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연내 형 확정 땐 ‘총선 전 사면론’ 불씨 살아날 수도

입력
2019.08.30 17:12
수정
2019.08.30 18:46
5면

형 분리 선고, 재판 한 차례면 돼 파기환송심 올해 안에 마무리 전망

대법에 재상고 땐 수개월 또 소요 “사면 논의 열쇠는 검찰이 가진 셈”

박근혜 전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
박근혜 전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29일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관심이 쏠린 이유 중 하나는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설’ 때문이었다. 대법원이 형을 확정한 뒤 사면이 이뤄지면 내년 총선 구도가 어떻게 될까, 라는 ‘여의도발 시나리오’가 나돌았다. 이 시나리오는 대법원이 박 전 대통령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가라앉았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사건의 경우 재상고심이 열릴 가능성이 낮아 연내에 형이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총선 전 박근혜 사면’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에서 열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파기환송심은 늦어도 올해 안에 마무리되리란 전망이 나온다.

우선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박 전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비선실세 최순실씨에 판결을 동시에 내렸지만, 사건을 ‘병합’한 게 아니라 ‘병행심리’했다. 병합이 사건 자체를 하나로 묶은 것이라면, 병행 심리는 별개의 사건을 재판 편의상 묶어서 진행한 것일 뿐이다. 세 사건이 다 별개의 사건이니 이 부회장, 최씨 사건과 별도로 박 전 대통령 사건만 진행, 판결을 내릴 수 있다.

여기에다 박 전 대통령 사건이 제일 간단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박 전 대통령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공직선거법에 따라 뇌물 혐의와 직권남용ㆍ강요 혐의를 분리 선고해야 하지만, 1ㆍ2심 재판부가 이를 위반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내용이 아니라 절차 위반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 경우 파기환송심에서 서로 다툴 내용이 없다.

최씨 판결에서 대법원이 강요죄 부문을 무죄로 선고했고, 이 부분은 박 전 대통령도 공범으로 묶여 있어 판결 내용은 일부 조정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굵직굵직한 혐의에 비하자면 강요죄는 미미한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김남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은 “파기환송의 주된 내용이 심리를 다시 하라는 게 아니라 형을 분리해 선고하라는 것이기 때문에 재판을 한번 정도만 열면 바로 선고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 장벽은 재상고 가능성이다. 서울고법에서 이뤄질 파기환송심이 간단히 끝나더라도 검찰이나 박 전 대통령 측에서 재상고를 하면 사건은 다시 대법원에 올라가야 한다. 박 전 대통령 측의 재상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뿐 아니라, 국정원 특활비 사건 등 다른 사건 재판에서 단 한 번도 항소하거나 상고하면서 쟁점을 다퉈본 적이 없다. 소소하게 다퉈서 몇 년 형을 더 받고, 덜 받느니 형을 빨리 확정시키고 사면받는 쪽을 택했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이 때문에 ‘총선 전 박근혜 사면’의 키는 오히려 검찰이 쥐고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대법원 판결 결과에 따라 서울고법이 파기환송심을 종결시키면 검찰로서도 재상고할 명분은 엷어진다. 하지만 정무적 판단을 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형이 확정되면 그 순간부터 사면 요구가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 뻔한 상황인데 검찰이 가만히 있을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면 불가론도 여전하다. 법원 관계자는 “검찰의 정치적 판단도 있을 수 있고, 국정원 특활비 사건이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란 점을 감안하면 불확실성이 더 커보인다”고 말했다. 사면 절차를 감안해 내년 총선 이전 사면이 성사되려면 늦어도 2월까지는 형이 확정돼야 한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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