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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 클리오로 태백 스피드웨이를 달렸다.

르노의 초청을 받아 강원도에 위치한 ‘태백 스피드웨이’를 찾았다.

이미 앞선 복수의 시승을 통해 르노 클리오의 매력, 특히 달리기 부분에서 드러나는 강점 등을 통해 클리오의 서킷 주행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만큼 이번의 주행은 그 시작부터 ‘달리고 싶다’는 욕망이 가득했다.

제법 긴 시간 동안 복합적인 이유로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던 ‘태백 스피드웨이’ 위에서 르노 클리오는 과연 어떤 가치와 존재감, 그리고 르노에 대한 어떤 과제를 부여할 수 있을까?

90마력의 유러피언 해치백, 르노 클리오

1990년 유럽 시장에 데뷔한 이후로 유럽과 글로벌 시장에서 수 많은 사랑을 받은 소형 해치백으로서 국내 시장에는 4세대 모델부터 판매를 시작한 차량이다. 4,062mm의 짧은 전장과 각각 1,732mm와 1,448mm의 전폭과 전고로 이어지는 컴팩트한 작은 차체는 합리성, 그리고 즐거움을 예고한다.

날렵하고 고유의 존재감이 돋보이는 외형은 무척이나 매력적이지만 실내 공간은 살짝 아쉬움이 있다. 흔히 국내 소비자들이 바라는 ‘고급감’의 부재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포티한 감성이 담긴 시트 등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구성일 것이다.

수입차를 대체 국내 제조 차량과 같은 가격으로 구매할 수 없다는 건 모드가 아는 사실일 것이기 때문이다.

르노 클리오의 보닛 아래에는 르노를 대표하는 컴팩트 디젤 파워트레인이 자리한다. 실제 QM3 등에서도 마주했던 ‘1.5L dCi 디젤 엔진’이 보닛 아래에서 중심을 잡는다. 이 엔진은 최고 90마력과 22.4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이러한 엔진에 합을 이루는 건 바로 EDC, 즉 6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다.

주행 성능보다는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변속기이며 전륜을 굴려 주행을 이어간다. 이러한 구성을 통해 국내에 판매 중인 르노 클리오는 국내 공인 연비 기준으로는 리터 당 17.7km에 이르며 도심과 고속 연비는 각각 16.8km/L와 18.9km/L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다.

2.5km의 태백 스피드웨이를 달리다

르노 클리오가 달릴 무대는 바로 태백 스피드웨이다. 수년 동안의 복잡한 일을 뒤로 하고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한 번 도약을 알리고 있다. 2.5km의 짧은 길이, 그리고 6개에 그치는 비교적 단순한 코너 레이아웃을 갖고 있다.

서킷의 길이가 짧은 덕에 트랙 주행을 시작하면 클리오의 존재감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다. 서킷 자체가 작은 편이라 스트레이트가 짧기 때문에 90마력과 22.4kg.m의 토크로도 충분히 달릴 수 있었다. 조금이라도 스트레이트가 더 길었다면 다소 지루할 수 있었지만, ‘적당한 길이’의 스트레이트 덕에 지루함이 느껴지려는 찰나 1번 코너를 마주하게 됐다.

클리오를 시승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다면 파워트레인의 퍼포먼스에 비해 하체의 견고함이 더욱 강렬하다는 점이다. 실제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직후 곧바로 발휘되는 뛰어난 제동 성능은 물론이고, 1번 코너를 파고 들 때 차량의 움직임이 무척이나 견고하고 탄탄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경험할 수 있다.

다만 6단 EDC 변속기는 듀얼 클러치 변속기라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차량인 만큼 실제 주행 환경에서 드러내는 감성 자체는 스포티함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주행 내내 수동 변속을 통해 원하는 움직임을 구현해야 했다.

달리면 달릴수록 드러나는 매력

클리오의 매력은 앞서 말한 것처럼 90마력, 22.4kg.m의 성능이 아니다. 바로 연속된 코너, 그리고 급격한 제동 후 과감한 조향을 요구하는 코너에서 드러난다. 태백 스피드웨이를 ‘보이는 대로’ 타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레이아웃을 고려하며 연석이 아닌, 미들라인, 그리고 노면을 최대한 활용해보면 그 가치가 명확히 드러난다.

성능 자체는 탁월한 편은 아니지만 직관적이고 만족스러운 제동 성능은 물론이고, 2,589mm의 짧은 휠베이스를 기반으로 조향에 맟춰 일체된 움직임을 과시하는 그 ‘궤적’은 무척이나 경쾌하고 가벼운 모습이다.

게다가 하체의 완숙미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 코너를 진입하고 빠져나올 때, 운전자가 느끼는 노면 정보는 물론이고, 운전자의 조작에 따라 움직이는 클리오가 상당히 명료하고 정확하다는 느낌이 들어 그 가치가 더욱 돋보인다.

이러한 움직임들이 이어지니 태백 스피드웨이의 방치된, 그리고 노후화된 노면으로 인해 때때로 예기치 못한 진동이나 충격이 실내로 유입되더라도 주행의 가치가 꾸준히 이어지는 만큼 드라이빙의 재미, 그리고 더 좋은 기록을 위한 도전의식을 자극하는 것 같았다.

아쉬움을 남기는 존재

르노 클리오와의 태백 스피드웨이를 달리고 난 후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즐겁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아쉽다는 것이다.

좋은 이야기를 뒤로 하고 아쉬운 부분부터 이야기를 한다면 체격이 작은 만큼 드라이빙 포지션이 조금 부담스러운 점, 그리고 디젤 파워트레인의 도입이 그 아쉬움의 원인이다. 특히 파워트레인의 경우에는 그 아쉬움이 상당히 크게 느껴졌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한다면 주행의 재미는 확실하다는 점이다. 데뷔 초부터 언급되었던 ‘원 메이크 레이스’가 도입되었다면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서킷에서 클리오와 더욱 많은 시간을 보냈을 것 같았다.

좋은점: 작은 차체에서 구현되는 매력적인 드라이빙 퍼포먼스

아쉬움점: 절대적인 성능의 아쉬움, 대중들의 편견

가치의 또 다른 분배

이기적이다. 2천만원 대의 수입차를 구매하며 그 이상의 패키지를 바라면서, 되려 그러한 패키지를 구축하지 못한 브랜드를 비난하는 것 말이다.

푸조 208, 폭스바겐 폴로 등 앞서 출시되었던 차량들을 떠올려 보더라도 클리오는 충분히 제 몫을 다하고, 유러피언 소형 해치백이 과시하는 ‘차량 가치의 또 다른 방식의 분배’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잘 보여주는 존재일 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페이퍼 스펙으로는 단정지을 수 없는, 르노 고유의 경험과 노하우까지 고려한다면 대중들의 과도한 이기심은 더욱 커 보이고 반대로 클리오 또한 더욱 커 보일 것이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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