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가이드라인 보니… ‘조국 딸, 1저자 문제없다’ 해명 어불성설

입력
2019.08.25 17:04
수정
2019.08.25 19:51
5면

국제저널, 연구 개념에 실질적 기여 등 4가지 조건 충족해야 ‘저자’ 인정

국내도 황우석 연구조작 계기로 2007년 제정… “교수 신분 조국 당연히 알았을 것”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이 고교 시절 의학논문 제1저자에 등재된 것을 두고 여권 일각에서 “영작과 실험에 실제 참여했으니 문제없다”는 해명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논문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이 정도 기여도만으로는 절대 저자 자격을 얻을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논문저자를 부당하게 표시하는 것은 부정행위가 있던 해로부터 국가연구비 전액을 환수할 수 있는 가장 심각한 연구윤리 위반 중 하나로 규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한국일보가 국제의학저널 편집인위원회(ICMJE)의 ‘저자 및 기고자의 역할 정의’ 가이드라인을 확인한 결과, 논문의 저자는 △연구의 개념(concept)이나 디자인에 실질적으로 기여해야 하고 △중요한 지적 내용에 대해 논문 초안을 쓰거나 수정해야 하며 △논문 출간을 최종 승인하고 △논문의 어떤 부분에서라도 정확성ㆍ통합성 관련 문제를 설명할 수 있어야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가지 사항을 모두 충족하지 않으면 저자 자격을 인정하지도 않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이나 미국 하버드대학의 가이드라인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제 기준에 따르면 단순 실험 보조나 번역에 참여한 정도로는 국제학술지에 실릴 만한 확장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E)급 논문 저자, 특히 제1저자가 되기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일부에서는 “논문 저자에 대한 국내 가이드라인이 최근에야 만들어졌다”며 반박하지만 이 또한 설득력이 낮다. 논문이 쓰여지기 전인 2007년 과학기술부 훈령으로 제정된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에 따르면 “연구내용 또는 결과에 대하여 공헌 또는 기여를 하지 않은 자에게 감사 또는 예우 등을 이유로 논문저자 자격을 부여하는 행위”는 ‘부당한 논문저자 표시’ 행위로 연구부정에 해당한다. 황우석 전 수의대 교수의 연구조작 사건을 계기로 2008년 서울대에 만들어진 ‘진리 탐구와 학문 윤리’ 공동수업에서 ‘학문 윤리와 법’을 강의한 적이 있는 조 후보자가 이런 규정을 몰랐을 리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가R&D사업의 ‘부당한 논문저자 표시’는 ‘연구비 횡령’보다 훨씬 심각한 행위라는 게 정부 규정이기도 하다. 과기부 지침 및 관련 대통령령 하위규정인 ‘국가R&D사업 매뉴얼’을 보면 “부정한 방법으로 연구개발을 수행한 경우 부정행위가 이뤄진 연도부터 부정행위가 적발된 연도까지의 출연금 전액 이내에서 환수할 수 있다”고 규정해 그 시효가 없다. 연구비 횡령 시 해당 연도 출연금 내에서 환수하는 것에 비해 훨씬 엄격한 조치다. 한 연구자는 “국가연구비를 횡령해도 연구결과는 쓸 수 있지만, 연구부정으로 논문이 취소되면 투입된 국비가 모두 낭비돼 훨씬 심각한 문제”라면서 “십수년간 받은 연구비 전액을 반납하라는 것은 사실상 학계 퇴출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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