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에 톨게이트 노동자, 창조컨설팅 판결까지…대법원의 진보 ‘해트트릭’

입력
2019.08.29 17:00
김명수 대법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실세'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선고를 시작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명수 대법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실세'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선고를 시작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공여 혐의를 인정한 29일 대법원 판결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같은 날 대법원이 내린 톨게이트 노동자 및 창조컨설팅 사건도 함께 주목 받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 재판이 가장 큰 관심을 모으긴 했지만 이들 판결도 노동자에 대한 ‘강자’의 엄중한 책임을 물은 것으로 평가 받는다.

이 부회장에 대한 선고에 앞서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ㆍ노정희 대법관)는 톨게이트 요금원 368명이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준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외주업체에 소속됐던 요금 수납원들은 도로공사와 외주업체가 체결한 계약이 사실상 근로자 파견 계약에 해당되기 때문에 관련 법에 따라 2년의 파견기간이 만료되면 도로공사가 직접 고용하는 것이 맞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 이어 2심까지 요금 수납원들의 승소 판결이 났지만 직접 고용을 주장하는 수납원들의 바람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2심 선고 후 전체 수납원 6,500여명 중 5,000여명은 도로공사의 자회사로 편입ㆍ채용됐지만 나머지 1,500여명은 직접 고용을 요구했고 도로 공사 측은 이들을 지난 달 1일 전원 해고하는 강수를 뒀다.

이날 대법원 선고는 수납원들이 지난달 30일부터 한달 여간이나 서울톨게이트 지붕 위에서 고공농성을 이어오던 와중에 이뤄진 것이다. 이날 선고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는 수납원들의 승소를 축하하는 메시지가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오늘 대법원 두 가지 선고 중에 더 마음에 와 닿는 것은 당연히 톨게이트 수납원들의 직접고용”(wo****)이라며 힘든 싸움을 이어온 이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이에 앞서 노사 분쟁이 있는 기업에 이른바 ‘노조 파괴’ 컨설팅을 제공한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창조컨설팅 심종두 대표 및 김주목 전무에 대해 징역 1년2개월의 실형을 확정하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이들은 2010년부터 이듬해까지 현대자동차 협력업체 발레오전장 및 유성기업에 노조 와해를 목적으로 한 컨설팅을 제공한 혐의를 받았다.

유죄 확정판결이 났지만 노동계에서는 두 피고인의 형량이 낮은 점을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선고 직후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오늘 판결에 만족하지 않는다”며 “창조컨설팅과 같은 유해단체와 이를 운영했던 인물들이 다시는 번성할 수 없도록 사회를 바꾸고, 제2의 심종두와 김주목을 꿈꾸지 못하도록 끝까지 추적하고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마다 법률적 쟁점이 다른 각각의 사건이지만 재벌, 공공기관, 악덕기업 등에 무거운 책임을 묻는 공통점을 보인 것은 문재인 정부 들어 새로 임명된 대법관들의 영향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임명 시점의 정권 성향에 따라 일률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반론도 있지만 당장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8명을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만큼 ‘보수색이 짙다’는 평가를 받았던 전 정권과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이디 bi****을 사용하는 누리꾼은 “대법원 판결이 조금씩 달라지는 게 보인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이른 대선이 아니었다면 대법원 인사 상당수를 박 전 대통령이 하고 떠났을 테니 오늘 같은 판결은 나오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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