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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카톡방담] 지소미아 종료후 외교 후폭풍

韓, 美·日 향한 강경한 태도엔 국익 위한 외교공간 만들기
美, 미중 갈등 격화 상황에서 “한국이 동맹간 신뢰 깼다” 격앙
미국의 개입 바라지 않는 日, 韓 추가보복 않고 美 예의주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 내용을 보고받고 있다. 청와대 제공

정부의 전격적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미국 정부가 강한 우려를 나타내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신뢰문제를 들어 경제보복을 가한 일본과 군사정보를 공유할 상황이 아닌데다 일본이 지속적으로 제대로 된 대화를 거부한 데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지소미아 파기를 한국이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에서 이탈하려는 움직임으로 판단하고 있다. 급기야 미국이 독도 훈련에 이의제기를 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한일 갈등에 중립적이던 미국이 우리 영토를 놓고 사실상 일본편을 든 것이어서 ‘외교참사’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외교 이슈를 체크하기 위해 본보 외교안보팀과 도쿄특파원, 국제부 담당기자가 카톡방에 모였다.

광화문 불나방(불나방)=미국이 지금 난리죠. 한일 간 군사정보 공유를 가능케 하는 틀 정도로 사람들은 지소미아를 알고 있었는데요. 왜 미국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건가요.

판문점 메아리(메아리)=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공인인증서’로 비유했는데요. 지소미아가 그런 겁니다. 상대국 정보를 공유했다면 그 정보가 다른 곳으로 새거나 하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할 의무가 생기는데 정보 교류 때마다 건건이 매번 보안각서 같은 걸 쓰면 번거로우니 서로 믿을 만한 나라끼리 연 단위 정도로 상호 신뢰 협정 같은 걸 맺게 됩니다. 그러면 아무래도 정보 교류가 원활해지고 공유되는 정보의 질도 좋아지겠죠.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주요 경쟁 상대는 중국이죠. 동맹국은 한국ㆍ일본이고요. 하지만 한일은 동맹이 아닙니다. 풀어야 할 과거사 문제가 있어서죠. 일본이 한국을 식민 지배한 적이 있죠. 국내 정서가 안 좋습니다. 지소미아를 놓고 북한은 재침략의 토대라며 매국 협정이라고 비난하기도 하죠. 미국 입장에서는 난감한 일입니다.

사직로 피톤치드=한일은 지소미아 이전에도 한미일 3국이 2014년 체결한 정보공유약정(TISA)을 통해 군사정보를 교환하고 있었어요. 애초 지소미아는 미사일 방어(MD) 체제를 한미일 3국 공조가 필수적이던 미국의 뜻이 강하게 반영된 협정이었죠. 최근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미국으로선 한미일 3국 공조가 더 중요한데 그 틀을 한국이 깼다고 생각해 불쾌해하고 있죠. 동맹국간의 신뢰가 깨졌다고 생각하는 거죠.

노샴프의 요정=지소미아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한일 양국이 체결한 첫 번째 군사협정이라는 데 의미가 있어요. 급박한 상황에서 재빠르게 한국의 휴민트(인적정보)와 일본의 군사위성자료 및 이지스함에서 얻은 정보를 서로 공유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기 위해 맺은 조약이죠.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 한국 측은 발사 순간을 포착할 수 있지만 낙하를 관측할 수 없고, 일본은 이와 반대의 장단점을 갖고 있어 양측이 단점을 보완할 수 있어요.

불나방=일본 쪽 상황은 어떤가요. 미국이 한국에 불만을 터뜨리는 걸 보고 내심 웃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죠.

고구마와 사이다=지소미아 종료는 일본도 예상하지 못한 결정이라서 당혹스러워하고 있는데요. 미국의 반응에 안도하는 건 사실이지만 마냥 웃고 있다고 보긴 어려워요. 아직은 한국에 강한 실망을 표한 만큼 미국이 한국보다 일본 편을 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미국이 한일갈등에 깊숙이 개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죠. 일본은 지난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각의 결정에 앞서 미국의 중재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했는데요. 미국이 한일갈등에 개입하는 것을 바라고 있지 않은 것 같아요. 때문에 미국의 잇단 반응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향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는지를 주시하면서 신중하게 움직일 것 같습니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일본이 추가적인 보복 조치를 시행하지 않는 것도 더 이상의 한일갈등 악화를 바라지 않는 미국 의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결정 전후 한일ㆍ한미 갈등 그래픽=김경진기자

불나방=지난 22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 뒤 오후 6시가 못돼 청와대 공보담당자가 “윤전기를 세우라”고 했죠.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대부분 언론이 예상 못했기 때문인데요.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변수가 돌출한 탓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나왔어요.

마음은 콩밭에(콩밭)=NSC 상임위 회의, 대통령 보고, 이후 또 회의가 3시간 안에 이뤄졌다는 건데요. 종료 발표 직전까지 청와대가 보인 입장은 “결정된 것 없다”, “회의가 끝나봐야 안다”는 것이었으니 상당한 논박이 오갔을 수 있어 보입니다. 물론 ‘어차피 답은 정해져 있었던 것 아니냐’, ‘반일 정서를 자극하려는 거냐’는 식의 공세를 예상하고, 절차적인 부분을 굳이 부각해서 말한 것일 수도 있지만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청와대 내부 기류로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어느 정도 예견된 측면이 있습니다. 미국의 ‘스탠드 스틸’(현상동결합의) 개입을 일본이 거부했을 때부터 고민을 해왔죠. 다만 한국 외교의 오랜 관행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낯선 상황이긴 했습니다. “공을 좇는 게 아니라 공간을 만들어 나간다”는 게 지금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의 전략이라고 합니다. 축구에서 전해 내려오는 오랜 격언이죠. 판을 흔들어야 승산이 있다는 겁니다.

불나방=국방부는 반대하고 외교ㆍ통일부는 찬성했다는 전언이 보도되기도 했죠.

메아리=청와대가 “소설 같은 기사”라고 즉각 부인했지만, 어쨌든 27일 일본 NHK 보도 내용은 좀 다릅니다. 22일 NSC 상임위 회의에서 종료 결정을 주도한 건 청와대 참모들이고 전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화룡점정 했다는 겁니다. 의외로 정경두 국방장관과 베이징 출장 간 강경화 외교장관 대신 참석한 조세영 외교1차관은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는 게 보도 내용입니다. 국방부 대 외교ㆍ통일부 구도가 아니라 청와대 대 정부부처 구도였다는 얘기죠.

밥먹었더니 배불러= 정경두 국방장관의 발언이 오락가락하고 있지만, 지소미아는 동북아 안보 정세에 따라 효용성이 달라집니다. 북한이 중ㆍ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쏘고 핵실험을 강행하는 국면에선 일본 측 정보가 필요해요. 탄도미사일의 사거리가 길어지면 탄착지점을 정확히 파악하는데 일본 측 정보가 중요하고, 핵실험을 하게 되면 그 실질을 알기 위해서 핵실험으로 발생한 방사능 물질을 포집ㆍ분석해야 하는데, 북측으로 접근이 불가능해 편서풍 영향으로 대기의 흐름 길목에 있는 일본 쪽에서 포집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죠. 하지만, 지난해부터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않고 있고, 최근 잇따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경우 일본 측이 수집할 수 있는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어서 요즘 같은 상황에선 지소미아의 효용이 현격히 떨어집니다.

불나방=정부가 거침없이 공세적인 외교를 펼치는 배경은 뭔가요.

콩밭=”국제사회의 보편적 이익을 추구하는 다자주의가 퇴보하고 있다. 자국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기조가 확대되고 있다. 이는 현실이며, 우리로선 이런 현실을 무시할 수가 없다. 국익을 위한 외교적 공간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의 말입니다. 동맹국, 우방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국가의 생존을 전적으로 결정하진 못한다, 고로 국익부터 생각하는 현실성을 가져야 한다는 게 일본에는 물론 미국에도 강경한 태도를 보이게 된 배경인 듯 합니다.

미국의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28일(현지시간) 국방부청사(펜타곤)에서 가진 취임 한달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등 한일 갈등 상황과 관련, "(한일) 양측이 이에 관여된 데 대해 매우 실망했고 여전히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DC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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