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크기 설정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속 마리 역으로 돌아와
뮤지컬 배우 김소향이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마리 앙투아네트 작품 설명을 하며 웃고 있다. EMK엔터테인먼트 제공

“한 자리에 머물러 있고 싶지 않아요. 미국 브로드웨이에 도전한 것도,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에서 마리 역을 맡게 된 것도 어쩌면 이런 제 욕심 때문이죠.”

뮤지컬 ‘가스펠’(2001)로 데뷔한 후 10년 만에 돌연 미국 유학을 택했던 김소향이 오디션 수백 번을 거쳐 2017년 브로드웨이 뮤지컬 ‘시스터 액트’ 캐스팅을 따낸 일화는 유명하다. 동양인 최초였다. 국내로 돌아와 이달 초 뮤지컬 ‘엑스칼리버’의 기네비어 역을 맡아 활을 차고 무대를 종횡무진 뛰어다니던 김소향. 그는 “이번에도 안주하지 않으려 했다”며 어느새 탈바꿈 해 돌아왔다. 18세기 프랑스 왕비 마리 역으로 24일부터 무대에 서고 있는 것이다.

김소향의 마리를 ‘도전’이라 평가하는 이유는 그가 대체로 주체적이고 당찬 역할들을 도맡아왔기 때문이다. ‘마리 퀴리’(2018), ‘루드윅’(2019) 등 이전 출연작을 고려하면 마리보다는 프랑스 혁명을 주도하는 작품 속 마그리드 아르노를 연기하는 게 더욱 쉬웠을지 모른다. “제 공연을 몇 번 보신 분들은 당연히 ‘마그리드로 출연하겠지’라고 생각을 하셨을 거예요. 하지만 함께 연습한 동료들은 ‘네가 어떻게 마그리드 역의 물망에도 올랐느냐’고 물을 정도로 마리에 어울린대요.”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소향은 “소녀스럽고 우아한 왕비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평소에도 머리에 책을 얹고 걸어 다녔다”며 웃었다.

‘엑스칼리버’ 공연과 ‘마리 앙투아네트’ 리허설이 동시에 진행돼 많이 지칠 법도 한데 김소향은 “마리 역을 몸에 배게 하려고 온갖 시도를 다 했다”고 말했다. 김소향은 “저는 손으로 흙을 만지며 놀이터에서 뛰어 노는 평범한 소녀였지만 마리는 왕실에서 엄격하게 교육 받은 공주였다”며 “우아함을 몸에 익히기 위해 느리게 움직이고 노래를 클래식하게 부르는 연습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특히 마리를 둘러싼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던 만큼 김소향은 정확한 캐릭터 분석을 위해 많은 책과 사료, 영화를 연구했다. “마리가 사치스러운 철부지였다는 데 동의하는 편은 아니에요. 미화하려는 건 아니지만 저는 음모에 휩싸여 아이와 자신의 목숨을 빼앗길 처지에 놓인 왕비의 처절한 삶과 운명을 표현하는 데 더욱 몰두하기로 했어요.” 인터뷰 내내 소녀처럼 웃던 김소향의 얼굴이 단번에 비장한 얼굴로 바뀌었다.

뮤지컬 배우 김소향은 마리 앙투아네트를 "사치스러운 철부지라기 보다 비극적 운명에 갇힌, 모성애가 강한 여성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EMK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소향은 뮤지컬계에서도 성실한 배우로 정평이 나 있다. 어느새 데뷔 19년 차를 맞았다. 베테랑 배우로 큰 무대만 고집할 법도 하지만, 여전히 대ㆍ소극장을 오가며 연기의 폭을 넓히고 있다. “관객들에게 큰 무대나 대학로 한쪽에서만 볼 수 있는 배우란 평가를 듣고 싶지 않더라고요. 소극장에 오르고 나니 연출가들이 ‘섬세한 연기가 가능해졌다’면서 칭찬도 많이 해주고요. 작품만 좋으면 무대가 어디든 가리지 않으며 서왔고 앞으로도 그러려고 해요.”

다양한 작품에 이름을 올려 온 김소향은 지난 7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서 냉혹한 공주를 연기한 ‘투란도트’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노력을 인정받았다. 김소향과 함께 김소현이 마리로 나서는 ‘마리 앙투아네트’는 11월17일까지 서울 구로구 디큐브시티에서 관객을 만난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web_cdn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