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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47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 경기가 끝난 뒤 MVP를 수상한 휘문고 박주혁이 메달을 받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휘문고 우완 투수 박주혁(3년)이 ‘마당쇠’에서 가장 빛나는 별로 우뚝 섰다.

박주혁은 24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막을 내린 제47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팀 우승과 함께 최우수선수(MVP) 영예를 안았다. 23일 성남고와 준결승에서 4이닝 동안 77개를 던져 이날 강릉고와 결승에 휴식을 취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혼자 3승을 책임지며 마운드의 중심을 잡았다.

사실 박주혁은 올해 크게 주목 받는 투수가 아니었다. 프로야구 LG에 1차 지명을 받고 청소년 대표팀에 차출된 에이스 이민호(3년)와 2선발 오규석(3년)의 그늘에 가렸지만 코칭스태프가 항상 고마워한 선수는 박주혁이었다.

팀이 필요로 할 때마다 그는 언제든 마운드에 올라 이번 시즌 휘문고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이닝(63이닝)을 소화했다. 이민호와 오규석은 각각 50.2이닝, 40.1이닝을 기록했다. 김영직 휘문고 감독은 “우리 팀의 에이스가 이민호라면, 박주혁은 그 동안 숨은 MVP였다”며 “팀을 위해 정말 많이 헌신했고, 봉황대기에서도 혼자 3승을 따냈다”고 칭찬했다.

박주혁의 빠른 공은 시속 140㎞ 초반에 불과하지만 묵직한 볼 끝과 제구력으로 승부를 건다. 이번 대회 배재고와 1회전에서 6이닝 3피안타 무실점, 군산상고와 32강전에서 4.1이닝 4피안타 무4사구 무실점으로 승리를 따낸 박주혁은 장충고와 16강전에서 5-1로 앞선 8회 무사 1루에서 구원 등판해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고 상대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성남고와 4강전에서는 체력이 떨어진 나머지 안타와 4사구를 4개씩 내주고 흔들렸지만 4이닝(6실점 3자책)을 버텨주며 승리 투수가 됐다.

박주혁은 “고등학교 마지막 전국대회를 우승으로 장식하고 선수들과 다같이 웃으면서 끝낼 수 있어 기분 좋다”며 “전혀 예상 못한 MVP까지 받아 정말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준결승에서 많은 공을 던져 피 말리는 결승을 더그아웃에서 지켜 본 그는 “마지막에 뒤집고, 다시 또 뒤집고 하는 경기는 처음 봤다”며 “두산에 입단한 전형근 선배가 계속 휴대폰 메시지로 꼭 우승하라고 했는데, 자신 있게 ‘우리 우승했어요’ 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고 웃었다.

올해 팀에서 살림꾼 역할을 했지만 이민호에게 가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 것에 대해 박주혁은 “다 같이 잘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되기 때문에 전혀 서운하지 않다”며 “팀 내 최다 이닝을 소화하고, 많은 공을 던진 부분에 만족한다. 못 던진 적도 많은데 기회를 준 감독님과 평소 좋은 말을 자주 해준 코치님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우승 꿈을 이룬 박주혁의 목표는 26일 열리는 프로야구 신인 2차 드래프트에서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는 거다. 김 감독은 “직구가 시속 141㎞ 정도 나오지만 지금 체중(78㎏)을 더 불리면 145㎞까지도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주혁은 “한번에 몸무게가 늘지 않아 꾸준히 늘리려고 노력 중”이라며 “항상 마운드에 올라갈 때마다 상대 타자를 압도한다는 마음으로 야구를 계속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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