 기술력 확보에 나설 것을 권고하고 있다. 2017년에는 제2차 투자관리 전략에서 블록체인 기반 핀테크 산업 육성을 구체화한 바 있다. 최근 영국 금융감독원(FCAㆍU.K. Financial Conduct Authrity)은 암호자산 가이드라인(Guidance on Cryptoassets)을 완성해 어떤 토큰이 금융감독원의 감독 대상이 되는지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일본의 경우 금융청(Financial Service Agency)을 감독기관으로 지정하고 자금결제법 일부를 개정, 가상통화 취급소의 인가 및 이용자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암호화폐를 법률상 ‘암호자산’으로 지칭하고 마진 거래 등을 허용하는 법안이 중의원을 통과해 참의원 심의만을 남겨놓고 있다.

핀테크 선도국 싱가포르는 암호화폐에 상품서비스세 부과를 면제하는 정책을 검토하는 등 산업 육성에 노력하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 시장… 광풍 후 긴 침체기

한국은 2017년 9월 정부가 암호화폐의 가상화폐공개(ICO) 금지 원칙을 밝힌 이래, 암호화폐 광풍이 휩쓸었던 시기를 지나 긴 침체기를 겪는 중이다.

가상화폐공개(ICO)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코리아
가상화폐공개(ICO)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코리아

한국은 암호화폐가 ‘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장은 은행권 청년창업재단 출범 6주년 행사에 참석해 “(암호화폐를) 금융상품으로 볼 것이냐, 금융 규제 대상으로 삼을 것이냐는 별개의 문제”라며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정부는 지난 2월 ICO 전면 금지 방침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ICO가 여전히 투자 위험성이 매우 높고 사기 위험이 높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 밖에도 지난해 1월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을 제정했으며, 같은 해 9월에는 금융감독원이 ‘ICO 실태점검 관련 질문서’를 송부하기도 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기존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을 1년 더 연장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암호화폐 규제가 블록체인 산업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분리 가능하지만, 실질적으로 블록체인 생태계에 참여를 유도하고 기술 발전을 위한 투자금 모집을 위해서는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내 블록체인기업 ‘아이콘루프’ 김종협 대표는 “물론 암호화폐가 야기하는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며, 정부의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도 이해가 간다”면서도 “합리적인 규제와 산업육성 측면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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